‘안전불감증 논란’ 휘말린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일본 올림픽 한달 앞두고 ‘욱일기 제품 판매 논란’도
쿠팡이츠 ‘별점 테러’에 점주 사망…‘새우튀김 갑질’ 논란도
고객들, “갑질회사 쿠팡 더는 못 참겠다” #쿠팡탈퇴 러시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화재가 6일 만인 22일 완전히 꺼졌다. 화재 당시 쿠팡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52·소방령)이 진압 과정에서 순직했다. 이번 화재로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물류센터 건물이 전소됐다. 건물 안에 보관돼있던 1620만개 적재물도 전부 타버렸으며, 재산 피해액만 수천억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가운데, 화재 당일 직원의 화재 신고 등이 묵살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화재 사건을 시작으로 쿠팡이 다양한 논란에 휘말리며 고객들의 탈퇴 러쉬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쿠팡 본사
쿠팡 본사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안전불감증 논란’ 휘말린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며 “(물류센터에서는)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이 있었다. 화재 당일에는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이 온라인을 타고 퍼지며 “안이한 초기대응 등 안전불감증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며 안전불감증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내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 측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 탓에 제때 신고하지 못했다는 내부 증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일할 시간이 아까워 휴대전화 반입을 막았다고 한다면 노동자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쿠팡 불매·탈퇴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쿠팡은 22일 “쿠팡 관계자(당사 보안요원)가 신고를 묵살하고 비아냥거렸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쿠팡은 “이번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화재 신고 직후 보안 요원이 “본인이 알아서 할테니 퇴근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왜곡해 보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시 보안요원을 조사한 결과 그런 말 한 사실이 전혀 없고, 당시 보안요원은 ‘예 알겠습니다. 확인하겠습니다’고 말한 뒤 곧바로 무전을 통해 당시 조장에게 화재 사실 확인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조장은 화재 사실을 직접 확인 한 후 대피를 지시했으며 또 1층 검색대에 있었던 보안요원은 내부를 한 더 확인한 뒤 연기 등이 피어오르고, 움직이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바로 외부로 대피했다. 이후 작업 이던 차량을 작업중지 시키고, 진입로로 진입하는 차량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욱일기 논란 - 쿠팡 캡처
욱일기 논란 ⓒ위클리서울/ 쿠팡 캡처

일본 올림픽 한달 앞두고 ‘욱일기 제품 판매 논란’도

한편,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욱일기 사건’까지 겹치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다음 달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쿠팡은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관련 상품을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홈페이지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욱일기가 그려진 스티커, 우산 등이 판매됐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해외 배송 상품으로 드러났다. 쿠팡이 자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오픈마켓 판매자가 등록한 것이다.

쿠팡에서는 '욱일기' 등과 같은 단어로는 서적 등을 제외한 상품은 검색되지 않지만, 검색어를 '히노마루'(일본 국기) 등 유사한 단어로 바꾸면 상품이 노출되고 있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깃발로, 일제 전범기로 통한다.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으로 고통받은 한국이나 중국에선 일본 대중문화나 상품 등에 욱일기 문양이 사용되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쿠팡 관계자는 "확인 후 즉시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살 공격을 한 일본 특공대를 뜻하는 '가미카제'(神風) 관련 상품을 팔다가 중단했다.

 

ⓒ위클리서울/ 쿠팡 캡처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쿠팡이츠 ‘별점 테러’에 점주 사망…‘새우튀김 갑질’ 논란까지

한편 쿠팡이 운영하는 배달앱 쿠팡이츠를 이용하던 분식집 점주가 고객의 집요한 환불 요구와 ‘별점 테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쿠팡이츠는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언론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50대 점주 ㄱ씨는 지난달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3주 만에 숨졌다. 당시 고객이 전날 배달 받은 새우튀김의 색깔을 이유로 환불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막말을 쏟아내고 ‘별점테러’를 가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쿠팡이츠 고객센터가 고객의 불평을 재차 전달하며 압박하고, 통화 도중 ㄱ씨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환불 처리를 요구하며 “추후 조심해달라”는 말을 반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쿠팡이츠는 고객이 쓴 리뷰에 점주가 댓글을 달 수 없게 돼 있다. 왜곡·허위 리뷰에도 점주가 대응할 수단이 전무해 ‘진상고객’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고객이 배달을 받지 못했다며 환불을 요청할 경우 배달원이 본인 탓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변상 책임을 배달원에게 지우는 쿠팡이츠의 정책 때문에도 뒷말이 많았다. 부정하게 ‘꼼수’로 공짜밥을 먹는 이른바 ‘쿠팡거지’가 횡행하자, 쿠팡이츠는 배달완료 인증 사진을 남기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2일 참여연대·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민생경제연구소 등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가 판을 깔아줘서 막무가내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쿠팡이 점주의 ‘방어권’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쿠팡이츠는 일명 ‘새우튀김 갑질 논란’에 대한 사과 및 대책을 내놨다. 쿠팡이츠는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 신설, 상담사 교육 등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쿠팡 탈퇴 논란 ⓒ위클리서울/ 쿠팡 캡처

고객들, “갑질회사 쿠팡 더는 못 참겠다”...쿠팡탈퇴 러시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욱일기 논란, 쿠팡이츠 갑질 논란까지 이어지자 고객들의 쿠팡 탈퇴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로켓배송과 함께 급성장한 쿠팡에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쿠팡이츠 논란은 화재 진압과 함께 잠잠해지던 쿠팡 불매 운동에 다시 불을 붙였다. 앞서 덕평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쿠팡 탈퇴 움직임을 보였다. 그동안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근로환경 개선에 소홀히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지난 19일 트위터에서는 #쿠팡탈퇴 게시글(사진)이 17만여건 올라오면서 국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도 관련 게시글이 수백건 올라오기도 했다.

덕평 화재가 마무리된 24일 까지도 쿠팡 회원에서 탈퇴하고,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인증하는 탈퇴 러쉬는 이어지고 있다.

쿠팡 이용자들은 “김범석 창업자가 나서서 해결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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