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 영화 ‘바이러스: 인류 최후의 날(Night Zero)’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 한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바이러스는 결국 인류를 멸망시킬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마스크를 벗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같은 일부 국가는 전 국민의 60% 이상이 접종을 완료하며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용인했다. 프랑스에서는 수천 명이 운집하는 대형 경기와 축제가 벌어졌다. 영국에서도 야외 공원에 군중이 밀집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다시 급증하면서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 대거 확진되는 등 코로나 19는 다시 끝도 보이지 않는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다시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고

영국도 봉쇄를 풀었다가 다시 봉쇄를 결정했다. 사람들을 이를 반대하며 연일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를 보고 있자면 지금 이 일들이 현실인지 영화인지 잘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바이러스: 인류 최후의 날’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이나 내용을 보면서도 ‘그저 영화이겠거니’ 하는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은 점점 영화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인공은 역시 ‘바이러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졌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람을 공격한다.

 

영화 ‘바이러스: 인류 최후의 날(Night Zero)’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바이러스는 인간을 결국 멸망시킬까

“주변이 온통 연기에요. 뭔가 이쪽으로 다가오는데요.” 화염에 휩싸인 도시를 가로지르던 헬기는 무언가를 확인하고 본부와 교신을 한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연기의 정체는 바이러스 테러로 인한 것이었다. 경찰은 생화학 공격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세계 각국에 갑자기 퍼져버린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감염된 사람들이 사람들을 살해하며 폭동을 일으키자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고 사람들을 격리한다.

고립된 사람들은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파악하기 전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바이러스로 감염된 이들이 살해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성을 잃은 인간만큼 세상에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요인은 많다. 두려움, 공포, 고립감, 우울함, 패배감 등이 섞이면 보통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르게도 된다. 어찌 보면 동물의 본능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굴 수 있다면 해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최악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미쳐 난폭한 행동을 하고 도시가 불타 생존이 위협당한다면 어느 누구도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과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영화는 바로 그러한 상황에 사람들을 몰아놓고 극한의 테스트를 벌인다. 폐쇄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생존하고자 하지만 그러한 생존의 절박함이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넣게 된다. 영화는 세 커플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처음 이들은 바깥의 상황은 전혀 모르는 체 서로 와인과 음식을 나눠마시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다. 그저 이제까지 좋은 사람들과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우리와 별다를 것이 없다. 간간이 언쟁도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늘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바깥 상황은 다르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갑자기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쾅’하는 굉음이 나자 모두가 깜짝 놀란다. 무슨 소리가 나자 남자들은 바깥 상황을 살피겠다고 나가고 곧이어 젊은 남자 경찰을 부축해 들어온다. 무슨 공격을 당한 것인지 경찰은 배를 움켜쥐고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경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정체불명의 남자와 피를 흘리는 여자가 집안으로 침입해 경찰과 사람들을 공격한다. 어리둥절 갑자기 일어난 일에 사태 파악이 어렵다. 사람들은 즉시 공격하는 침입자를 막으려 하지만 막무가내 폭력적인 행동을 막기 힘들다. 알고 보니 침입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사람들을 무조건 공격한다. 힘들게 남녀 침입자를 문밖으로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갑자기 일어난 일로 모두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 힘든 상태다. 뭔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또다시 들이닥친 남자들. 총을 들고 있는 군인이다. 이들은 군인 외에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간다.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일어난 상황. 한 여자가 누워있다. 전등을 비추니 여성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여자 탓을 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살해 여성의 피를 뒤집어써 피 칠갑을 한 상태다. 나머지 일행 중 한 남성이 야구 배트로 살인자를 가격한다. 상황은 점점 사람들을 미치게 몰아간다.

 

외계인 존재 부인하지 않은 미국 정부… 외계인은 아니길

모든 원인은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바이러스의 원인은 외계인들이 뿌린 신경가스에 있었다. 영화 초반 가리키던 ‘연기’가 바로 그 신경가스의 정체였다. 신경가스의 문제점은 연기처럼 공중에서 사람들을 감염시킨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하다고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4월 밝힌 바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비말을 막으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코와 입 호흡기가 아닌 귀, 더 나아가 피부로 연기를 흡수해 바이러스가 침투한다면 마스크로도 전혀 방어가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 경찰들은 방독면을 착용하고 온 몸을 감싸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정부는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 알았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들 커플들은 방독면은커녕 마스크도 없다. 우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을 때는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생활이 마스크를 쓰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공기 중 전염되는 바이러스나 생화학 테러에는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엉성하고 개연성 없이 흘러간다. 아무리 처음 겪는 무방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속 인물 중 단 한 명도 바이러스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나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이가 없다.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하는 것도 물론 우습다. 하지만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경고에는 웃음이 나질 않는다. 그냥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영화 속 사람들의 행동이 사실 실제 내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닥친 생화학 테러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상황에서 조금은 이성적이고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사는 삶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영화가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밝혀줘서 고마울 지경이다.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너무 황당무계해서 바이러스라는 두려운 존재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무작정 황당한 설정이 아닐 수도 있다. 얼마 전 미국 정부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UFO(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해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안보 위협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충격이 더하고 있다. 바이러스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가 이렇게 괴로운데 외계인까지. 제발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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