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의 길
복직의 길
  • 장영식
  • 승인 2021.08.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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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에 있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2년 7개월 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전포복지관 사태’는 복지관의 위수탁 제도를 악용했던 대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재단법인은 ‘지원은 하되, 간여하지 않는다’라는 위수탁의 기본 정신을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공공재인 복지관의 공공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재단법인은 일방적 인사를 거듭했습니다. 운영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했습니다. 출발부터 갈등을 빚었던 재단법인은 결국 부산민주노총 일반노조 전포복지관지회 장명희 지회장을 배임과 횡령이라는 이름으로 고소 고발을 하고, 그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해고를 강행했습니다. 그것도 설 명절 연휴 직전에 문자 한 통으로 해고 사실을 알렸습니다.
 

노동조합 지회장이라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온갖 구실로 고통받았고, 해고까지 당해야 했던 장명희 지회장의 원직 복직이 결정됐습니다. 험난했던 복직 과정에서 함께했던 모든 이에게 뜨거운 동지애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장영식
노동조합 지회장이라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온갖 구실로 고통받았고, 해고까지 당해야 했던 장명희 지회장의 원직 복직이 결정됐습니다. 험난했던 복직 과정에서 함께했던 모든 이에게 뜨거운 동지애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장영식

고소 고발을 진행했던 전 복지관 관장은 운영위원회에서 “횡령의 뜻은 알겠는데, 배임의 뜻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운영위원들은 배임의 뜻도 모르면서 배임 혐의로 고소 고발을 한 것에 대해서 질타했습니다. 그리고 복지관의 정상화를 위해서 모든 고소 고발과 부당 해고의 철회와 원직 복직을 요구했습니다.   

부산진경찰서는 배임과 횡령 건으로 고소 고발된 사건을 5개월 동안 수사 끝에 7월 초에 ‘무혐의’로 결론을 냈습니다. 자연스레 해고 사유도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재단법인은 운영권 포기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진구의회 장강식 의장은 7월 15일 재단법인의 운영권 포기를 언급하면서 ‘통 큰 양보’가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단법인의 ‘통 큰 양보’가 아니라 잘못된 운영으로부터 갈등이 시작됐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운영권 포기와 원직 복직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전포복지관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에 의해 이루어진 투쟁의 결과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사실입니다.
 

장명희 지회장의 원직 복직에 끝까지 함께했던 부산지역일반노조 전규홍 국장과 부산민주노총 노동특위 김둘례 간사가 원직 복직 합의 이후 기념 사진을 남겼다. ©️장영식
장명희 지회장의 원직 복직에 끝까지 함께했던 부산지역일반노조 전규홍 국장과 부산민주노총 노동특위 김둘례 간사가 원직 복직 합의 이후 기념 사진을 남겼다. ©️장영식

장명희 지회장에 대한 복직 합의가 있던 바로 전날입니다. 부산진구청과 부산진구의회 그리고 재단법인 측에서는 민주노총 부산지역 일반노조를 통해 복직과 해고 기간의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한 합의를 위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8월 3일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화해조정실에서 장강식 부산진구의회 의장과 재단법인대표 그리고 장명희 지회장 등 노동자 측 대표들이 만나 합의문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이 지난 시점에 최종 합의문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오후 1시 45분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게 되었습니다. 이 합의문에 서명하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재단법인이 있는 사무실 앞에서 출근 투쟁을 하였고, 복지관이 있는 마을에서도 점심시간 선전 투쟁이 있었습니다.
 

장명희 지회장이 원직 복직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한 후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장명희 지회장을 뜨거운 동지애로 맞은 노동자들과 함께 감격의 시간을 맞고 있는 모습. ©️장영식
장명희 지회장이 원직 복직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한 후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장명희 지회장을 뜨거운 동지애로 맞은 노동자들과 함께 감격의 시간을 맞고 있는 모습. ©️장영식

재단법인은 결국 복지관의 운영권을 포기했습니다. 재단법인은 지난 2년 7개월간 복지관의 파행적 운영과 부당 인사 그리고 부당 해고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장명희 지회장은 부당해고 6개월 만에 그리운 복지관으로 돌아옵니다. 지난 2년 7개월간의 전포복지관 노동조합의 투쟁은 위수탁 문제의 ‘사유화’와 ‘공공성’ 문제를 사회복지계에서 화두로 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복지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재단법인에게 복지관 운영을 위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위수탁에 따른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고용안정 문제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설립된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아래서 흔들리지 않는 단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그리고 넓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전포복지관 노동자들은 “동지를 믿고, 나를 믿으면 반드시 승리한다”라는 정신으로 무장되었기 때문에 2년 7개월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사회복지 노동자의 길로 돌아오는 장명희 지회장과 전포종합사회복지관 노동자들이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하는 정의로운 사회복지를 실현하길 소망합니다. 지난 2년 7개월 동안 장명희 지회장의 복직과 전포종합사회복지관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전포동 마을 주민들이 장명희 지회장을 반갑게 맞이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정겹다. ©️장영식
전포동 마을 주민들이 장명희 지회장을 반갑게 맞이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정겹다. ©️장영식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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