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카오스 워킹(Chaos Walking, 2021)’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오늘은 뭘 먹을까’, ‘정말 꼴보기 싫어’, ‘왜 이렇게 더운거야?’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마음의 목소리로 푸념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마음의 소리를 누가 듣는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토드(톰 홀랜드 분)는 타인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노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다. 2021년, 코로나19가 아직도 온 세상에 만연히 퍼져있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감독 더그 라이만은 영화 ‘카오스 워킹(Chaos Walking, 2021)’을 통해 상상만 해도 끔찍한 바이러스를 들고 나왔다.

 

영화 ‘카오스 워킹'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타인의 생각을 모두 알 수 있게 된다면…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지난 2013년도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인공 박수하(이종석 분)는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초능력자다. 그의 능력은 수사 방향을 바꾸고 진실을 찾는데 활용된다. 영화 ‘카오스 워킹’에 나오는 주인공 토드 역시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노이즈 바이러스에 걸린 ‘감염자’일 뿐이다. 그가 살고 있는 행성에서는 누구나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저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이다. 그가 살고 있는 ‘뉴월드’는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내 생각도, 남의 생각도 전부 노출되고 누구나 다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박수하의 능력은 탁월한 능력이지만 토드에게는 당연한 것에 불과하다. 토드는 반려견과 함께 숲 속을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그러한 평온한 순간에도 토드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산책을 하던 길에 만난 남성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비난 받기도 한다.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싶지만 이곳 뉴월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생각을 들키지 않으려고 단순한 단어를 생각하며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노출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뉴월드에는 과거 외계 종족과 전쟁을 치르면서 여성들이 전부 몰살되어 남성만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노출되는 상태에 있다. 뉴월드에서의 삶은 척박했다. 거주환경은 열악했고 먹는 것조차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타인의 생각이 다 들리기 때문에 다른 불만도 갖기 어려웠다. 혼란스러운 삶이지만 나름 이곳은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었다. 뉴월드의 통치자인 시장 데이비드 프랜티스(매즈 미켈슨 분)가 그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전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그를 추앙하고 그의 말을 들으며 살아갔다. 시장은 노이즈 바이러스를 잘 컨트롤할 수 있었다. 원할 때만 자신의 생각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그는 마을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뉴월드의 질서가 깨지기 시작한 조짐은 이곳에 갑자기 탐사선을 타고 온 한 여성 때문이다. 여성의 이름은 바이올라.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 분)는 노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비감염자다. 토드는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바이올라를 발견하고 바이올라의 생각이 읽히지 않아 당황해한다. 물론 처음 보는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놀라움이 컸을 터. 토드는 “맙소사, 여자다 여자!”라고 놀라며 여성의 존재를 시장에게 알린다. 시장은 바이올라를 마을로 데리고 와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뉴월드가 외계 종족들의 전쟁으로 여성이 몰살당했다고 설명한다. 시장은 새로운 정착민들이 몰려와 자신이 그동안 지켜온 비밀이 탄로날까 두려워 바이올라를 감금한다.

 

영화 ‘카오스 워킹'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카오스 워킹'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구에서는 살 수 없는 미래, 우주도 바이러스가 있다

한편 토드는 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고 바이올라를 돕게 된다. 토드의 보호자는 토드와 바이올라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뉴월드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피신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토드와 바이올라는 뉴월드를 탈출해 새로운 마을 ‘파브랜치’에 도착한다. 그곳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뉴월드에서 여성이 전부 외계 종족에게 살해당했다던 시장의 말은 거짓이었다. 바이러스보다 더 지독한 건 역시 사람이었다.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여성을 죽인 것은 시장과 그의 부하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의 탈출 과정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어드벤처 장르를 따른다. 영화의 묘미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상상해 설정한 초반부다.

코로나19 종식은 언제쯤 이뤄질까. 최악의 변종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하면서 코로나19 종식은 요원해지고 있다. 한반도에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50% 이상 우세종으로 득세하면서 돌파 감염자가 늘고 있다. 돌파 감염이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 바이러스에 확진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돌파감염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코로나19의 백신 접종이 100% 해답이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바이러스가 변이가 거듭해 결국 인류는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될까? 영화 ‘카오스 워킹’은 아주 먼 미래를 상상한다. 영화 속 사람들은 지구를 떠나 우주 행성을 개척했다. 마치 서부시대 깃발을 들고 새로운 개척지를 만들었던 것처럼 뉴월드의 사람들은 우주 행성을 개척해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주 행성에도 바이러스가 있다. 물론 이 바이러스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바이러스일 수도 있지만. 인류가 살아가는 한 바이러스와 떨어져 살 수는 없다는 메시지일까. 암울한 미래다. 영화에서 다루는 미래는 2200년대.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이 지난 후다. 뉴월드의 환경은 모든 것이 파괴된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아니다. 오히려 원시 지구 환경에 가깝다. 이주민들은 정글과 같은 자연 환경 속에서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살아간다. 앞으로 30여 년 후면 구글의 엔지니어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말한 ‘특이점’이 도래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 말이다. 커즈와일은 그때쯤에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 메모리처럼 따로 업그레이드도 하고 보관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지금으로써는 믿어지지 않는 예언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 속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첫 민간 우주 관광을 시도해 성공한 사례가 그중 하나다. 그를 이어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도 지상 상공 100km 위로 떠오르며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화성 이주가 꿈인 일론 머스크도 곧 이들의 뒤를 따를 예정이다. 우리가 200년 뒤의 일은 지금 알 수 없다. 정말 영화처럼 다른 행성을 개척해 살아가는 이주민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길 희망한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더라도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우리 후손들도 계속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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