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괴물’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제 얼굴에 피가 튀었는데요.” 강두의 한 마디에 방역복을 입은 방역업체 직원들은 강두를 둘러쌌다. 방역업체 직원들은 강두를 비닐 포대기에 씌우고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갔다. 가족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순식간에 희뿌연 방역 가스가 분사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영정사진으로 가득 찬 분향소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의 주역 봉준호 감독이 2006년 만든 영화 ‘괴물’에서는 미 8군 용산 기지 영안실에서 몰래 버린 오염된 포름알데히드이 만든 변종 생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변종 생물은 수중에서도 활동하고 지상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생명체, 말 그대로 ‘괴물’이다.
 

ⓒ위클리서울/ 영화사청어람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이 가져온 변이 생명체, ‘괴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가 팬데믹으로 사람들을 위협한 지가 햇수로 2년이 됐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는 곧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통상 10년 걸리는 백신이 기적적으로 만들어지고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바이러스 종식 소식은 요원하기만 하다.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괴바이러스다. 2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바이러스다 보니 백신 또한 어떻게 적용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대규모 3상 임상시험과 영국, 이스라엘, 미국 등 수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했지만 아직 너무 기간이 짧아 백신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도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라 불리는 괴생명체 또한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한강 심연 속에서 돌연변이가 되어 나타난 괴생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아무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괴물이 처음 나타난 곳은 강두(송강호 분)가 있는 한강변 공원이었다. 괴물은 홀연히 물속에서 솟아 지상으로 성큼성큼 빠르게 움직였다.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숨을 쉬면서도 지상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성질을 가진 것이다. 악어와 같은 파충류의 습성을 지녔지만 괴물의 정체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괴물은 한강 공원에 있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날카로운 이빨로 뜯어먹은 후 기다란 꼬리로 사람을 낚아채 자신의 은신처로 잡아갔다. 강두의 딸 현서(고아성 분)도 이때 괴물에게 잡혀갔다. 괴물이 사라진 후 소동은 일단락되며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분향소가 차려졌다. 방역업체 직원들과 지자체 단체장이 나타난 것은 이때다. 처음 보는 괴생물이 어떤 바이러스나 균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애도하기도 전에 분향소는 방역업체 직원으로 둘러싸였다. 방역 단체장은 괴생명체를 직접 만졌거나 접촉한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다. 강두는 자신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고 말하자 방역업체 직원들은 강두에게 비닐포대를 씌워 수송차에 태운다. TV에서는 괴생물과 싸우다 팔을 밟힌 미 8군 중사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 군인이 고열과 붉은 반점과 발진 등의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강두가 끌려온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괴생명체로 인한 신종 바이러스 출몰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바이러스 감염이 되었을 수도 있다며 방역업체에서는 사람들은 병원으로 이송한다. 병원에서는 강제 입원이 진행되고 어떤 바이러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입원 기간은 계속 더 늘어난다. 의사도 어떤 신종 바이러스인지 알지 못하므로 퇴원 여부를 확답해주지 못한다. 처음 보는 괴생물체이기에 어떤 바이러스가 발생하는지 정보가 없는 탓이다. 마치 코로나19가 발생됐던 때와 같이 말이다.
 

ⓒ위클리서울/ 영화사청어람
ⓒ위클리서울/ 영화사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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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괴바이러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주는 위협

괴물의 은신처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현서는 강두에게 전화를 건다. 강두는 딸이 살아있다고 확신하고 경찰에 협조를 구하지만 묵살당한다. 강두 가족은 딸과 조카, 손녀를 구하기 위해 병원을 탈출하기로 한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병원을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사람들의 소식이 들린다. 국내에서도 집단 코호트 된 종교 숙소나 코로나19 생활 치료소에서 탈출을 시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송에 크게 보도되곤 했다. 영화에서 강두의 가족들은 무능한 공권력 대신 스스로 가족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따로 잡혀간 강두는 실험 대상이 된다. 괴물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피가 얼굴에 튀었다는 강두는 괴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데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의료진은 딸을 찾으러 가겠다며 난장을 피우는 강두를 보며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망상증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의료진들은 강두의 뇌를 열어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한다. 의료진들은 강두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미 8군 병사의 뇌수술을 이미 단행된 후였다. 하지만 병사는 수술 도중 죽고 그의 뇌 속에는 바이러스가 없었다. 때문에 강두의 뇌에는 바이러스가 있어야 한다. 의료진은 그렇게 믿었다.

강두는 자신의 피가 든 주사기를 뽑아 간호사 한 명을 인질로 잡아 그곳을 탈출한다. 강두가 문을 열자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었다. 봉 감독 특유의 유머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두개골이 강제로 열리게 됐는데 바깥은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강두의 피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 의료진들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피가 든 주사기는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강두는 가족들과 힘을 합쳐 딸을 구하러 다시 한강으로 향한다.

한편 강두의 딸 현서는 함께 잡혀온 아이 세주와 함께 바깥에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괴물은 두 아이를 잡아먹고 만다. 방역 당국에서는 괴물을 잡기 위해 또 다른 화학물질인 ‘에이전트 옐로’를 살포한다. 괴물은 ‘에이전트 옐로’를 맞고 쓰러진다. 입 속에서 현서와 또 다른 아이 세주를 급히 끄집어냈지만 이미 현서는 사망한 뒤였다.

이렇게 끝이 난 것일까. 아니, 괴생명체의 생명력을 질겼다. 잠시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긴 했지만 괴물은 다시 움직였다. 가족은 온 힘을 다해 괴물에게 대항한다. 현서의 삼촌 남일(박해일 분)은 표지판으로 괴물의 목을 찌르고 현서의 고모(배두나 분)는 불화살을 쏜다. 정체불명의 화학물질이 만들어낸 돌연변이 괴생명체는 그렇게 힘들게 소멸됐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처는 그대로인데 세상은 상처를 잊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강두의 가족은 현서와 함께 있었던 세주를 입양하고 함께 서로를 보듬으며 한강 매점을 지킨다. 강두의 손에는 소총이 들려있다는 점만 빼면 너무나 평화로운 한때다. 뉴스에서는 괴물에게서 다른 바이러스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한다. 코로나19와 같이, 또 영화 괴물에서와 같이 인류가 아무런 정보를 가지지 않은 돌연변이 괴생명체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사랑하는 이들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괴생명체의 존재는 너무나 끔찍하다.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암담하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뽐내던 인간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에겐 과학이 있다. 각국들은 국경을 넘어 국가간 긴밀한 과학 협력을 통해 코로나19를 정복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류는 결국 '길을 찾을 것이다'. 그 시기가 빨리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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