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살이,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벼슬살이,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 박석무
  • 승인 2021.08.24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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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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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석무] 『목민심서』12편은 참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벼슬자리에 임명되면 임지로 부임해야 하기때문에 제1편은「부임(赴任)」편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12편은 벼슬살이를 그만두게 되는「해관(解官)」으로 끝을 맺습니다. 벼슬을 시작할 때의 여러가지 일도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으나, 벼슬을 그만두게 되는「해관」의 여러 조항들은 두고두고 음미해야 할 일들이 많기도 합니다. 공정하고 청렴하게 벼슬살이를 했던 공직자들이라면, 당연히 그 끝맺음도 공정하고 청렴하게 처리해야 하기때문에 크게 마음을 기울여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다산은 주장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벼슬이라도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죽는 날까지 벼슬살이하는 행운을 누릴지라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역시 벼슬을 놓아야 합니다. 이처럼 벼슬은 언젠가는 그만두게 되어 있으니 아름답고 자랑스럽게 물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선출직 공직자들이 많은 때에도, 임기가 정해진 벼슬은 때가 되면 그만둘 수밖에 딴 도리가 없습니다. 법에 의해서 딱 한 번으로 끝나는 대통령이라는 벼슬도 있지만, 최대 3선까지는 가능한 자치단체장들이 있으나, 3번의 임기가 차면 그런 벼슬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만둘 수밖에 없는 벼슬살이, 그만두는 때에 어떻게 해야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해관이 될까요. 다산은 벼슬아치라면 글자 세 자, 청(淸)·신(愼)·근(勤)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만둘 때에도 끝까지 잊어서는 안될 글자가 청(淸), 청렴하고 맑게 일을 마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 옛사람들의 뜻이었다. 해임되고 나서 슬퍼하는 태도를 보이면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말하여 벼슬에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했으니, 거기에 바로 청(淸)이 해당됩니다. 특히 지방의 단체장으로 근무하다 그만두어야 하는 벼슬아치들은 당연히 그만둘 때 그 지역의 토산품을 가지고 와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으니, 그것도 또한 청입니다.

그런 모든 것 중에서도 명예에 청렴해야 함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른바 송덕비(頌德碑)니, 선정비(善政碑)라고 하여 재임 중의 공덕을 칭송하는 비나 조형물을 세워 벼슬한 사람의 명예를 높여주는 일인데, 어떤 경우라도 그런 일을 절대로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명예에 청렴하라는 것이 바로 그런 일입니다. 아무리 순수한 주민들의 뜻에 의하여 그런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산사람 비 세우고 산사람 사당 짓는다는 그런 일은 옛날부터 해서는 안되는 일로 못박아 있습니다. 그러나 곳곳마다 명예를 드높이는 비나 조형물들이 있기 마련인데, 죽기 전에 비행이 드러나 그 비나 조형물이 조롱거리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독재자들이 살아서 세운 동상이나 조형물들이, 죽은 뒤에 백성들의 심판으로 모욕을 당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해서는 안될 일이 그런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벼슬살이는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그만두는 일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도 있고 지방선거도 있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또 시작할 때가 옵니다. 그만두어야 할 공직자들이, 다산의 목민심서 해관편을 제대로 읽어서, 아름답고 자랑스럽게 해관을 맞이하기를 기대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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