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박석무] 사람이 태어나서 감옥에 들어가는 일처럼 불행한 일은 없습니다. 감옥보다 더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은 지옥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말합니다. 지옥이야 사람이 죽은 뒤에 가는 곳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 가는 감옥은 지옥과 비교되기 때문에 ‘양계(陽界)의 귀부(鬼府)’라고 말하여 감옥은 산 사람의 지옥이라고 했습니다. 지옥과 감옥 다음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은 귀양살이입니다. 창살 없는 감옥이 바로 유배살이기 때문에 산사람이 당하는 고통과 불행은 감옥 다음으로 유배살이입니다.

다산은 감옥에 갇히기도 했지만 참으로 긴긴 유배살이를 했습니다. 그런 불행과 고통의 세월에도 다산은 결코 좌절하거나 낙망하지 않고, 학문이라는 대업에 생을 걸고 노력한 결과 세상에서 우러러보는 대학자로 우뚝 서기에 이르렀습니다. 감옥살이를 해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감옥 생활도 초창기의 생활이 참으로 힘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든 생활이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고통과 불행이 심신에 익혀지면서 다소 견디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징역이 조금 풀린다는 말로 세월의 고마움을 말하기도 합니다. 다산의 일생을 살펴보면 강진 유배살이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때는 유배 초기의 주막집 생활이었다고 여겨집니다. 낯설던 초기인데다,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다산의 의지는 참으로 강해서, 그런 불편과 고통을 쉽게 이겨내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새로운 학문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다산은 정말로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사의재」란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며 거처하던 방이다. 생각은 마땅히 맑아야 하니 맑지 못하면 곧바로 맑게 해야 한다. 용모는 마땅히 엄숙해야 하니 엄숙하지 못하면 곧바로 엄숙함이 엉기도록 해야 한다. 언어는 마땅히 과묵해야 하니 말이 많다면 곧바로 그치게 해야 한다. 동작은 마땅히 후중해야 하니 후중하지 못하다면 곧바로 더디게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그 방의 이름을 네 가지를 마땅히 해야 할 방[四宜之齋]이라고 했다. 마땅함이란 의(義)에 맞도록 하는 것이니 의로 규제함이다.… 자신을 성찰하려는 까닭에서 지은 이름이다.(「四宜齋記」)”라고 하고는 1803년 11월 10일이라는 지은 날짜까지 기록하였습니다. 

유배 초기 절망과 좌절에서 헤어나기 어렵던 시절, 어떤 어려움과 고통 속에 살아가더라도 인간됨과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곧고 바른 선비로서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다짐이었습니다. 선비다운 품격을 갖추려면 생각·용모·언어·동작 등 최소한 네 가지만은 의에 맞도록 규제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세상은 참으로 요란합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많은 예비후보들은 날마다 남의 흠결은 과장되게 폭로하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엉뚱한 생각으로 남들의 비웃음을 받고,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한 용모를 보이며, 말이라면 모두 말이라고 여기고 막말과 야만적인 용어만 사용하여, 점잖지 못한 동작으로 일반인들을 실망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처럼 고난 속에서도 인간의 품위유지를 위해 성찰을 거듭하던 다산을 거울로 삼아, 네 가지에라도 품격 높은 행위를 하는 지도자들을 보고 싶습니다. 남만 헐뜯고 비방하며, 품위라고는 보여주지 않는 지도자들,「사의재기」라도 한 번 읽을 것을 권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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