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언제나, 항상
늘, 언제나, 항상
  • 고홍석 기자
  • 승인 2021.09.01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홍석

[위클리서울=고홍석 기자]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세상의 모든 음악 4집> CD를 걸어놓고
미국 출신 하모니카 명인 `Robert Bonfiglio`가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Always on my mind`를 계속 듣습니다.
이 음악은 `Willie Nelson` 혹은 `Elvis Presley`의 목소리로 들었던 곡입니다.
하모니카로 연주한 이 곡, 음악의 여운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곡입니다.

계속 듣는 이유는
이 곡을 듣다가 문득 하모니카로 연주하고 싶어서 얼마 전에 문득 하모니카를 구입하였습니다.
아마 우리에게 최초의 악기는 하모니카였을 것입니다.
가난한 아이들의 손에도 이따금 쥐어져 있던 하모니카는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친근하고 쉬운 악기였습니다.
하모니카는 땅거미가 내리깔리는 저녁나절 굴뚝에서 폴폴 날리는 연기 냄새 같고,
돌아갈 곳을 찾아 헤매는 그리움 같은 음색을 지녔습니다.
아마 우리 세대에서 골목길이나 언덕에서 울려 퍼지는 하모니카 소리의 추억 하나쯤 간직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요.
그런 추억을 되새김하는 시도로,

어렸을 때 악보도 보지 않고 몇 곡 늘어지게 뽑아댔던 나름의 실력(?)을 믿고
하모니카를 구입하면 멋지게 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CD를 틀어놓고서 그 음에 맞추어 하모니카를 불어보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전혀 따라 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연주되고 있는 곡의 음 높이와 제가 부는 하모니카의 음 높이가 맞지 않았습니다.
하모니카 음이란 숨을 불고 들여마심으로써 소리가 나는데,
불고 들여마심이 여간 어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악보를 보면서 하모니카를 불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악보가 있다한들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므로
어쩔 수 없이 계속 들어서 음을 외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으니
계속 듣는 어처구니 없는 무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하모니카로 이 음악을 자신있게 부를 경지까지는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음악, 단 한 곡이라도 기어이 흉내는 내고 싶습니다.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없더라도, 혼자 자기도취에 빠져 부르고 싶을 따름입니다.
박수나 앵콜도 기대하지 않고.....

게다가
이 음악의 제목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always`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늘, 언제나, 항상`입니다.
`늘`이라는 단어는 `변함없음`을 의미합니다.
조금 고급(?) 단어를 사용하면 제가 좋아하는 `한결같음`입니다.
`처음이나 끝이 똑같다`는 의미의 형용사인 `한결같다`는 요즘 시대에는 그리 타산적인 덕목은 아닙니다.

변절과 배신을 식은 죽 먹듯이 저지르는,
그래야만 동료를 따돌리고 선두에 설 수 있는 세상에서 `한결같음`이란 구시대적이고, 손해만 보는 어설픈 치기일 것입니다.
완장만 차면 사람 됨됨이가 변하고,
벼슬만 하면 친구도 버리는,
그런 이해관계에서는 거침없이 행보의 다양성을 보이는 이런 세상에서 `늘` `한결같이` 
사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바보들이나 하는 멍청한 짓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늘, 언제나, 항상`이라는 의미를 좋아합니다.
늘 다니던 단골 가게가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에 금방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달라진 점이 반복하지 않기를 기다리며 그 `늘` 가던 그 집을 찾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 원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늘 그만큼의 자리에서,
언제나 그만큼의 사랑으로,
항상 그만큼의 사이를 지니고 싶습니다.
사람 사이에 손익을 따지는 저울도 잣대로 없이,
그저 맑은 영혼으로 `Always on my mind`였으면 소망해 봅니다.


문살이 하모니카처럼 보이시지 않나요?
바람이 불면 하모니카처럼 음악이 나올 것 같습니다.

 

 

<고홍석 님은 전 전북대 교수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