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폰티풀’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밖으로 나가면 안 된대요.” 여성이 속삭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밖은 아수라장이다.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어서 손발이 잘려나가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 그냥 흔한 좀비 영화일까. 국내에서는 2011년 개봉된 영화 ‘폰티풀(Pontypool, 2008)’은 언어로 인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성되고 유전자에 반응하며 순식간에 사람들을 좀비처럼 만든다는 다소 생소한 아이디어로 출발한다.
 

영화 ‘폰티풀’ 포스터 ⓒ위클리서울/ 싸이더스

언어로 인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입을 다물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는 아직도 인류가 모르는 비밀을 많이 가진 바이러스다. 다만 비말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라는 점은 확실하다. 비말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있다면 직접적인 비말이 없어도 감염이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WHO(세계 보건기구)의 입장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대화, 운동 중 거친 호흡, 소변 중 발생하는 에어로졸 형태의 바이러스, 비말 등이 묻은 외부 물질 등 비말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더해서 감염을 방지해야 한다. 직접적인 비말은 물론 오래전에 입 밖으로 나온 환자의 비말이 공기 중에 떠 있다가 에어컨 등 순환기계를 통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변에 있던 바이러스가 환기구를 통해 홍콩의 한 아파트를 감염시킨 사례 또한 확진자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도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체적으로 비말에 섞여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외부 물질과 접목되면 감염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 연구에 의하면 택배 종이 상자 밑바닥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장기간 생존해 있음이 밝혀졌고 대규모 집단 감염이 나왔던 한 물류 업체에서도 함께 쓰는 작업복이나 모자, 컴퓨터 등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감염자가 만지거나 감염자가 사용한 물건에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생존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 외에도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 중요한 것이 ‘환기’다. 감염자가 머문 식당에서 퍼진 비말의 바이러스는 한동안 공기 중에 정체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켰지만 반대로 환기를 제대로 한다면 그 감염도는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나 실내 공간보다 외부 공간이 덜 위험하다는 것도 우리가 알아낸 코로나19의 일부 정보다.

브루스 맥도널드 감독은 자신의 영화 ‘폰티풀’에서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등장시킨다. 제목 ‘폰티풀’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미국의 한 소도시 지명이다. 영화는 이 시골 마을의 작은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주인공 매지(스티븐 맥하티 분)는 지역 내 소소한 사연을 전하는 지역 방송국의 라디오 DJ다. 늘 특별한 일 없이 사소한 일들이 그의 라디오로 사연이 전달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괴이한 사건 사고들이 연이어 터진다. 병원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살인이 급증한다.
 

 

영화 ‘폰티풀’ 스틸컷 ⓒ위클리서울/ 싸이더스

괴바이러스는 바로 당신의 입 밖으로 나온 말

영화는 밀폐된 라디오 부스 안에서 겪는 사람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그린다. 마구 날뛰는 좀비 떼를 소탕하고 좀비 떼로부터 도망가는 일반 좀비 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가장 소름 끼치는 것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대요”라는 말이었다. 이 상황은 우리가 지금 겪는 코로나19가 이러한 좀비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코로나 19에 감염된다고 좀비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뜯어먹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없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영화가 다른 좀비류의 영화와 달리 특별한 점은 영화의 근간이 되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해서는 꽤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매지를 비롯해 라디오 부스라는 밀폐된 환경에서 다른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어떻게 바이러스 혹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 이들은 이러한 일이 큰 뉴스감인 ‘폭동’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취재차 밖에 나가 있는 기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병원을 둘러싸고 폭동을 일으킨 사실을 전해온다. 이후 다시 기자는 사람들이 서로를 물어뜯고 있다는 충격적인 상황을 전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설상가상으로 방송국은 해킹을 당하고 그 와중에 영어가 아닌 언어가 흘러나온다. “안전을 위해 가족과의 접촉을 피하고 무엇보다 영어로 말하지 말고 이 메시지도 번역하지 마라”는 것이 메시지의 주요 내용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일까. 그들은 누구일까. 이러한 의문은 방송국으로 들어온 새로운 인물에 의해 증폭된다. 남자는 폭동이 일어났던 병원의 의사다. 그는 현재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생겼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살을 하게 된다는 황당한 말을 꺼낸다. 더 황당한 것은 감염자는 혼자 죽지 않고 동반자를 찾아 함께 죽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제까지 알아낸 감염자들의 특징은 문장으로 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바이러스 전파의 요인은 바로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환자의 비말이나 배설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볼 때 ‘말’은 곧 ‘비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서 더 나아간다. ‘비말’이라는 직접적인 요인이 아닌, 바로 ‘이해’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이해를 하면 감염이 되는 것이다. 영어권 사용자는 영어로 이야기를 들으면 감염이 되고 영어권 사용자가 아닌 사람 혹은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확진자의 말을 들어도 감염이 되지 않는다. 모든 단어에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건 아니었다. 특정 단어를 듣고 그것을 인지했을 때 감염된다는 것이었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사실이라면 방송국이 해킹되었을 때 들려왔던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필담도 유용하다. 매지는 영화 후반에 바이러스에 약하게 걸린 사람들에게는 단어의 변형을 통해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방송을 통해 사람들을 구하려 한다. 하지만 정부는 군대를 보내 마을 전체를 날릴 구상을 한다.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혼재되어 있지만 구분하지 않고 이 지역을 봉쇄, 파괴함으로써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발포가 시작되자 방송국에 있던 매지도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지의 말대로 끝이 아니었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타 지역으로 전파되는 모습을 암시하며 끝난다. “내일도 태양이 뜨고 우리는 어제와 같은 일을 하고 내일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는 매지의 말처럼 이제 제발 코로나 19가 없는 과거의 그렇게 평범하고도 지겨운 하루를 보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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