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지음/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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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노빈손’ 시리즈, 《도날드닭》 등으로 사랑받는 인기 만화가. ‘패닉’의 2집 앨범 재킷과 카페 ‘엔제리너스’의 로고 등을 탄생시킨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콜렉터》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 등 여행을 비롯한 여러 관심사를 솔직담백한 문장으로 옮겨온 취향 좋은 에세이스트… 이렇듯 이우일의 이름 앞에는 늘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언뜻 보면 마냥 여유로운 듯하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덕업일치’의 시간을 보내온 결과일 터다.

그런 그가 요즈음 ‘파도타기’에 푹 빠졌다.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인 이래, 세상 모든 파도를 수집할 기세로 눈 떠서 잠들기 전까지 노상 파도만 생각하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하와이에서 시작해, 강원 양양 남애 3리, 부산 송정, 제주 중문 색달 해변 등 파도를 좇아 바다 곳곳을 다닌 에피소드를 한 권의 책 《파도수집노트》에 담았다. 책의 구성도 파도만큼이나 다채롭고 리드미컬한데, 진중한 에세이는 물론, 매혹적인 일러스트, 진솔한 파도수집노트(일기), 촌철살인의 4단 만화 등이 고루 실렸다!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를 위해 잘 펴지고 튼튼한 사철누드 제본으로 만듦새까지 신경 썼다. 특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지면은 각각 아내와 딸이 참여, 이우일의 못말리는 늦바람을 따뜻하게 지원 사격한다.

일을 해도 책상 앞에 앉아서, 놀아도 책상 앞에 앉아서, 오십 평생을 방구석 생활자로 살던 만화가 이우일. 그가 돌연 온몸으로 즐기는 바다 스포츠 ‘파도타기’에 빠졌다. 구체적으로는 보디보드(작가는 ‘부기보드’라는 별칭을 더 선호한다) 서핑인데, 보디보드는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서핑보드보다 길이가 짧아서, 대개 엎드린 채 보드에 몸을 밀착한 자세로 파도를 즐기는 스포츠이다. 서핑보드와 달리 뒤쪽에 뾰족하게 솟은 핀이 없어 따로 오리발을 착용해야 하지만 그만큼 비교적 안전하다는 매력이 있다. 원리는 미끄럼틀을 탈 때처럼 중력을 이용하는 것인데 그게 보기보다 녹록지 않은 듯하다. 파도를 기다리는 끈기와 체력은 물론이고, 좋은 파도를 읽는 눈치, 주변 서퍼들과의 소통력, 안전을 위해 물밑까지 살피는 주의력 등 갖추어야 할 요소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바다를 즐기는 가장 짜릿한 방법으로 파도타기를 추천한다. 파도타기를 위해 30년째 고수하던 소위 장롱면허를 탈피해 운전도 시작했다. 날씨에도 민감해졌다. 바다에 가지 않는 날에도 파도 애플리케이션을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고, 노년엔 바닷가 작은 오두막에서 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파도수집노트》를 준비하며 바다에서의 도전에 이어 그림 그리는 데에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늘 손그림을 선호하던 작가가 아이패드에의 일러스트 프로그램 프로크리에이터를 연 것이다. 매 에피소드에서 면막음을 담당하는 38편의 4단 만화가 그 결과물이다. 표지와 본문 구석구석에 수록된 40컷의 일러스트는 오일 파스텔, 오일 색연필로 완성했다. 본격적인 색연필화 역시 이번이 첫 도전이다. 부기보드 서핑을 시작하니 많은 것이 변화했다.

이우일과 함께 그의 아내 선현경 작가도 부기보더가 되었다. 다만 파도를 즐기는 모습이 똑같지 않다. 선 작가는 한 척의 배를 얻은 듯 물에 떠 있기 위한 보조기구로써 부기보드를 애용한다. 가끔은 물속 구경을 위한 부표로 쓰기도 한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바다에 떠 있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법이니까! 그러니 부기보드와 함께 유유자적, 대자연을 그저 오롯이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서핑이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되기도 했고, 요즈음 우리나라 바다 곳곳에서도 서핑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직은 조금 마이너하지만, 부기보드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일상을 즐기는 또 하나의 엄청난 재미가 몰려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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