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복직 투쟁
끝나지 않은 복직 투쟁
  • 장영식
  • 승인 2021.10.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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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84년 역사에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사진 제공 = 금속노조 한진지회) 

84년의 역사를 가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새로운 주인을 맞았습니다. 동부건설이 2021년 9월에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84년의 역사에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이 녹아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식당과 화장실도 없는 현장에서 배를 한 척 만들 때마다 무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갔습니다. 그 노동자들의 원한과 가족들의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동부건설은 영도 조선소의 땅을, 영도 조선소의 배와 기계를, 공장을 그렇게 달랑 한진중공업이라는 ‘회사’ 하나를 산 것이 아닙니다. 대한조선공사부터 이어 오던 84년이라는 영도 조선소의 역사를 산 것입니다. 영도 조선소의 노동의 역사를 함께 산 것입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4년 역사와 함께하는 것은 네 명의 열사와 함께 하는 역사입니다. 영도 조선소의 노동자들은 열사들의 죽음을 가슴에 얼음처럼 품고 살고 있습니다. ⓒ?장영식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4년 역사와 함께하는 것은 네 명의 열사와 함께 하는 역사입니다. 영도 조선소의 노동자들은 열사들의 죽음을 가슴에 얼음처럼 품고 살고 있습니다. ⓒ장영식

84년의 역사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해고된 지 36년이 흘렀습니다. 정년도 넘겼습니다. 이 억울한 사연을 담고, 부산에서부터 청와대까지 걸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청춘에 들어와서 머리에는 눈이 쌓인 것처럼 백발이 되었습니다. ‘해고자’라는 낙인을 안고 죽을 수는 없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김진숙의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복직’입니다.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사명이 새롭게 바뀐다면,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마지막 해고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명의 첫 번째 해고자가 될 것입니다. 동부건설은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84년 역사에서 36년의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 없이는 진정한 화합도 경영 정상화도 없다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85호 크레인은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김주익 지회장이 85호 크레인 위에서 자진했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 동안의 고공 농성 끝에 땅을 밟았습니다. 그후 한진중공업 사측은 85호 크레인을 산산조각 분해해서 고철로 팔았던 역사의 상징입니다. ⓒ?장영식
85호 크레인은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김주익 지회장이 85호 크레인 위에서 자진했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 동안의 고공 농성 끝에 땅을 밟았습니다. 그후 한진중공업 사측은 85호 크레인을 산산조각 분해해서 고철로 팔았던 역사의 상징입니다. ⓒ장영식

김진숙은 청춘일 때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새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동부건설은 36년 해고자인 김진숙을 놓아 주어야 합니다. “김진숙만은 안 된다”라는 말도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는 논리로 쫓겨난 그 공장 앞에서 굳게 닫힌 정문 너머 공장을 바라보고 있는 늙은 노동자의 한과 소원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해고자라는 낙인에서 해방되어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서 훨훨 날 수 있도록 놓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동부건설이 투기 자본이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동부건설이 말하는 미래의 비전이며, 경영 정상화의 첫 걸음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새 주인이 된 동부건설을 향해 "저는 이제 동부건설 해고자입니까? 대한조선공사에서 해고돼 끝내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로 남겨진 저는 이름도 안 정해진 회사의 첫 해고자가 되는 겁니까?"라고 말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6년 세월을 해고자로 살아온 한 인간이 죽어도 복직의 꿈을 포기하지 못함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며 복직을 향한 그 간절함을 동부건설과 우리 사회를 향해 절규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새 주인이 된 동부건설을 향해 "저는 이제 동부건설 해고자입니까? 대한조선공사에서 해고돼 끝내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로 남겨진 저는 이름도 안 정해진 회사의 첫 해고자가 되는 겁니까?"라고 말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6년 세월을 해고자로 살아온 한 인간이 죽어도 복직의 꿈을 포기하지 못함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며 복직을 향한 그 간절함을 동부건설과 우리 사회를 향해 절규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2021년 9월 30일(목) 오전 11시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정문 앞에서 있었던 “한진중공업의 새 주인 동부건설에 김진숙 복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의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문의 전문을 소개합니다.

저는 이제 동부건설 해고자입니까? 대한조선공사에서 해고돼 끝내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로 남겨진 저는 이름도 안 정해진 회사의 첫 해고자가 되는 겁니까?

전두환 정권에서 대공분실로 끌려간 채 들어갈 수 없었던 공장. 일곱 번의 정권이 바뀌고 저의 복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여당의 대선 주자가 했던 약속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강산이 네 번이 바뀌고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도 해고자로 남겨진 저는 강산이 몇 번이나 더 바뀌고 몇 세기를 더 기다려야 복직이 되는 겁니까.

폭력과 탄압의 역사를 온몸에 새긴 한 인간을 문 밖에 둔 채 상생과 새 출발을 말하지 마십시오.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화합과 비전을 외치지 마십시오.

84년, 이 공장을 지켜온 건 언제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여러 번 경영진들이 말아먹은 공장 여기까지 이끌어 왔던 건 용접불똥 맞고 쇳가루 마시며 골병 들어온 노동자들임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36년 세월을 해고자로 살아온 한 인간이 죽어도 복직의 꿈을 포기하지 못함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멀리 서울에서 오신 송경용 신부님. 성미선 동지. 정택용 동지. 그리고 장영식 선생님.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동지들. 그리고 지금도 힘들게 싸우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동지들. 금속노조 부위원장님. 465일 출투를 이어 왔던 한진지회 동지들. 너무 고맙습니다.

2021.9.30. 김진숙

*이 글은 9월 30일 전국금속노조에서 개최한 기자회견문을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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