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경고, 인간은 지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
식물의 경고, 인간은 지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1.10.22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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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해프닝(The Happening, 2008)’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갑자기 멈춰서는 한 남자. 빌딩에서 사람들이 추락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공원 나무에 목을 매고 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반전 영화 ‘식스 센스’로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든 영화 ‘해프닝(The Happening, 2008)’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자살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다.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없는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 사람들을 모두 죽음에 몰아넣는다.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살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죽이다

평화로운 오후, 공원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춰 섰다. 이를 기이하게 바라보던 한 여성. “이봐, 저것봐봐. 이상하지 않아?”라고 되묻던 차에 대화를 하던 다른 여성은 머리카락 헤어핀을 빼서 자신의 목을 찌른다. 공사장에서 잡담을 나누던 인부들. 웃고 떠드는 남성의 머리 위로 건물 위에서 추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은 주변이 온갖 장비를 이용해 자살했다. 공원에 있는 나무를 보면 목을 매고 총이 보이면 총으로 자살했다. 끔찍한 소식은 연일 끊이지 않았다. 극심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 엘리엇(마크 윌버그 분).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날도 그에게는 별다를 바가 없는 하루였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알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자 학교를 휴교하고 대피령을 내린다. 학교 측에서는 공원에서 독가스 테러가 살포된 것 같다고 설명한다. 엘리엇은 위험을 감지하고 가족을 데리고 뉴욕을 떠나기로 한다. 마침 동료 교사 줄리안이 자신의 어머니가 거주하는 시골로 가자고 제안한다. 집에 돌아오자 뉴스에서는 전문가가 나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자기 보호 능력이 해제되면서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엘리엇은 서둘러 부인을 데리고 동료 교사 줄리안과 그의 딸과 기차역에서 만나 함께 줄리안의 고향인 필라델피아로 떠난다. 하지만 이 현상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공기를 통해 ‘자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던 것. 바이러스는 국경과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이 가고자 했던 필라델피아에서도 뉴욕에서와 동일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엘리엇 일행이 탄 기차는 중간에 멈춰서고 상황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기차에 내린 엘리엇은 항의했지만 위급 상황이라는 말만 전해 듣는다. 역무원은 “연락이 끊겼어요. 세상 모두와”라고 황망하게 말한다. 기차가 멈추자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모두 기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기차에 탄 사람들은 모두 한 마을로 향했다. 마을의 펍(pub)에 모인 이들은 방송을 통해 자신들이 있는 마을이 자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의 중간지점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여기 있다간 다 죽을 거야” 누군가 외친다. 그렇다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 제안한다. 마을에서 145km 더 나아가면 그곳은 안전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뉴욕에서 필라델피아, 메릴랜드 등 미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영국 등 머나먼 유럽까지도 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코로나 19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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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를 피하려면 어디로 가야하나, 안전한 곳은 없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쥴리안은 아내를 찾으러 떠나게 되고 자신의 딸은 엘리엇 부부에게 잠시 맡긴다. 기차도 차도 없는 엘리엇 일행은 다른 차에 동승하고자 요청하지만 번번히 묵살 당한다. 다행히 한 마음씨 착한 부부를 만나 떠날 수 있게 된다. 부부는 엘리엇 일행을 태워서 자신들의 종묘장으로 데리고 온다. 마을에 도착한 엘리엇 가족은 이 이상한 현상이 식물들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엘리엇 일행을 태워준 종묘장 주인은 이 일이 ‘식물들이 화학물질을 배출해 생긴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화원의 식물들에게 마치 사람에게 대하듯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한다. 한편 아내를 찾으러 간 쥴리안. 차 안의 사람들은 나무마다 매달려 죽은 사람들을 목격한다. 이미 너무 늦게 온 것이다. 이 지역은 이미 바이러스로 감염되어 있었다. 황급히 차 안의 구멍을 모두 차단하는 쥴리안. 하지만 차 안에는 한 군데 찢어진 구멍이 있었다. 자살 바이러스를 흡입하게 된 운전자는 나무를 들이박아 사고를 내고 쥴리안을 비롯해 차 안의 모든 동승자들은 사망하게 된다. 이제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었다. 군인들조차 갈 길을 잃었다. 군인들은 모여든 사람들에게 “감염이 되지 않으려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두 그룹으로 나눠서 출발하지만 다른 곳으로 향한 그룹에서 총소리가 났다.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엘리엇은 종묘장 주인의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만약 식물을 위협해서 그런 것이라면? 사람 수가 적은 우린 아무렇지도 않잖아”라는 가설을 세운다. 엘리엇의 가설대로 사람들이 흩어지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엘리엇은 식물들이 사람이 많은 곳에 화학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염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의 가설은 틀렸다. 어찌 된 것인지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한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는 감염되어 죽었지만 자신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 영화는 이후 3개월 후의 상황을 보여준다. 모두가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밥을 먹고 학교와 회사를 갔다. TV에서는 3개월 전 상황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전문가는 사람들이 자살하게 된 원인이 일부 식물과 나무에서 나온 신경독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전주곡에 불과하다며 자연의 경고라고 주장했다. 종묘장 주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인간들에게 위협을 느낀 식물들이 살기 위해 ‘자살 바이러스’를 뿜어냈다. 인류의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로 인해 식물들이 위기를 느끼고 인간을 표적으로 자살하게 만드는 화학적 물질을 뿜어낸 것이었다. 마치 코로나 19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사람만 죽게 만들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수개월 동안 사람들은 거리에 나오지 않았고 공장 문을 닫고 위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없는 바다와 호수, 산 등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물고기와 거북이, 노루와 사슴, 양들의 차지가 됐고 빠른 속도로 생태계 회복되어갔다. 마치 인간만 없으면 된다는 듯이 자연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식물이 내뿜는 신경가스로 인간이 스스로 자살하는 모습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들만 죽는 상황과 오버랩된다. 영화 속 전문가가 말하는 자연의 경고가 바로 코로나 19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14년 전 영화는 지금의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준다.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자살 바이러스’가 사실은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계속될 새로운 바이러스 X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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