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오한흥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1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지난달 언론소비자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 신임 공동대표로 오한흥 초대 옥천신문 대표이사가 임명됐다. 언소주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불씨를 키운 시민단체다. 시민단체 이전 언소주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신문들의 보도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의 커뮤니티를 통해 만든 모임이었다.

언소주는 조중동 불매운동과 함께 이들 매체에 광고하는 업체 명단을 인터넷에 올려 집단적인 항의 전화를 독려한 바 있다. 회원이 5만 2000여 명에 이르는 등 규모가 커지면서 영향력이 높아졌다. 언소주 활동에 대한 논쟁도 가열됐다. 2008년 언소주 운영자 등이 기소되었고 언소주는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 공식 출범을 선포했다.

언소주는 그동안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비롯 ‘시청자 주권운동’, ‘공정언론 교육’ 등 언론 개혁을 외쳐왔다.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송출을 이유로 포털의 뉴스콘텐츠 제휴계약 해지를 결정한 배경에도 언소주의 역할이 있었다.

 

오한흥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위클리서울/ 오한흥 제공

“자동차 같은 공업제품은 하자 시 회사에서 사과하지만, 우리 언론의 경우는 잘못된 기사를 써도 사과하지 않는다. 고치지도 않는다. 언론소비자는 언론의 손님이면서 언론의 왕이다. 언소주가 더 성장하면 언론소비자 입장에서 언론에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하는 게 제 임무다.”

오한흥 대표의 일갈이다. 오 대표는 2000년 8월 15일 정지용 시인 동상 앞에서 옥천 주민 33명과 ‘조선일보 바로 보기 옥천시민모임’(조선 바보)을 꾸리고 ‘조선일보 안보기 운동’을 주도했었다. 이 운동은 ‘옥천전투’로 불렸다. 그는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을 낱낱이 담은 책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발간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1988년 국민주로 탄생한 ‘한겨레신문’을 벤치마킹해 1989년 ‘옥천신문’을 창간했다. 옥천신문 발행부수는 3400부다. 2만 5000가구 정도 되는 옥천군에서 현재까지 꽤 영향력 있는 언론사다. 오 대표는 지난해 ‘옥천 에프엠(FM) 공동체라디오’ OBN을 개국했고, 현재 OBN 대표를 맡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오 대표는 언론 현실의 참담함을 토로하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을 고쳐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오 대표. 그는 “현재 언론 상황, 심각하다. 대선 앞두고 회의적이다. 사실 그동안 기대 자체를 접었었다. 유튜브가 대세고, 기성 언론은 엉망 아닌가”라며 “기성 언론이 독자들에게 호응받는다면, 그 자체가 대선 국면에서 한심스러운 일 아니겠는가”라고 성토했다. 기성 언론들의 편파보도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오 대표의 지적이다.

“한쪽은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법인카드 보도 등과 관련 김혜경 씨 보도를 그 정도 하면 적어도 김건희 씨 보도도 눈에 띌 정도로 해야 한다. 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기자들 자질 문제로 보여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런 문제가 있기에 언론사도 사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너무 심할 정도’로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이 되어야 한다.”

이 같은 언론 지형에도 불구하고 향후 대선 결과에 대한 예상 질문엔 오히려 덤덤했다. 이번 선거만큼은 민심이 언론에 기대지 않는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장동 사태를 두고도 여야 양쪽 모두 길을 잃었다는 첨언도 이어졌다.

“이번 대선은 다른 대선보다 오히려 편히 보고 있다. 집단지성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믿는다. 시골에서도 보수진보 구도가 50대 50이다. 다만 세대간 갈등은 기성 언론이 부추긴다. 대장동 사태는 투표에 크게 영향이 없을 것 같다. 굳이 유튜브 언론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을 나물 캐는 할머니들이 느끼고 있다.”

대선 정국, 많은 국민들이 희망보다는 실의에 빠져있는 듯한 인상이다. 언론 보도 행태 이외에도 검찰공화국 논란, 대장동 사태 등 대선 정국 관련된 여러 문제를 오한흥 언소주 대표를 통해 들어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 대선이 코앞이다. 여야와 관련한 언론 보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대한민국 언론을 고쳐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언론 상황, 심각하다. 대선 앞두고 회의적이다. 사실 그동안 기대 자체를 접었었다. 유튜브가 대세고, 기성 언론은 엉망이다. 기형적이다. 기성 언론이 독자들에게 호응받는다면, 그 자체가 대선 국면에서 한심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 만약 보도가 공평하지 않다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사실 보도이다. 아무리 열심히 취재해도 사실 보도는 편집국 권력 상황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에 도달하려는 게 기자들의 생활이다. 기자들이 노력해도 편집국이나 윗선에서 자신의 승진 때문에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물론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훗날 출세를 위해 자신이 취재한 것을 윗선에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 대선 후보 부인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쪽에서는 도긴개긴이라 하고, 또 한쪽에서는 김건희 씨에 대한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김혜경 씨에 대한 비판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 여야 양쪽 다 대통령 후보 부인으로서 검증을 해야 한다. 다만 기성 언론들의 편파보도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한쪽은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법인카드 보도 등과 관련 김혜경 씨 보도를 그 정도 하면 적어도 김건희 씨 보도도 눈에 띌 정도로 해야 한다. 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기자들 자질 문제로 보여 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런 문제가 있기에 언론사도 사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너무 심할 정도’로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이 되어야 한다. 옥천신문사 같은 경우 편집국장이 임의로 기사 내용을 자르면 합당한 이유를 말해야 한다. 사장 없는 자리에서 합당한 토론이 있다. 자신들 기자를 신뢰 못하면 그것이 문제 아닌가. 편집권이 기자에게 있어야 한다. 언론소비자들도 이런 자각을 해야 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좋은 신문을 내는 건 좋은 소비자들의 역할에 있다. 저는 언소주와 함께 하고 최근 대표 맡으면서 소박해졌다. 언론소비자들이 채널 돌리는 것도 자유롭게 두고, 신문 구독도 자유롭게 맡기라고 요구한다. 편집국장이 사주 말을 듣고 자신 임의로 합리적인 설명 없이 기사를 제거하면 기자들은 일을 할 수 없다. 제조업 회사에서도 팀장이 있고 부장이 있는데 위에서 누군가 독선적으로 일의 내용을 제거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하물며 사회 공기라는 언론사에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면 기자들은 설 길이 없다. 이미 그런 상황이어서 언소주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김건희 씨 ‘줄리 논란’ 핵심은 ‘한 여자의 과거’가 아닌, 권력에 다가서기 위한 ‘과정의 부패’ 의혹으로 여겨진다. 논란의 본질이 흐려지는 분위기인데.

▲ 자연인일 경우와 일국의 대통령 아내이자 영부인 자리에 대한 차이가 있다. 김건희 씨 같은 분들은 당연히 공인으로 봐야 한다. 그런 분들은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자꾸 사적 영역이라고 우기려면 그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 자기검증을 통해 자신이 더 잘 나아가야겠다고 선전포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상식적으로 그런 반응이 있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말 바꾸기가 너무 드러난다. 기성 언론은 그런 것을 반영하지 않는다. 기성 언론들 창간기념일 때 구독자 스스로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언론개혁이 힘든 거 자체가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닉슨을 하야시킨 워싱턴포스트지와 같은 ‘진짜 언론’이 우리에게 지금 있는가? 언론이라고 우기니까 어렵다. 조선일보가 신문인가. 조선일보의 경우 언론개혁의 대상도 아니다. 언론도 아닌데 계속 언론이라고 우기니 문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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