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친환경’ 선택 아닌 필수
기업들 ‘친환경’ 선택 아닌 필수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04.05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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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플라스틱 감축 선언…“종이로 교체”
전기차 도입·친환경 기업 육성 등 적극 투자
2030대 MZ세대 “비싸도 ‘착한 상품’ 고른다”

[위클리서울=김정현 기자]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느냐’를 따지기 시작했다. 내가 구입한 물건이 숲과 바다, 동물을 헤친다면 아무리 저렴하고 유용해도 사지 않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에 기업들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제품 속에 포함된 플라스틱을 종이로 교체하거나 아예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기업들은 물류센터 등에 사용되는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있다. 친환경 창업 기업을 육성 및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기업 간 결합에서도 친환경 관련 건수가 두드러진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유통업계, 탈(脫) 플라스틱 실천

지난 2020년 12월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등 1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및 음식물 배달 플라스틱 용기 두께 제한 등을 담은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현재 54%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70%까지 상향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분주해진 업계는 다름 아닌 카페 업계다. 카페는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 포크, 물티슈, 냅킨 등의 사용으로 일회용품 배출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컵 곁 면에 인쇄된 카페 로고가 테이크아웃 플라스틱의 온전한 재활용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커피 프랜차이즈에 대한 환경 파괴 질타가 이어졌다.

이 같은 지적을 가장 적극적으로 돌파하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텀블러 등 개인컵을 가져오는 손님에게 음료를 할인해 주거나,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모으는 리워드로 돌려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23개 매장은 지난해 말부터 ‘일회용컵 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음료를 매장용 머그컵이나 개인용 텀블러에 담아준다. 고객이 요청할 경우 1000원의 보증금을 받고 리유저블컵(다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현재 서울 일부 매장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11월 6일부터 스타벅스 서울 지역 12개점에서 일회용컵 사라진다
스타벅스 리유저블컵(다회용컵) ⓒ위클리서울/ 스타벅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폴바셋 역시 지난해부터 전 매장에서 기존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종이 빨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 종이 빨대는 물론 음료 위에 토핑 된 아이스크림이나 프라페 등을 음용할 때 사용되는 ‘스푼 빨대’ 역시 사선으로 커팅 돼 사용감을 높인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빨대 없이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음용형 뚜껑도 전 매장에 도입 중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생분해성 소재인 밀겨로 만든 접시와 포크로 구성한 '투썸 에코 테이블 웨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접시는 100% 밀겨와 물로만 만들었지만 액체를 제외한 모든 종류 음식을 담을 수 있다. 오븐 및 전자레인지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친환경 포크는 밀겨 10%, PLA(폴리 젖산) 90% 소재로 제작돼 40~50도 고온에도 사용할 수 있다. 폐기 시 30일 내 땅속에서 생분해된다. 퇴비로 활용할 수 있고, 퇴비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반 쓰레기로 처리 가능하다.

유통업계는 특히 무라벨 생수에 적극적이다. 무라벨 생수는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사용하지 않은 생수를 말한다. 음용 후 곧장 분리 배출할 수 있게 해 재활용률을 높인 게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아이시스8.0 에코’ 등 자사 무라벨 생수 판매량이 2억9000만개(2425만 상자)로 전년보다 16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이시스8.0 ECO’ 1.5L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롯데제과의 포장변경 제품 ⓒ위클리서울/ 롯데제과

제과업계와 식품업계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한다. 제품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로 교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부터 과자 제품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전량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약 6개월에 걸친 실험을 통해 ‘카스타드’와 ‘엄마손파이’, ‘칸쵸’에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 포장 방법을 개발했다. 카스타드는 낱봉을 펼쳐 납작한 1층 구조로 변경했으며, 칸쵸는 기존 외포장(비닐)을 종이 재질로 변경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설비에 30여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F&B도 지난해 ‘양반김 에코패키지’를 출시했다. 김 제품은 투명한 플라스틱 트레이 안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없애고 오직 비닐 안에만 김이 담겨있는 것이다. 회사 측은 제품을 뜯는 과정에서 조미김이 찢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 커팅 필름’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고열의 레이저로 필름 겉면에 작은 구멍을 내 점선을 만들어 쉽게 개봉할 수 있게 한다. 해당 기술은 포장재 기업인 동원시스템즈가 2년여간 연구해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의 ‘플라스틱을 줄일 계획이 있나요?’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환경운동연합은 롯데제과와 CJ제일제당, 해태제과, 빙그레, 동원F&B 등에게 플라스틱 감축 계획에 대한 질의를 했고 이에 ‘무응답’하거나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트레이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최근 트레이 없는 조미김이 출시됐는데 이는 플라스틱 트레이가 없어도 안전 확보와 안정적인 생산·유통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며 “기업들이 일회성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플라스틱 감축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속해서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도입·업사이클링·기업합병 적극적

온실가스를 감축해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물류센터 등에서 사용되는 160여대 업무용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업무용 차량은 각 점포에 배치돼 각종 물품 구매, 마케팅 판촉, 등 점포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이마트 성수점이 업무용 차량을 시범적으로 교체했고,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8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차량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이번 전기차 교체를 통해 연간 1100톤의 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고 매년 새로운 소나무 4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쿠팡은 환경부와 서울시, 한국자동차환경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 배송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에 나선다. 이 시범사업은 유통물류 배송환경에 적합한 전기차 충전솔루션이 충분하지 않아 친환경 화물자동차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다. 쿠팡은 협약에 따라 유통·물류 분야 전기화물차 도입 확대를 위한 다양한 과제에 동참할 예정이다. 특히 쿠팡 배송센터인 캠프 내에서 전기화물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환경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전기화물차 운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발판도 마련한다.

 

신세계 강남점 노도 슈즈 팝업(가로1)
신세계 강남점 노도 슈즈 팝업 ⓒ위클리서울/ 신세계백화점

패션기업들은 폐기물을 활용한 의류 및 신발 제작에 나선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강남점 4층에서 친환경 니트 신발을 판매한다. 국내 최초 니트 슈즈 전문 브랜드 ‘노도(NODO)’는 폐패트병 재생원사를 활용한 니트와 접착제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브랜드다. 노란색, 빨간색 등 화사한 색감과 함께 러닝화에 사용되는 특수 소재 인솔을 적용했다. 친환경 제품이지만 착화감이 우수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품은 여성용 플랫 슈즈 기준 8~9만원대로 형성됐다.

무인양품은 친환경 사회적 기업 LAR과 글로벌 친환경 원사 생산 업체 효성티앤씨 협력해 폐페트병으로 만든 스니커즈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2달 간 일부 매장에 페트병 수거함을 설치하고, 이렇게 모은 약 1만6000개 폐페트병을 LAR 측에 전달했다. 이를 효성티앤씨가 친환경 리사이클 원사 ‘리젠’으로 재생해 ‘스니커즈’로 재탄생했다. 해당 제품은 총 1000켤레로 한정 판매된다.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지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친환경 관련 사업 재편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공정위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1년 기업결합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접수·심사한 기업결합 건수가 전년 대비 28.7%(248건) 증가한 1113건으로 집계됐다. 1981년 기업결합 심사제도 도입 이래 연간 심사가 1000건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업(36건), 전기차 관련 기업결합(12건) 등 친환경 관련 기업결합이 다수 나타났다.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 과장은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ㅇ; 높아짐에 따라 제조업 분야에서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결합이,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폐기물·하수 처리업 등과 관련된 결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한몫했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우수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면 타사 상품보다 더 비싸더라도 구입할 뜻이 있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380명 중 48.4%가 ‘ESG 우수 기업제품 구매 시 경쟁사 동일 제품 대비 얼마나 더 지불할 의향이 있나’는 물음에 ‘2.5~5%’라고 답했다. 5~7%(21.6%), 2.5% 미만(17.3%)이 뒤를 이었다.

ESG 관련 친환경 제품 중 MZ세대 소비자가 봤을 때 가장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한 건 ‘무라벨 페트병(41.1%)’이었다. ‘전기·수소차(36.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류(13.7%)’, ‘친환경 세제(7.9%)’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 주로 선택됐다.

이재혁 고려대 ESG연구센터장은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비슷한 품질이라면 ESG를 실천하는지가 구매 기준이 되는 등 자신의 신념에 맞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며 “디지털세대 답게 SNS·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ESG 이슈가 쉽게 대중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ESG경영에 보다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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