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2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 윤 당선인이 생태나 미생물 분야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는 듯하다. 정치인들과 이 분야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을 나눈 적은 없나.

▲ 포럼을 할 때 국민의힘의 정운천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자주 얘기했다. 제가 제안할 때마다 농림부에 위원회 만들고 농경청 참여도 이끌어냈다. 민주당, 정의당 쪽과는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다. 공약 속에도 포함돼 있다. 정 의원은 저랑 과거 광우병 사태 때문에 악연이었는데, 지금은 상생의 동지가 되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화끈하게 밀어주려고 한다. 제가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지 보자고 한다. 선거랑 관계 없이 지금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과거엔 서로 적이었는데 지금은 정치 문제랑 관계 없이 농업 문제와 관련해서 동반자가 되었다.

 

- 화제를 돌려보겠다. 윤 당선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검찰 부분에 역할을 해서 죄를 짓고 법을 어긴 사람들 조사하고 처벌하는 역할과 기능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경력으로 보자면 정치적 한계나 전문성에 있어 제한적이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긴 하다. 총책임자로서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지금은 책임자로 섰으니, 공부를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변 전문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와줬으면 한다. 그런데 이번에 인수위 내용을 보면 농업 부분이 쏙 빠졌다. 저로서는 그게 아쉽다. 코로나 문제나 탄소 문제가 빠져있다. 대선이 끝나도 농업에 대한 인수위는 과거에 항상 있었는데 이번에는 농업 부분이 빠져있다.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서 탄소 문제가 해결되는데 거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농업 부분에 인수위원회 관련자가 전혀 없다. 식탁의 문제를 등한시하는 듯해 우려스럽다.

 

-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얘기가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하필 용산인지가 의문이다.

▲ 지금 청와대 자리도 광화문과 가깝다. 문 대통령도 처음에 광화문으로 옮긴다 했는데 그것도 무리수였다. 지금 청와대를 그대로 둬야 했는데 두 분 다 좀 억지스러웠다. 광화문 공약은 당선을 위한 잘못된 약속이었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 쪽으로 간다고 하는데, 제가 그 문제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하다. 이렇다저렇다 평가하기엔 부족하지만. 다만 대통령이 국방부로 가는 건 상징적일 수 있다고 여긴다. 안보 문제 때문이다. 모양이 불균형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선거가 대다수 안보선거였기에 북한 입장에서는 좀 달리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나. 제겐 그저 곤란한 질문이다.

 

- 광화문은 대통령 보안상 안 된다고 말을 바꾸었다. 정말 보안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 통신이나 전파로 인한 도청, 이런 게 심하긴 하다. 광화문은 좀 우려스럽긴 하다. 여러 가지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처음에 공약 자체를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 세밀하거나 밀도 있는 공약은 아니었다. 장소를 정하는 것은 어쨌거나 상당수 국민들에게 의혹과 비난과 소동을 일으키게 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다들 어려운데 괜하게 국민들에게 시비를 건 듯 보인다. 쓸데 없는 논란을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선이 되었으면 야당에서 주장했던 것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바꾸는지 그런 얘기를 해야 하는데 이상한 이사 문제로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안쓰럽다. 지금 여기 매달릴 일이 아니다. 정책 얘기가 없어 안타깝다.

 

- 투표 결과로 봤을 적엔, 국민의 절반 정도가 윤 당선인의 반대편에 있다. 통합과 협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통합과 협치의 핵심 내용은 어떤 것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결국은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양분 되어 있다. 수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 통합적 정신으로 국민들 마음을 사야 한다. 응급처방을 내야 하고, 그런 것에 집중해야 ‘멘붕’이 없다. 평온을 찾아야 한다. 통합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어젠다가 있어야 한다. 국민 통합을 이뤄내려면, 정책적 의제를 갖고 민생 해결에 관심과 집중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힘을 함께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부차적인 문제로, 정치적 자존심의 문제로 티격태격하면 국민들 마음은 다시 상처받고 갈라지고, 극단적인 국민의 경우 윤 당선인을 향해 비난할 수밖에 없다. 당선인이 대범한 자세로 통 크게 나가야 한다. 그게 국민들 마음을 사는 게 아니겠는가. 상처받은 반대 국민들 마음도 마찬가지고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 남북 문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관건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김정은 혼쭐을 내겠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정치적 수사이지 막상 대통령이 되면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그런 발상과 행동을 하면 당연히 큰일 난다. 과거 선거를 보더라도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선거 때마다 활용해왔다. 반공 이데올로기는 늘 문제가 되었다. 선거 때만 되면 그러했다. 자극했고 보수를 결집시키는 데 활용해왔다. 윤 당선인이 이번에 과감하게 북한에 대한 비난을 했는데, 이는 선거 때마다 써온 전술일 뿐이다. 과거 이회창이 써온 것과 유사하며 우리정치는 선거 때마다 이념대립으로 공작해왔다. 북한을 욕하면 속이 시원하다는 것인데, 막상 당선되면 어쩔 것인가. 핵무장 해있는 북한에게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더 이상 남북간 갈등은 선거에서 이용해선 안 된다. 대선은 끝났다. 윤 당선인이 북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나름대로 생각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여긴다. 막무가내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어쩌겠는가.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전쟁을 일으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강대국들도 핵 들고 있지만 핵 안 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기대한다.

 

-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 합리성을 면밀하게 검증할 것이다.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것이다. 평화나 공존 이후 의제가 키워질 때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정상회담, 가능할 수 있고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민들이 정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공존을 바라면 정치인들은 국민 수준을 믿고 따라갈 것이다. 국민들 의식이 커지면 정치인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이끌어 가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실제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입장을 따라간다. 국민들이 주장하면 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 그간 보수정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적 없다. 보수정당이기에 정상회담을 하면 반전카드로서 국민들에게 오히려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 모험일 수 있다. 자신들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역행하는 것이라 신중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우리 민족이 살아갈 길이고, 남북관계를 떠나 남한이 편안하게 살려면, 그렇게 판단하게 되면, 나중에 보수 정권이 표를 적게 받더라도 혹 비난을 받더라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가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야 길이라면 보수정권이라 하더라도 길을 열어야 한다. 보수정권이 한번 판을 깨었으면 한다. 우리 민족처럼 독창성 강한 민족이 없다. 한번 판을 깨면 안 될까. 철조막이 있어도 우리는 세계 최강국 대열에 서있다. 보수정권이 정상회담하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언젠가 박수받을 것이다.

 

- 만약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요구되는 주 의제들은.

▲ 지금 북한은 경제 문제, 식량 문제로 힘들다. 이걸 풀어야 한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쑥대밭이 되었다. 침략과 전쟁에서 하루아침에 죽는다는 생각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강의 무기를 개발하자’ 이런 생각을 한 게 북한이다. 우리는 반대로 경제성장해서 경제대국이 되었다. 우리는 외국의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근데 북한은 자원이 많다. 북한은 식량과 경제 문제 해결하고, 우리는 경제를 ‘돌려서 생산’하니까, 서로 물물교환해서 상생해야 한다. 러시아 지하자원과 가스 등 에너지 부분을 관으로 묻어 공급을 받고 기술적으로 북한에게 지원하면, 동유럽 서유럽까지 물류 교환이 가능하며 그렇게 되면 서로 잘 살 수 있다. 엄청난 의제들이 있고 엄청난 경제 성과가 있다. 그런 것들이 의제가 되어서 이제는 대륙으로 나갈 생각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조금만 고민하면 윤석열 당선자에게 전국민이 박수칠 수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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