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3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이번 전쟁, 언제 어떻게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나.

▲ 이미 동부의 신나치 아조프연대 등은 괴멸되었고 전체 우크라이나 군대도 위축되었다. 서방 매체의 보도와는 달리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특수작전은 러시아의 의도대로 머지않아 평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러시아가 특수작전 종결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 않고 중립화로 가면서 러시아의 핵심안보 라인이 위협받지 않게 될 것을 조건으로 내걸 것이다. 만약 미국과 나토가 위의 러시아 해법을 거절하고 전쟁재개를 택할 경우 이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전면전과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서방의 운신의 폭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전쟁이 끝나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재설정 될 것 같은데.

▲ 미국의 유일 초 단극 패권주의 종말이 촉진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강력하게 미국의 단극패권주의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달러 기축통화로 이뤄진 미국의 경제구조 또한 급속히 허물어지면서 패권 역량도 축소될 것이다. 세계는 장기적으로 다원주의 세계질서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얻을 것으로 보이나.

▲ 나토의 동진확장에 따른 핵심 안보위협의 제거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거주 러시아인들의 생존권 확보다. 미국의 유일패권주의의 독단적 세계질서 구도에 파열을 내어 새로운 세계질서의 본격적 출발을 기할 것이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를 남북관계와 비교하자면.

▲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권일 수밖에 없는 우크라이나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 사이에 균형을 취하면서 중립적이고 독자성을 가진 행보를 했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2015년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돈바스지역의 2개 자치국 등과 합의한 민스크협정을 미국의 압력으로 파기하고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면서부터 오늘날의 비극은 예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중·러와의 전략경쟁을 이념적 대결로 몰아 신냉전으로 전화시키면서 러시아 약체화를 위한 도구로 우크라이나는 전락될 수밖에 없었다. 자주성을 상실한 경우 강대국에 의해 바둑판 사석으로 전락할 위험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게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사태다. 한반도 경우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어 우크라이나보다 더 열악한 처지다. 남쪽은 한미동맹에 의해 대 미국 예속이 극도로 심화되어 있다. 북은 비록 자주성을 시종 견지해 왔지만 중국에 밀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몰리고 있어 독자적 행보가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 한반도에서도 이런 전쟁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어 한반도가 미국에 의해 바둑판 사석이 된 우크라이나 꼴로 내몰릴 위험이 적지 않다. 특히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도전으로 무력충돌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벌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바로 한국에 직결된다. 왜냐하면 남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평택미군기지가 있고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은 중국의 심장부인 베이징과 상하이와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의 군사기지이다. 더구나 미국은 이미 주한미군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있어 주한미군과 그 기지를 중국과의 충돌이나 전쟁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 이는 유엔의 기준에 의하면 한국이 참전국으로 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어 한국군까지 참여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까지 한미동맹을 포괄동맹으로 확대하였기에 한국과 한국군의 개입을 미국이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제타격 등 북한을 혼쭐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는데.

▲ 후보 시절이었으니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겠는가. 실제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심각하다. 철부지 어린애 수준의 인식이나 판단력으로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없다고 본다. 더구나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군사나 전쟁의 문제는 남북공조로 그 씨앗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젤렌스키와 통화를 했고 앞으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 무기까지 지원할 수도 있어 보인다. 다시 고민해야 한다. 만약 윤 대통령의 과거 입장이 현실화 된다면, 곧바로 한반도에 걸친 4강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와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쿼드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등 대 중국 포위봉쇄 전략에 적극 참여도 공언해 왔다. 여기에 더해 현실적으로 한미 사이에는 기존의 김정은 참수작전을 포함하고 있는 작전계획5015를 대체할 새로운 작전계획을 곧 마무리할 예정이다. 1단계 전략기획지침(SPG), 2단계 전략기획지시(SPD)를 넘어 마지막 작전계획 수립단계다. 이 작전계획은 대 중국 포위봉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나토의 아시아판 확대로 조·중·러 대 미·나토·일·한의 대결구도가 뚜렷하게 형성될 우려가 있다.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로 내몰릴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구도를 예방하기 위한 국민들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요구된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북의 요구대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의 생명권이 보장됨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다. 미국은 휴전 이후 70년 가까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전략경쟁이 신냉전 상태로 접어들은 현 시점에서, 미국이 대북 유화정책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남북 협력과 주도이고, 북은 수세적 입장에 위치함으로 남측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 표면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남한의 군사력은 세계 6위일 정도로 북을 압도하고 있다. 북은 군사력 열세와 주한미군 때문에 핵개발에 매달려 생명권을 확보하려고 한다. 북의 총 경제력 또한 남의 군사비 정도에 불과하고 외교적으로도 고립되어 있다. 더구나 미국 주도의 제재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북의 생존권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이 미국에 종속되지 않고 남북공조로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푸는 자주성을 가져야 한다. 전작권 환수, 한미군사동맹의 우호친선협력관계로 전환, 주한미군의 근본적 변환 등으로 자주적인 대미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2019년 정상회담 당시 한북미1
2019년 정상회담 당시 ⓒ위클리서울/ 청와대

- 대북정책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공과가 있다면.

▲ 2017~2018년 한반도 전쟁위기를 북미 정상회담까지 연결시켜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한 점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북과의 9.19 군사분야합의서 등 획기적 틀은 마련했지만 이를 이행할 전제조건인 대미 자주성을 갖지 못해 실제로 폐기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군사비를 거의 GDP 2.9%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리고 군사력을 지나치게 키워 평화지향과는 반대방향으로 기울었다.

 

- 차기 정부에서도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 이 상태로는 전혀 없다.

 

- 종전선언을 한들, 한낱 수사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 그 자체가 큰 변화를 수반하지는 않을지라도 미국에게 멍에를 씌워 평화협정 방향으로 이끄는 효과는 있다. 남북과 북미 사이 모든 게 단절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은 윤석열 정부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 남북이 상생하기 위해 현 정부에게 요구되는 점이 있다면.

▲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로 몰리는 구조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미 및 대일 예속지향적인 전략은 스스로 구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길을 재촉하는 길이다. 특히 한미일 군사동맹 복원이나 강화 및 나토의 아시아판 참여의 경우, 완전히 미국의 하수인이 되는 꼴로 중·미 전략경쟁 또는 신냉전의 희생양을 자초하게 된다. 이러한 구도를 미리 막는 게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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