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이상 성인들에게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
22세 이상 성인들에게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2.11.09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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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드라마 ‘비트윈(Between, 2015)’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프리티 레이크’는 인구 8천 명이 소소하게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갑자기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죽기 시작한다. 바이러스의 정체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망하는 이들의 나이는 22세 이상의 사람들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에서 지난 2015년 첫 공개된 드라마 ‘비트윈(Between, 2015)’은 외부로 격리된 생존자들이 감염자들과 이들을 통제하려는 세력 가운데서 생존하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선택과 과정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평상시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전염병이 퍼졌을 때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전 세계인 중 무려 650만 명(10월 기준)의 사람들이 죽었다. 가족이었고 친구였던 많은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뿐인가. 살아남은 이들도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격리’를 통해 우리는 소외감과 절망감, 상실감을 경험해야 했다. 드라마 ‘비트윈’ 속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비트윈'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22세 이상만 감염돼 죽는 이상한 변종 바이러스

신나게 속도를 높이며 질주하는 한 남자. 바로 ‘척’이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금수저’ 인생을 즐기는 중이다. 그런데 과도한 속력으로 인해 차 사고가 나고 만다. 척이 사고를 내고 집에 들어오면서 마을에는 이상한 변화가 생긴다. 우연일까? 척의 어머니가 갑자기 입에서 피를 흘리며 돌연사하고 연달아 다른 마을 사람들도 갑자기 피를 흘리면서 죽기 시작한다. 사망자들은 점점 늘어간다. 아들과 집에서 멀쩡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년의 여성도, 레스토랑에서 약혼녀에게 반지를 건네며 프러포즈를 하던 남성도 갑자기 아무런 원인을 알 수 없이 검붉은 피를 왈칵 토하며 쓰러지는가 싶더니 이내 숨을 거둔다. 사망자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자 정부에서는 심각성을 느끼고 완전 무장을 한 군인들을 마을에 투입시킨다. 마을 주민들을 타 도시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격리시키기 위해서였다.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마을에 갇힌 주민들은 격렬하게 항의를 한다. “아니, 이건 우리 모두 죽으라는 뜻이잖아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의 항의는 간단하게 묵살된다. 정부는 주민들의 반발은 무시하고 더욱더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시킨다. 마을은 무려 ‘무력 허가 구역’으로 바뀌어 통제되기 시작한다. 주민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주변을 전기 철조망으로 빼곡히 둘러쌓는가 하면 총을 든 군인들이 보초를 서며 24시간 감시하게 된다. 언론에서는 이 작은 마을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프리티 레이크 마을에 사는 22세 이상의 주민들이 모두 사망했다는 속보였다. 왜, 이 마을에서 22세 넘는 이들이 모두 죽었을까? 아직 알 수 없다. 영화 속 이야기에 우리는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고령자들이었다. 젊은이들은 바이러스에 버티어 낼 힘이 있었지만 나이가 많은 이들은 면역체계에 취약했고 바이러스는 이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쳤다. 죽음은 이들에게 가장 많이 찾아왔다. 영화에서도 같았다. 물론 ‘22세 이상’이라는, 연령이 현저하게 더 많이 내려가기는 했지만.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마을은 이제 22세 이상 넘는 성인들이 전부 죽고 난 후 바이러스가 소강상태를 보인다. 그렇게 마을을 지키던 모든 어른들이 죽어버리자 어린이들이 차를 운전하고 건물을 파괴하고 상점을 약탈하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무법천지가 되어버린다. 치안이 부재한 탓에 법을 지킬 필요가 없는 아이들의 세상이 된 것이다.
 

드라마 ‘비트윈'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드라마 ‘비트윈' 스틸컷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바이러스를 통제하려는 세력과 이를 기회로 삼는 세력

이러한 가운데 처음 등장했던 ‘척’이 활약하게 된다. 척은 마을의 치안을 지키겠다며 범죄를 하는 아이들을 처벌하지만 그가 내세운 방법은 좋지 않았다. 그가 범죄를 단죄하겠다며 기둥에 묶고 임의대로 벌을 준 한 소년이 당뇨병으로 쓰러지면서 척의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가진 이들이 생긴다. 하지만 여전히 척은 자신의 방법대로 마을을 통제하고자 한다. 척의 친구 ‘빈스’가 갑자기 아프면서 척은 빈스를 비행기에 태워 다른 마을로 보내려고 한다. 척을 고든이라는 친구가 “비행기가 격추당할 위험하다”라며 만류하지만 척은 고집을 꺽지 않는다. 하지만 고든의 생각대로 정부군은 빈스가 탄 비행기를 격추시켜버리고, 척은 눈앞에서 불덩이에 휩싸여 떨어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큰 충격에 빠진다. 척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지 않았다면 빈스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책한다. 한편 ‘아담’과 ‘와일리’는 정전이 난 틈을 타 철조망을 뚫고 타 도시로 탈출하려 한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 철조망은 가볍게 통과. 하지만 이렇게 쉬울 리가, 뭔가 이상하다. 아담이 와일리의 가방을 수풀 속으로 던지자 폭발음이 일어나면서 가방이 공중분해된다. 그대로 직진했다면 이들의 목숨은 이미 하늘로 날아갔을 터. 이처럼 타 도시로 이동하는 길목 곳곳에는 이미 지뢰가 설치되어 탈출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제 이들은 마을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또 새로운 희망도 있는 법. 뉴스에서는 이 괴이한 변종 바이러스가 치료될 수 있는 약이 개발됐다고 보도한다. 전원 접종하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에도 소식이 전달된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치료제는 사실 없었다. 아담은 바이러스를 직접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담은 생존을 위해 정부가 하라는 것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부는 접종을 빌미로 마을 사람들을 전부 죽이고자 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이렇게 무섭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가의 중요성을 너무나 깊게 알게 되었다. 치안이 무너지고 국가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얼마나 쉽게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지,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는 또 어떠한지 우리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어떤 국가는 모든 사람들을 강제로 도시에 가두고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통제하는가 하면, 바이러스를 그대로 확산되도록 놔둬서 자연적인 면역체계를 달성하게 한 국가도 있었다. 선진국이라는 불리는 국가들 또한 예외는 없었다. 우리는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선진국들의 부끄러운 의료시스템의 민낯도 똑똑히 지켜보았다. 코로나 19 초기 당시 이탈리아 신문에 여백 하나 없이 빼곡히 실렸던 고령자들의 부고 기사는 전 세계인들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뿐이랴, 죽음을 앞둔 수많은 눈물겨운 사연들이 매일 세계 곳곳에서 타전됐다. 전쟁과 같은 죽음이 쓰나미처럼 지난 3년간 밀려왔다. 더 끔찍한 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도 사망자 숫자는 30을 가리킨다.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이 일상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잔인하다. 영화 속 외부인 ‘리암’이라는 남성의 등장은 영화 속에 새로운 반전이 있음을 시사한다. 리암은 치료제 접종을 하게 되면 모두 살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정말 리암의 치료제는 효과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치료제를 맞고 모두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부분을 암시하며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다. 바이러스로 인한 끝은 누구도 결말을 속단할 수 없다. 마치 지금의 우리들의 상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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