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넷플릭스 영화 ‘어웨이크(Awake, 2021)’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한 여성이 딸과 아들을 태우고 운전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여자의 차는 중심을 잃고 튕겨 나가 호수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가까스로 물 밖으로 나왔으나 딸은 의식을 잃은 상태다. 보안관이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다행히 딸은 호흡이 돌아온다. 혹시 몰라 병원을 찾은 여자. 하지만 병원은 이미 전기가 끊겨있는 상태이고 이들과 비슷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로 아수라장이다. 그날 밤, 사람들은 전부 잠을 자지 못하고 미쳐 날뛰었고 심지어 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혼수상태에 있던 환자들이 일제히 깨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넷플릭스 영화 ‘어웨이크(Awake, 2021)’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하는 현상을 겪는다. 마치 한순간에 바이러스에 전염된 것과 같이 모든 이들이 동일하게 불면증을 겪게 된다. 모든 전기와 통신이 끊긴 세상에서 잠을 잘 수 없는 사람들. 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 ‘어웨이크’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어느 날 갑자기 깨어버린 사람들,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48시간 동안 잠을 못 자면 비판적 사고가 흐려지지. 96시간 동안 깨어있으면 환각 현상과 운동장애가 일어나. 다음에는 장기가 멈추고... 결국 심장이 멎을 때까지 마비된 채 뻗어있게 돼.”

주인공 질(지나 로드리게스 역)에게 과거 함께 일했던 의사 동료는 앞으로 사람들은 잠을 자지 못할 것이며 그로 인해 벌어질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미 육군 의무병으로 근무했던 질은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자신의 근무지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약을 팔아 근근이 생활을 해왔다. 동료와 마주친 이 날도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하자 그녀에게 약을 요구했고 전 직장에 몰래 숨어들어 약을 훔치려고 하던 차에 옛 동료였던 의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동료는 사람들이 잠을 못 자는 이상한 현상을 설명하면서도 치료제를 만들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 이러한 기이한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잠을 들 수 있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마치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슈퍼항체를 가졌다는 말과 같다. 남자는 그러한 여성을 중심으로 ‘허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서 무엇이 문제인지 치료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 하는 것이다.

잠이 들 수 있는 여성은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이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질은 얼떨결에 자신의 딸 마틸다가 잠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허브로 가는 것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능적으로 생각한 듯하다.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다시 한번 딸이 잠드는 것이 맞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정말 마틸다는 잠이 들었다. 단순히 교통사고가 난 후 의식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자, 상황은 정말 마틸다가 ‘잠’에 대한 ‘슈퍼항체’를 가진 모양이다. 그런데 마틸다를 둘러싸고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마틸다가 잠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 마틸다를 제물로 바쳐 이 일을 해결하고자 도모했기 때문이다. 이 무슨 어이없는 시추에이션으로 치닫는 것인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나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겪었던 수많은 종교 단체들의 행동에서 일어났던 유사 방역의 현장과 가짜 뉴스를 생각해보면 아아, 하고 이해가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태의 전염병 팬데믹 상황에서는 보통 상황에서는 당연한 이성과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영화 ‘어웨이크’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여성을 재물로 바쳐 세상을 구원하자는 비상식적인 세계

교회에 모인 사람들은 마틸다를 엄마 질에게 보내려 하지 않는다. 질의 동료는 마틸다를 데리고 허브로 가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동료를 죽이게 되고 질은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간다. 이 과정에서 새로 만난 조력자 닷지(셰미어 앤더슨 분). 질과 닷지는 질의 딸인 마틸다와 아들 노아를 데리고 치료제를 찾기 위해 허브에 도달한다. 그곳에서는 잠이 든 여성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는 끔찍한 진실에 묵도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여성은 6개월 동안 치료제를 만들려고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우왕좌왕하던 마틸다와 닷지는 군인들에게 잡혀 임상시험에 참가하게 된다.

영화는 대부분의 팬데믹을 다룬 재난영화가 그러하듯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재난 상황이 온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세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춰 극이 흘러간다. 타인에게 폭력성을 얼마나 보이며 얼마나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생길까 하는 부분에 더 큰 내용을 담았다. 때문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정은 미흡하다. 영화 중간에 “태양 표면 폭발 같은 게 일어났었나 봐”라고 말하는 여자의 말이 영화가 왜 이런 상황에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가장 가까운 단서다. 그냥 그런 일이 생기면서 전기와 통신이 끊기고 사람들도 잠을 못 자게 되었다? 태양 표면 폭발이 되면서 인간의 신체 리듬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설정인데 그저 대사로 처리된 상황이라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마치 코로나19가 전혀 알 수 없는 정보로 인류를 패닉에 빠뜨린 것과 같이 이들이 왜 잠에 못 들게 되었는지는 명쾌하지 않다. 영화적 상상만이 중요했던 탓일까.

드라마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극 흐름의 구심점을 잃는다. 그렇다고 해도 전기와 통신이 끊긴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전쟁과 같은 괴로움일 것이다. 거기에 잠을 자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득실 된다면? 이야기의 설정은 매우 흥미롭지만 이를 끌고 가는 힘은 나약하다. 게다가 이런 재난 상황에서 정부는 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재난이 오면 어느 나라나 역시 ‘각자도생’인 것인가. 엄마가 아이를 지키는 과정은 힘겨워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짠한 마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결국 스스로 가족을, 나를 지키는 것이 최선인가 보다.

코로나19가 재 확산되고 있다. 언제쯤 이 팬데믹은 끝이 날 것인가. 겨울이 오면서 코로나19는 독감과 함께 ‘트윈데믹’으로 또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도 영화는 이 말도 안 되는 팬데믹을 끝낼 엔딩이 준비되어 있다. 마틸다와 노아는 잠이 들 수 있는 치료제를 찾는다. 그것은 자신들이 잠이 들었던 과정을 겪으면 된다. 바로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것’이었다. 마틸다는 차 교통사고에서 물에 잠겨 질식사했다. 마틸다가 호수에서 빠져나와 보안관의 CPR을 경험하면서 다시 살아났고 잠이 들었던 것이다. 오빠 노아도 마찬가지다. 극 말미에 감전사했다가 심장제세동기를 이용해 다시 살아났고 잠이 들었다. 이제 엄마 질의 차례다. 오랜 시간 잠을 자지 못해 질은 거의 마비가 온 상태다. 마틸다와 노아는 엄마를 호수로 끌고 간다. 그리고 엄마를 물에 빠뜨린다. 과연 엄마도 다시 죽었다 살아나면서 잠을 잘 수 있게 될까? 이렇게 인류가 다 죽고 다시 살아나게 되면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을 뒤로 한 채 영화는 나름대로 결말을 맺는다. 답답한 상황에 대한 과학적인 원인과 결말에 대한 설명은 영화에서도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찾기 어렵다. 스스로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겨울도 트윈데믹의 시련을 버텨 봄을 맞이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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