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서울 가락시장

가락몰 전경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가락몰 전경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서울에서 가장 활기찬 새벽을 맞이하는 재래시장은 어디일까?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농수산 도매 시장인 ‘가락시장’이다. 정식 명칭은 ‘가락시장 농수산물 종합 도매 시장’. 이곳에서는 모두 잠든 시각 가장 활발하게 하루가 시작된다. 보통 청과물은 새벽 2시부터 시작해 밤 11시까지 수산물은 밤 11시에서 아침 7시 사이에 경매가 마무리된다. 가장 먼저 새벽을 여는 과일은 포도, 복숭아, 감귤, 단감, 딸기 등이다. 사과나 배, 수박 등은 아침 8시다. 저녁에는 상추, 옥수수, 대파, 시금치, 아욱, 근대가 경매장에 오른다. 수산물은 저녁 9시경 선어가 가장 먼저 경매장에 오른다. 패류는 새벽 1시, 활어는 새벽 3시 30분에 상인들을 맞이한다. 하절기와 동절기 구분이 있어 다소 시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락시장 경매장의 분주함은 추운 겨울에도 예외는 없다. 가락시장 경매장에는 모인 사람들의 열기로 인해 별도의 보온 장치가 없어도 후끈 달아오를 정도다. 가락시장의 24시간은 매일 365일 동일하게 돌아간다. 연중무휴다.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 가락시장 전경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 가락시장 전경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새벽을 여는 상인들로 분주한 서울 최대 규모 농수산 도매시장

가락시장은 청과, 양곡, 축산, 어류, 해조류를 다루는 상점 3,300여 개 업체 1만 3천여 명 상인들이 모여 서울의 농수산 도매를 책임지고 있다. 부지만 해도 54만 3,451㎡(약 16만 명)으로 국내 재래시장 중 이정도 규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거래량도 엄청나다. 가락시장에서 취급하는 총거래량은 서울시 소요량의 무려 49%를 차지할 정도다.

 

각종 건조분말이 진열되어 있는 가락몰 1층 상점
각종 건조분말이 진열되어 있는 가락몰 1층 상점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건어물 상점들
건어물 상점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1985년 청과 및 수산 시장이 개장되고 이듬해 축산 시장이 개장된 이후 40여 년간 서울 지역 먹거리를 공수해온 가락시장은 십 수년간 시장 이전이냐, 현대화냐의 갈림길에서 오랜 진통을 겪고 최근 새롭게 현대화된 건물로 탈바꿈되었다. 이제 가락시장은 농수산 도매 시장에서 도서관, 대규모 식자재 마트, 유통 마트, 수산 상점, 식당 등으로 확대되어 인근 주민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대규모 상권으로 변모되었다.

 

가락시장 수산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가락시장 수산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대규모의 주차장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대규모의 주차장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현대식으로 신축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바로 교통이다. 가락시장은 교통이 편리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가락시장역은 지하철 8호선과 3호선 모두 통과하는 환승역이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에스컬레이터로 바로 가락시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조건을 갖췄다. 대중교통이 아니더라도 차를 가지고 오기에도 편리하다. 대규모 주차장도 구비되어 있어 무거운 짐을 지고 갈 수고를 덜어준다.

 

수산물 시장 내부_생선을 사기 위해 많은 고객들이 찾는다
수산물 시장 내부_생선을 사기 위해 많은 고객들이 찾는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가락시장에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수산물이다. 노량진 수산시장과 가락동 수산 시장은 대한민국 수산 시장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다. 현대화가 진행되고서 노천에 있던 가게들이 전부 현대식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상점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서 무엇보다 과거보다 더욱 위생적으로 횟감과 다양한 갑각류, 어패류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회를 뜨면서 생기는 각종 핏물과 부산물, 운반 과정에서 생기는 비린내와 이로 인해 생기는 물 웅덩이 등 저렴하게 수산물을 사는 혜택이 있는 위생 측면인 부분을 포기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산시장 내부 수조
수산시장 내부 수조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수산시장 어패류 상점
수산시장 어패류 상점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현대식 건물에서는 깔끔한 내부와 이동 통로가 확보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거의 사라졌다. 무리한 호객 행위나 과도한 상차림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많이 사라졌다. 물론 지금도 수산 시장에서 횟감을 골라 올라오면 상을 차려주고 인당 몇천 원, 수산물을 쪄주고 끓여주고 하면서 생기는 몇만 원짜리 상차림 비용을 받는 식당이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편리성이 더 가미되었을 뿐 과도한 부분은 거의 사라졌다. 또한 가락몰 안에는 아예 처음부터 가격이 정해져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도 생겼다. 수산 시장에서 횟감을 고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과 먹거리를 파는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싱싱한 활어와 각종 생선과 어패류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싱싱한 활어와 각종 생선과 어패류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시장 안에 왜 도서관이 있을까? 도서관 품은 특색있는 시장

가락시장은 현대화된 가락몰이 있고 경매장과 도매를 취급하는 도매 시장이 있다. 가락시장은 그 규모만큼 진입할 수 있는 문도 다양하다. 남 1문은 가락몰과 연결된다. 가락몰은 크게 청과물 시장과 수산 시장, 축산시장으로 구분된다.

가락시장역과 바로 인접한 가락몰로 진입하면 수산 시장이라고 적힌 가락몰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수산 시장이라고 크게 적혀있는 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신선한 활어들이다. 활어들이 수조 속에서 싱싱한 자태를 자랑하며 손님들을 끌어당긴다. 횟집 수만 해도 100여 군데다. 약간의 호객 행위가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조용한 편이다. 마음에 드는 횟집으로 자리를 정하면 된다.

 

축산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락몰 1층
축산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락몰 1층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수산시장 옆으로 축산시장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수산시장 옆으로 축산시장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조금 더 들어가면 축산물 시장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축산시장도 현대화되어 건물 안으로 들어온 상태다. 축산물 센터에서는 한우 1++ 등심을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축산 시장 규모도 엄청나다. 축산 1길, 2길, 3길, 4길 등 축산 상점들이 도열한 길이 4개나 된다. 축산 시장을 지나면 채소시장과 연결된다. 시장 뒤로는 채소 경매장, 청과물 시장동과 연결된다. 그 뒤편으로 무배추 경매장이, 북 1문으로 나갈 수 있는 문 앞에는 식품종합상가가 있다. 옆에는 남문이 있다. 남문 뒤로는 냉동창고, 수산물 시장동과 경매장이 있다.

 

손님이 원하는 만큼 부위별로 잘라 제공되는 축산물 상점
손님이 원하는 만큼 부위별로 잘라 제공되는 축산물 상점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이렇게 거대한 가락시장에는 시장 말고도 또 다른 도매상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가락몰 2층에는 다농 마트라는 유기농 식자재 할인점이 있다. 종합식품 및 주방용품 대형매장도 있다. 일반 마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각종 식품들이 대량 묶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보리건빵도 20kg 쌀 포대에 담긴 대용량이 있는가 하면 김치냉장고에서 사용하는 용량의 대형 용기에 담긴 고추장, 된장, 쌈장 등의 장류도 있다. 치킨 전문점에서나 사용할 것 같은 비법 소스들도 한가득이다.

 

과일 채소가 있는 가락몰 지하1층_에스칼레이터로 내려가는데 코로나로 인해 잠시 막혀있다
과일 채소가 있는 가락몰 지하1층_에스칼레이터로 내려가는데 코로나로 인해 잠시 막혀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일년 365일 분주하게 돌아가는 청과 경매장
일년 365일 분주하게 돌아가는 청과 경매장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다시 축산물과 수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이다. 지하에는 과일 상점들이 있다. 도매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상점들이 다 문을 열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매상들도 많아서 언제 가든지 싱싱한 과일을 살 수 있다. 과일을 저렴하게 살려면 너무 이른 시간에 가면 안 된다. 경매가 끝나고 난 후 마무리되는 오전 11시 정도가 적당하다. 슬슬 가격도 물어보면서 싱싱한 과일을 골라 구입하면 된다. 바로 옆 동으로 가면 각종 반찬 등을 판매하는 전문점과 와인 전문점, 수입 식자재 센터가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가락시장 안에 자리잡은 가락몰 도서관
가락시장 안에 자리잡은 가락몰 도서관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가락시장은 단순히 시장으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도서관이다. 재래시장 안에 도서관이라니, 신기하다. 가락시장 안에는 ‘가락시장 몰 도서관’이 있다. 시장 건물과 별도로 마련된 가락몰 업무동 4층이 바로 도서관 자리다. 시장 구경도 하고 책 구경도 하고 1석2조다.

 

가락시장은 책을 품은 도서관 시장이다
가락시장은 책을 품은 도서관 시장이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이 도서관은 다른 기존 도서관과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농수산 도매시장 안에 위치한 도서관답게 ‘식문화 특성화 공공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에는 쿠킹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수업을 진행된다. 도서관 안쪽에는 ‘음식 및 식문화에 관한 책’에 대한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다양한 식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한동안 코로나로 인해 운영을 못했지만 과거에는 옥상에 텃밭 가꾸기 등의 체험 코너도 도서관에 빠질 수 없는 특색 코너였다. 가락몰 도서관은 그동안 다양한 텃밭 체험을 마련해 ‘살아있는 도서관’으로 지역 주민에게 자리매김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면 이곳은 예전처럼 아이들과 도서관 옥상을 찾을 것이다. 새봄이 오면 그러한 즐거운 일들이 더 많이 가락시장 안에 생겨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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