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에 응답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아픈 이들의 눈물에 응답하지 않는 사회는 비정한 사회입니다. 우리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장영식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에 응답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아픈 이들의 눈물에 응답하지 않는 사회는 비정한 사회입니다. 우리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장영식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성공회대 사회학과 김동춘 교수는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정치는 국민의 고통과 자신의 권력을 맞바꿨다”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저는 “눈물에 응답하지 않는 사회”라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세월호 생존자 중의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세월호 때도 ‘정치에 이용당한다, 시체팔이를 한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후에도 똑같은 말을 들으면서 우리 사회는 세월호 이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절망합니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절대선은 ‘돈’이며 ‘이윤’이 된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이후 “이윤보다 안전”을 외쳤지만, 변한 것이 없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섰다가 저녁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는 불평등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대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저주와 분노를 쏟아내는 배설구가 되었습니다. 정치의 본래적 의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공적 이익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에만 급급할 뿐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에 응답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연민 없는 괴물 같은 거대 양당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천박한 언어들이 한국 정치의 수준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언어들에 응답하는 대형 언론들의 선정적인 모습은 추악하기만 합니다.

지금도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며 절규하던 밀양 할매들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세월호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의 눈물이 선명합니다.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이 차가운 거리에서 피를 토하듯 울부짖는 소리가 온몸으로 파고듭니다. 장애인들이 차별을 반대하는 눈물겨운 투쟁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등 우리 사회의 숱한 안전장치들 속엔 장애인들이 '우리 모두를 위해' 빚어낸 투쟁의 숨결이 깃들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에 응답하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연민 없는 사회는 비정한 사회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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