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2명 무관 계열사에 파견해 빈축, 200명 휴직처리도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SM그룹 본사 앞에서 노조가 부당 인사발령 철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위클리서울/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SM그룹 본사 앞에서 노조가 부당 인사발령 철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위클리서울/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SM그룹 건설 계열사의 직원들 다수가 업무와 무관한 타 계열사로 발령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원하지 않았음에도 현장직에 파견된 것인데 또 다른 계열사도 수 백 명을 휴직처리 하는 등 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M그룹(회장 우오현) 관계사 티케이케미칼은 최근 직원 200명이 휴직 처리된 데 따라 해당 직원들이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SM그룹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휴직 이후 정리해고 등이 이뤄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사측은 어려워진 회사 사정으로 인해 조치를 취한 것일 뿐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티케이케미칼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경영 정상화를 위해 휴직 처리한 것일 뿐 향후 계획은 논의 및 확정된 바가 없다”라며 “상호 무리 없는 원만한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사측의 입장이 정리되면 공시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회자들의 불안감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그룹 건설 계열사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동아건설산업·삼환기업지부는 SM그룹 본사 앞에서 사측의 부당인사 발령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SM그룹은 30년 이상 행정 업무만 해온 고령 직원들을 그룹 계열사 현장직으로 파견 보냈는데 이 같은 결정에는 우 회장의 입김이 있었다는 것.

이들은 “SM그룹이 해고를 목적으로 직원들을 현장으로 파견 보내고 업무강도를 높여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일하는 직원들을 만들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은 이번 인사가 누수되고 있는 불필요한 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파견된 인력들이 전문가가 아닌 데다 대부분 고령 및 여직원들 이라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원하지도 않는 직원 42명을 출장 형태로 전혀 무관한 계열사로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본사의 취지에 맞는 적합한 인력이 재선출되도록 1인 시위 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측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발령에 불만을 품고 구제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각 계열사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적인 자세를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혁신, 미래가치 창조, 꾸준한 사회공헌”을 경영 슬로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SM그룹은 최근 2년간(2020~2022년) 해운 및 건설부문의 약진으로 그룹 전체 부채비율이 2020년 말 186%에서 2022년 말 90%대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우 회장의 슬로건은 위기 상황에서도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 제고 등 내실경영과 지속가능한 혁신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이번 행보는 혁신을 강조한 우 회장의 슬로건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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