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전환’ 속도…거세지는 노조 반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전환’ 속도…거세지는 노조 반발
  • 방석현 기자
  • 승인 2023.03.20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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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어 청주까지 전환 예고
노조 “건강권·휴식권 침해 말라”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월 2회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이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평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대구시는 이미 2월 13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대구시의 결정에 마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를 배제하고 결정을 내린 홍준표 대구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거센 항의를 표시하고 있다.

최근 청주시 이범석 시장도 의무휴업 평일변경 추진 계획을 내놓으면서, 충청권 마트 노동자들도 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청주 육거리 종합 시장을 다녀간지 일주일만에 청주시가 의무휴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의무휴업 평일 변경이 정부 여당편의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실효성 놓고 갑론을박

월 2회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도입됐으나 10년 넘게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쉰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 오히려 온라인 시장 성장을 키웠다’는 골자의 경제연구원 보고서들도 몇 차례 등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2021년 1월 발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절반 이상(58.3%)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휴일에 집 근처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대형 오프라인 매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대형마트 안에 입점돼 있는 상인과 상품을 공급하는 농장 등, 근로자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경련은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가 입점 소상공인과 주변 상가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해석은 달랐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은 이듬해 성명을 내고 전경련의 조사 결과 역시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경련이 ‘대형마트 휴무 때 전통시장을 방문하겠다는 소비자 응답률은 8.3%에 그친다’고 발표했으나, ‘전통시장을 비롯해 편의점,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을 이용하겠다’는 응답률은 57.2%나 됐다”며 “전경련이 의무휴업의 효과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이미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새 정부는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재벌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가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폐지되거나 평일로 전환될 경우 매출과 이익 모두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를 예로 들어 “의무휴업이 폐지되면 매출 증가 효과는 하루 400억 원 수준이며, 연간으로는 총 9600억 원 규모”라며 “이마트 전국 점포 50%가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될 시 매출 2000억 원, 영업이익 500억 원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자의 일요일이 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한 이슈는 ‘실효성’에서 ‘노동자 휴식권’으로 주제가 옮겨갔다. 대구시가 지난 2월 13일부터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하는 것을 결정하자, 마트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마트산업노조 측은 “이해당사자인 근로자들과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결정된 일”이라며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지난 3월 14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구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신헌석)는 “신청인들이 제출한 소명 자료만으로는 신청 취지 기재 처분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기각 결정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마트산업노조 등은 3월 16일 “정부의 법과 절차를 무시한 마트 의무휴업 무력화 획책으로 인해 전국에 있는 마트 노동자의 일요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하면 지자체는 공휴일에서 평일로 의무휴업을 변경할 때 반드시 이 제도의 이해당사자와 합의하여 결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구시 8개 구·군 어떤 지자체에서도 의무휴업제도의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 소재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약 3000명이 공휴일 휴무가 필요하다고 의견서를 냈지만 완전히 무시하고, 관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바꾸는 행정고시를 낸 것”이라며 “이로써 법으로 정해져 지난 10년간 잘 유지되었던 대구시 마트 노동자의 고정적인 공동 주말 휴식권이 박탈 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법치 않은 행정명령으로, 남들 쉴때 못쉬고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으로 최소한으로 유지하던 육체와 정신의 건강 그리고 사회적관계가 박탈되는 10년전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마트노동자들은 이번 가처분결정 기각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대구 이어 청주도…전국으로 번질까

지난 2월 23일 청주시 이범석 시장도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겠다는 추진 계획을 내놨다. 청주 육거리 종합 시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약 일주일만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당시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이범석 시장은 2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형마트, 전통시장, 슈퍼마켓 협동조합이 휴무일 변경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 중”이라며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이 시행되면 소비자로서의 선택지는 더 넓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청주시는 일요일 의무휴업을 매월 둘째, 넷째 주 수요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대해 마트노조를 비롯한 일부 정당, 시민단체 등은 이범석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의무휴업일 변경안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마트협회, 민주노총 충청본부 등 12개 단체는 공동 명의 성명을 통해 “시는 마트 노동자는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며 의견 수렴을 거부해왔다”며 “이해당사자라 얘기한 소상공인들의 반대 의견에도 오만방자한 태도로 무시하고 행정예고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마트노조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도 지난 16일 대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냈다. 의무휴업 관련 ‘이해당사자’에 소비자단체, 주민단체는 있지만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트 노동자는 빠져 있다는 동일한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와 몇몇 상인단체들이 체결한 ‘상생협약’ 핵심은 의무휴업 평일 변경을 시작으로 대형마트의 24시간 365일 영업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을 명시한 유통법의 의무휴업 조항은 유통법 내 유일한 종사자 보호 조항으로, 일요일 의무휴업을 통해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진행된 마트노조 기자회견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주말 근무에 관한 해외 연구 사례가 있다. 핀란드 연구에서 8900명 조사했더니 주말 근무 시 일·가정 갈등이 증가했다. 독일에서는 경계 없는 노동시간이라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서 조사했다. 연장 근무를 하거나 퇴근 시간이 안 지켜지니까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 근무가 업무상 사고에 의한 정신 건강, 갈등 회복 등을 모두 다 위협하고 그나마 노동시간 통제권을 보장해야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며 “지금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일방적으로 바꾸는 과정은 통제권을 제약하고 주말 근무를 늘려서 마트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트 노동자는 의무휴업일 변경 때문에 피해가 가장 확실시되는 가장 뚜렷한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유통노동자들의 주말 휴식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유통노동자의 사회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돈 벌고 잠자고 일만 하는 기계로 보는 것이 주말 휴일을 없애는 정책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발상이 나오게 되는 이유는 자본의 이익만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유통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사회관계를 다 무시해도 된다는 그런 폭력적 관점이 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마트 노동자를 비롯한 단체들은 의무휴업 일요일 사수를 위해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법으로 멀쩡히 규정돼 있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마저 갖은 수를 동원해 무력화하는 정권의 행태에 유통노동자는 분노한다”며 “노동자의 일하고 쉴 권리와 결정권을 박탈하는 윤석열 정부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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