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에 외신도 '과로사' 우려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에 외신도 '과로사' 우려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3.21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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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2030, 법정시간 넘겨도 보상 없이 일해" 지적도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한국의 노동자 대부분이 OECD 국가들보다 장시간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69시간 근로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특히 외신들도 한국의 69시간제 논란을 보도하며 한국 노동자의 과로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정부안의 핵심은 주당 기본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쳐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변경해 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장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정부가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 휴식을 빼면 13시간이 남는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 나온다.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특히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장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MZ노조, "장시간근로 탈피 못해...시기상조"...민주노총, "정부 과로사 기준 넘어선 것" 지적

정부안 취지는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길게 쉬자'는 것인지만 지금도 OECD 국가 대비 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는데 69시간 근로까지 가능케 되면 장시간근로로 인한 과로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보장받고 있는 연차조차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직장 분위기에서 장기휴가를 쓸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취업자 연간 근로시간은 38개 OECD 회원국 중 5번째(1915시간)로 높게 나타났다. OECD 평균은 연간 1716시간으로 한국은 이 평균보다 199시간 더 많이 일하고 있었다.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는 멕시코(2128시간)였으며, 코스타리카(2073시간), 콜롬비아(1964시간), 칠레(1916시간) 순이었다. 반면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낮은 국가는 독일 1349시간, 덴마크 1363시간, 룩셈부르크 1382시간 순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근로자휴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5일 이상 장기휴가 사용 경험률은 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여받은 연차휴가 중 사용한 연차휴가 비율인 '연차휴가 소진율'은 76.1%에 불과했다. 

이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주축으로 한 노조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새로고침은 9일 "정부의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장시간노동과 과로 탈피를 위한 국가의 제도적인 기반 마련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MZ세대의 반발을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주 69시간 근무제' 도입법안을 두고 "특히 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69시간 근로제 자체의 개선이 없이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 69시간' 노동은 정부가 스스로 설정해 놓은 과로사 인정기준을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과로사 인정기준은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일하거나 또는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일하다가 사망하는 경우 등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개편안대로라면 정부의 과로사 기준을 훌쩍 넘어선 '18주 연속 주 64시간' 근무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외신들, 69시간 개편안 논란 '보도'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외신들도 한국의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논란을 소개하며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청년층의 반발로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20~30대가 법적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넘어서는 시간에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노동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WP는 “한국의 20~30대의 경우 고용주들이 일과 시간을 넘긴 저녁에 집에서 잔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적 조사를 피하기 위해 일부 고용주들은 고용인의 업무 효율을 문제 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호주 ABC 방송은 14일 “한국인은 1년에 평균 1915시간을 일해 OECD 평균(1716시간)을 크게 넘는다”며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이러한 근로 문화 때문에 'Kwarosa'(과로사)라는 말이 있다”며 "이는 극심한 노동으로 인해 뇌졸중 등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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