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인터뷰] 스티브 해먼 비건 소사이어티 대표

Ⓒ위클리서울/비건 소사이어티 코리아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비건(Vegan)은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 대한 착취와 희생을 거부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난 17일 SETEC에서 열린 ‘제7회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에서 진행된 ‘글로벌 비거니즘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전망’ 특별강연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해먼(Steve Hamon)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 대표는 이처럼 비건을 정의했다.
 

동물애호사상에 입각...건강·환경 문제도 해결  

스티브 해먼 대표는 “본래 육고기를 배제하고 생선만 섭취하는 ‘페스코테리언’이었지만 동물 복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후 비건이 됐다"며 “비건이 되는 것은 사실 선택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비건은 모든 동물을 비롯해 모든 생명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생명존중사상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은 완전채식주의 또는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특히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 꿀 등 동물로부터 유래된 원료를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소비한다.

육식 뿐 아니라 동물에게서 착취한 우유와 꿀 등도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건강을 위해 채식을 실천하는 채식주의와는 구분된다.

해먼 대표는 "비건이 된 데는 건강상의 이유, 윤리적인 이유, 종교적인 이유, 환경적인 이유를 비롯해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도 밝혔다.

물론 비건이 근본적으로 동물애호사상에 입각하고 있지만 건강과 환경 등 개인적·사회적인 이슈들과 직결돼 있다는 말로 읽힌다.

비건이 건강에 주는 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채식주의자들은 증언한다.

아침·점심식사에 채식을 한다고 밝힌 심형석 비건 소사이어티 코리아 대표는 “우선 몸이 너무 가벼워지고 맑아지는 느낌”이라며 “높았던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도 봤다”고 설명했다.

채식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3대 만성질환을 예방할 뿐 아니라 다이어트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 기후 위기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채식이 온실가스 감축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일반차량를 하이브리드차로 바꾸면 연간 탄소배출량 1톤을 절감할 수 있다.육식식사를 비건 식사로 바꾸면 1.5톤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메탄가스가 탄소보다 20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진 가운데 가축 사육이 미국 내 메탄가스 발생원인 1위라는 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계란·유제품 산업이 전세계 이산화질소의 65%를 배출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산화질소는 탄소보다 300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기와 계란·유제품을 얻기 위한 가축 사육을 줄이거나 중단하게 되면 탄소보다 더 강력한 각종 온실가스 발생을 대폭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트레이드마크 인증 통해 비건 제품 ‘차별화’

스티브 해먼 비건 소사이어티 대표가 17일 SETEC에서 열린 ‘제7회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이렇듯 동물애호를 넘어 생명존중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건강·환경 이슈 또한 해결할 수 있는 비건을 처음 주창한 곳이 바로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다.

비건 소사이어티는 1944년 11월 영국에서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건 단체로, 보통의 채식주의자와 구분되는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비건’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했다.

또 비건 소사이어티는 1990년 순수비건제품을 구분하는 비건 인증제도인 ‘국제 비건 트레이드마크(Vegan Trademark)’를 설립했으며 현재까지 15가지 카테고리에 걸쳐 6만5000개 이상의 제품이 등록돼 있다.

해먼 대표는 “비건 트레이드마크는 어떤 제품에 대해서라도 비건 인증 마크 하나로 비건에 대해 인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건 시장의 성장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건 소사이어티 인증은 기관 인증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인증으로, 등록된 제품이 제일 많고 소비자 신뢰도 지수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정통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라이센스 국가도 70여 개의 국가로 인증을 사용할 수 있는 폭도 넓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비건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비건 인증이 단순히 식음료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반려동물을 위한 비누와 사료, 도자기와 식기류, 가구 등 다양한 제품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며 “어떤 제품이든 인증 기준에 부합한다면 인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해먼 대표는 “비건 트레이드마크를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거니즘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비건을 주류문화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비건소사이어티는 모든 종의 동물이 동일하다는 내용의 '퓨처노멀(Future normal)'에서부터 시작해 모든 제품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두가지 생활용품부터 비건으로 바꿔보는 '원 리틀 스위치(One little switch)‘ 캠페인을 벌여왔다.

아울러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비건 선택지를 넓히도록 돕고 공공·대학·관광 등 어디에서나 모두가 원하는 비건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투어도 진행했다. 고용주나 국가관, 공공부문 등에 매뉴얼 제공과 함께 비건 매뉴얼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청원 운동도 해 왔다.

해먼 대표는 “영국은 비건 제품만 생산·판매하는 곳들이 많다. 비건제품만 취급하는 가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가게라도 비건제품들이 진열돼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 비건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비건시장 성장세 놀랍지만 아직은 흔치 않아“

스티브 해먼 비건 소사이어티 대표가 17일 SETEC에서 열린 ‘제7회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해먼 대표는 “한국 비건 시장의 성장세도 정말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2015년 한국 최초로 비건 트레이드마크 인증을 받은 브랜드는 5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29개로 늘더니 매년 50여개의 브랜드가 추가됐고 최근에는 3천여개의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며 “인증 브랜드 점유율로는 영국이 1위, 독일이 2위, 한국이 3위를 차지하며 바짝 뒤를 쫓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먼 대표는 “한국 시장은 화장품의 비건 인증이 주류를 이루다가 음식과 음료, 위생용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

비건 소사이어티 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의 비건 트레이드마크 인증은 화장품 등 뷰티제품 60%, 식음료제품 30%, 기타제품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먼 대표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건 제품만 판매하거나 비건 제품이 진열된 곳을 흔히 접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비건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비건 제품들도 품질이 좋아야 사람들의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며 “소비와 시장이 확대되면 경쟁을 통해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비건이 주류문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람들이 비건 음식을 원하고 비건 제품을 찾게 되면, 즉 비건이 트렌드화되면 자연스럽게 비건 시장을 구축하고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들도 속속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도 짚었다.

해먼 대표는 “이러한 과정이 영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 젊은 세대들의 비건에 대한 관심을 봤을 때 한국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먼 대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거니즘을 시도하고 비거니즘의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 비거니즘을 주류문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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