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었다"...막오른 최저임금 대전, 역대급 '격화' 조짐
"불 붙었다"...막오른 최저임금 대전, 역대급 '격화' 조짐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4.0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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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최저임금 1만2천원 요구...경영계, 업종별 차등적용 불 지펴
노동계가 4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24년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역대급 충돌이 예상된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을 훌쩍 넘긴 1만2천원 수준으로 요구하고 나선 데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둘러싼 논란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가 폭등, 저임금 노동자에 큰 위협...생계비 반영돼야"

4일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1만2천원, 월 250만8천원(209시간 기준)으로 요구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9620원에서 24.7% 오른 수준으로 2023년(9620원) 전년대비 5,0%, 2022년(9160원) 5.0%, 2021년(8720원) 1.5%, 2020년(8590원) 2,9%, 2019년(8350원) 10.9% 오른 데 비해 기록적인 인상률이다. 이에 내년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기도 하다.

이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실질임금의 하락과 치솟은 공공요금을 고려해 요구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에 따르면 이번 요구안 결정에는 △물가 폭등 시기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노동자 실질임금 저하 △최저임금 노동자가구 생계비 반영 등이 반영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5.1%를 기록했지만, 실제 노동자 가구의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상승폭이 커 실제 서민노동자 가구가 체감하는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물가상승률이(7.7%) 최저임금 인상률(6.6%)을 앞지르며 노동자 실질임금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의 상당수는 비혼 단신 가구가 아니라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로 2021년 기준 평균가구원수는 2.94인이다.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제도의 근본 취지, 최저임금노동자의 가구원수 분포, 국제기구의 권고,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구생계비가 최저임금 핵심결정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가스, 전기, 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이 경험하는 체감 물가 인상은 물가 폭탄이 되어 노동자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물가 폭등은 저임금 저소득층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196만원으로 억대 연봉대로 진입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부위원장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의 여러 나라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음에도 유독 대한민국만 정부가 나서서 임금인상을 억제시켰다”며 “대기업의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골목상권의 위협, 높은 임대료 등의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한 채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영세사업자들의 어려움을 저임금노동자에게 전가시켰다”고 짚었다.

경영계는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산업계와 중소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동계의 최저임금 요구안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어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최저임금 고율 인상 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져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을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경영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최고 인상율이 9%대였는데 24%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무리한 요구”라며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더라도 5% 안팎이어서 요구안의 근거도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업종, 최저임금 준수 어려워"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도 지난해에 이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업종별 차등적용이 실시됐으며 다음 해인 1989년부터 현재까지 30여년 간 전 산업에 동일한 최저임금액이 적용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심의 당시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적용 여부를 놓고 표결에 부친 결과 총 27명의 최임위 위원 중 반대 16표, 찬성 11표로 부결된 바 있다.

경총은 '2022년 최저임금 미만 비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 비교' 자료를 통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916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수는 275만6000명으로 집계됐으며 농림어업(36.6%)과 숙박·음식점업(31.2%) 등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에 업종 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는 최대 33.8%p(농림어업 36.6% vs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2.8%)에 달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75만명 중 29.6%인 110만9000명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였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3%에 불과했다.

경총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기업의 업종·규모에 따라 수용되기 어려운 곳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대노총은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비춰볼 때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차등적용되면 해당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1988년 최저임금 도입 시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을 구분 적용한 결과, 경공업 분야가 몰락위기에 처해 그 다음해부터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해 온 점을 봐도 알 수 있다”며 “업종별 차등적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30년 동안 사문화된 조항을 되돌릴 것이 아니라 산업 간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이들은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며 금융권이나 정유업계 등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업종별 차등적용은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특정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추기 위해 도입하는 업종별 차등적용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강력히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임위는 오는 18일 첫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공식 요청했으며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6월말)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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