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집회·선전·게시하면 '징계'
헌법상 집회·결사 자유 '침해' 지적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전국 매장 1500곳, 하루 고객 100만명, 1시간에 판매되는 상품수 42만개, 연 매출 3조원, 25년간 한 번도 당기순손실이 없는 곳으로 꼽히는 ‘국민 1000원숍’ 다이소의 취업규칙이 논란에 휩싸였다.

취업규칙 중 직원들의 집회, 연설, 선전, 게시 행위 등을 징계사유로 인정하는 조항이 헌법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다이소 취업규칙’을 보면 다이소는 물류·매장·관리 등 모든 직군의 사원에 대해 “회사의 허가 없이 집회, 연설, 방송, 선전 또는 문서배포·게시로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를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취업규칙에는 회사 내에서 정치활동을 한 자, 예전 직장에서 불법 노사분규를 일으킨 자를 징계·해고한다”는 조항도 있다.

게다가 연좌제를 연상케 하는 조항도 있다. 회사에 위해한 행위나 언동을 발견 시 즉각 소속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만약 묵인 또는 지체보고 시 당사자와 동일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같은 조항들은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나 ‘회사에 위해한 행위’에 대해 사측이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따른 징계·해고 또한 사측이 자유롭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사측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단체행동을 한 직원을 징계·해고하고자 할 때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조항들이 노동자들의 단체활동을 ‘사전 차단’할 우려가 있는 조항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소 측은 취업규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당사는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어떤 불이익도 준 적이 없다”며 “취업규칙으로 인해 직원들의 노동3권과 인권·자유를 침해한 부분들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1만명이 넘는 직원들에 대한 질서와 규칙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차원에서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는 것은 동료직원이나 고객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폭력이나 안전 문제를 일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소속장의 처벌에 관한 조항은 매장이나 물류창고에서 사고·사건 발생 시 신속한 보고를 통해 본사가 신속한 대응과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다이소지회장은 “올해 1월 결성된 노조가 아직 활동 초기여서 표면적으로는 해당 취업규칙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취업규칙 조항이 단체행동을 위축시키고 제재하는 조항인 것은 틀림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직원들이 근로조건 등에 대한 요구를 하거나 노조를 결성하려 하는 경우 본사가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서는 계약을 종료하고, 정규직의 경우는 회유 또는 전근 등의 방법을 사용해 요구나 활동을 무마시켜 왔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들은 바 있다”며 “해당 조항이 직원들의 노조 가입이나 단체행동을 어렵게 하는 독소조항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 지회장은 “앞으로 노조의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해당 조항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호정 의원은 “다이소의 취업규칙은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의 ‘노동3권’과, 제21조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위배하고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이 헌법 위에 군림하며 노동자의 정치적 권리를 빼앗는 것은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이는 노동자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도구로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짚었다.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한편 다이소는 법과 원칙을 지킨다면서도 임금체불 등 위법사항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 의원실이 노동부에서 받은 ‘2007년 이후 아성다이소 노동관계법 위반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총 2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진정이 접수됐다. 이 중 24건이 임금·퇴직금 체불 사건으로, 인정된 금액만 약 3억50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차수당 미지급과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등도 적발됐다.

이에 대해 다이소 관계자는 “임금 체불은 대부분 근태 신고 누락 등 계산상 착오로 발생한 것"이라며 "시정지시에 따라 현재 기준 모두 청산했다”고 밝혔다.

류호정 의원은 “다이소 취업규칙에 반헌법적 내용이 버젓이 기재돼 있고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다이소가 1000원짜리 물건을 판다고 노동권도 1000원짜리 취급하면 안 된다"며 "노동부가 취업규칙 내용에 대한 법령 위반 여부를 제대로 심사하고, 근로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 노동관계법 위법사항에 대해 엄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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