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한 노조간부, 끝내 '사망'
노조, "정당한 노조활동 범죄로 내몰아"

지난해 1월11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이 안전한 건설현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올해 세계노동절에 분신한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A씨가 끝내 숨을 거뒀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고자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노조 탄압과 무리한 수사의 결과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노·정 간 갈등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9시35분쯤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고 분신을 시도했다. 분신 시도 뒤 전신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은 A씨는 헬기를 통해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2일 오후 1시9분쯤 끝내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에 조합원 채용, 건설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 3월9일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강릉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A씨를 비롯한 또 다른 건설노조 간부 3명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강원 지역 건설 현장 5곳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 공사를 방해하고 현장 간부 급여를 요구하는 등 피해 업체로부터 8천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었다.

A씨는 분신 전 SNS에 동료들에게 남긴 글에서 “제가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다”며 “(검찰이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는다”고 적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2019년부터 노조원으로 활동한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강릉, 양양, 고성, 속초 지역에서 지대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대부분 일용직이거나 특수고용노동자인 건설노동자의 고용 형태 개선을 촉구하는 등 고용안정에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종합대응팀을 꾸려 집중단속에 나서면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이뤄진 사무실과 조합원 압수수색은 각각 13회와 40여 명에 달했다. 950여 명이 수사선상에 올랐고 이들 중 15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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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는 “불안한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당한 요구와 투쟁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활동으로 매도당했다”며 “정부·경찰은 노사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한 채 오로지 노조 활동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내모는 강압수사를 벌여 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무리한 강압수사가 결국 건설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몸을 내던지는 사태까지 불러오게 된 것”이라며 이번 사망이 정부가 정당한 노조활동에 ‘공갈’ ‘협박’ 등 죄목을 붙여 탄압한 결과라고 규탄했다. 교섭 과정에서 조합원 채용,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한 것을 범죄로 몰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동지를 분신에 이르게 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대통령의 사과와 국토부 장관 사퇴,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고, 잔인한 노동탄압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노동자를 죽이는 정권에 맞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앞서 A씨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은 A씨에 대한 수사는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된 가운데 변호인 참여 등 피의자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했다고 밝혔으며 국토교통부 측은 조합원 채용 강요나 노조 전임자 임금 요구 등을 건설 현장의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해왔을 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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