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양미의 ‘해장국 한 그릇’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드디어 나의 첫 책이 드디어 나왔다.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어디론가 막 숨고 싶기도 하고 그랬다.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제목이 조금 무시무시해서 그런지, 잔혹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는 분도 계신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나 같이 쌈마이에,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친구들이 애쓰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문만 열고 나가면 어디나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소설로 엮어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위클리서울/ 김양미 기자

사실 나는,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읽고 돌아서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하여도 읽는 동안만큼은 깔깔 웃을 수 있는 유쾌한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았다. 노트북 앞에 앉아 머리털을 잡아 뜯으며 그런 생각을 매일 했다.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실패했다. 노력하지 않고 좋은 글을 쓰는 방법 따윈 없었다. 그래서 노력은 했냐??

안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죽을 만큼 한 건 아닐 거다. 그래도 노트북 앞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긴 했다. 글이 써지지 않아 짜증나고 미쵸버릴 것 같을 땐 담배를 피거나 SNS에 일상에 대한 글을 써 올리고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버티고 버텨 단편 7개를 근근이 써냈다.

5월 15일에 내 책이 온라인 서점에 깔리고 리뷰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읽을 때마다 심장이 둥둥 뛰었다. ‘뭐 이런 걸 글이라고 썼냐!’ 이런 말이라도 듣게 된다면 어떡하지, 아무도 내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들로 가슴을 졸였다. 그러다 어느 독자가 남겨놓은 리뷰 하나를 읽게 됐다.
 

“단편집에는 흥미가 없다.
그냥 나는 요즘 사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죽은 고양이를 왜 태우지?’라는 호기심도 없었다.
그래도 책을 샀으니 단편 중에서 제복이 가장 끌렸던 ‘내 애인 이춘배’만 읽었다.

이 작가님 졸라 웃기다.
근데 조금은 또 슬프다.

세상에서 가장 병신 같은 남자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가 될 것 같은 이춘배.
파이팅이다!“

 

나도 예전에 저런 심정이었던 적이 있다.
사는 게 귀찮고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빌린 성석제작가의 단편 소설을 읽다 웃음이 터졌다.
어쩌면 내가, 소설을 쓰고 싶었던 건 바로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이 작가 졸라 웃기다]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눈물이 나올 만큼 좋아서 자꾸 읽었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졸라 웃긴 작가가 되는 것.

사실, 책이 나오기까지 힘든 일도 참 많았다.

단편집 원고를 마무리해 출판사에 넘기고 곱창집 알바를 시작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글만 쓰고 앉아있느라 돈을 벌지 못한 시간만큼의 채무가 가슴 속에 쌓였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는 다섯 마리의 반려동물과 아들 둘, 그리고 온갖 공과금과 식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글 쓰는 것보다 몸으로 돈을 버는 게 오히려 맘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급 만 원이라도 일한만큼 계산되어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 그건 글 써서 버는 돈보다 체감할 수 있는 위안이 되어주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는 행위도 노동이라 생각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톡톡 쳐대는 일이 설령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머리로는, 당장 때려치우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죄책감에 매 순간 시달린다. 옛날 어른들이 하는 말씀 중에 자주 들었던 얘기..

“그거 한다고 밥이 나와 돈이 나와!!”

밥도 돈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베셀 작가가 돼서 글이 돈이 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냥 노동자다. 곱창을 잘 닦는 사람, 페인트 칠을 잘 하는 사람, 보일러를 잘 고치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사회나 기업에서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건 작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의 지원과 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글을 쓰는 친구들 중에 돈 걱정 안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도 결혼을 해야 한다면 글을 포기하고 취직을 한다. 글 쓰는 게 힘들어도 계속 해보고 싶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봉착하면 펜을 내려놓고 숟가락을 들어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 속에서 좋은 작품을 써냈던 유명 작가들을 거론하면 할 말은 없다. 그 사람들은 위대한 역사적 인물이 되었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곱창집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잡지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한 달 일하면 월급 220만원을 받는다. 큰돈이다. 이걸로 카드값도 내고 패션디자인과에 다니느라 알바를 두 개씩 뛰어도 늘 모자라는 둘째 아들에게 용돈도 주고 밀린 세금도 낸다. 돈을 버는 동안은 편안하다.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니까.. 하지만 일을 하며 글을 쓴다는 건 내 역량 밖이라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늘 싸운다. ‘한 달만 더 하고 글 쓰자.’

그런 마음으로 나는 하루를 산다.

다음 책은, 곱창집에서 알바하며 겪었던 경험을 장편 소설로 써 낼 계획이다.

나는 여전히 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제일 듣고 싶은 말이, ‘졸라 웃기다’는 말이다.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이렇게 계속 해나가는 이유는, 나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웃을 수 있고 힘을 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양미 님은 이외수 작가 밑에서 글 공부한 꿈꾸는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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