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수산물이력제 확대 근본적 대안 아냐...방류 막아내야"

지난 2021년 4월13일 열린 '후쿠시마원전오염수 방류결정 규탄 기자회견'
지난 2021년 4월13일 열린 '후쿠시마원전오염수 방류결정 규탄 기자회견'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예정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관련 오는 6월 최종보고서에서 ‘문제없음’으로 최종 결론을 내면, 일본은 7월부터 후쿠시마 원전 1km 반경 해양으로 오염수를 본격적으로 방류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수산물 등 먹거리의 방사능물질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수산물 안전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1.2%가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환경운동연합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2.0%에 달한다.

실제로 자양고등학교 한 학부모는 한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논란은 육안으로는 확인 불가능한 방사능 오염 식재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생태계 오염에 대해 정계·학계의 의견조차 엇갈리는 가운데 수산물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더욱 불안한 심리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유해성 '논란'..."수산물 못 믿겠다" 불안감 조성  

실제로 대통령실·여당, 오염수 방류의 무해성을 주장하는 학계와 야당·시민단체·유해성을 주장하는 학계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일본이 계획대로 바닷물로 오염수를 희석하고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면 유해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은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우리나라 해역에 최소 4~5년 이후 도착한다고 분석했다. 또 오염수는 해역에 섞여나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ALPS’를 통해 삼중수소(HTO)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오염수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삼중수소가 전체 방사선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유해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표수와 심층수는 다르기 때문에 이르면 수개월 내 우리 영해로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64개의 방사선 핵종 중 9개만 검사했다는 점과 공백기간 동안 데이터 표본 미추출, 고준위 방사선 슬러지 폐기물 정보 부재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 희석을 해도 오염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핵연료가 녹아내려 굳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ALPS로 아무리 정화처리를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 교수는 “2020년 조사 결과 ALPS를 거친 오염수 중 70% 이상에 일본 정부의 방류 기준을 넘는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었다”며 “삼중수소 이외에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플루토늄과 같은 위험 물질들이 ALPS 처리된 오염수 안에 여전히 녹아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는 삼중수소가 배출하는 저선량 방사선에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때 인체·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소 교수에 따르면 삼중수소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의 ‘생물학적 효과비’는 세슘-137 감마선의 2~6배에 달한다. 세슘의 감마 방사선은 투과력이 강해 순간적으로 디엔에이(DNA)나 세포에 영향을 주고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삼중수소의 베타 방사선은 투과력이 약해 체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 수산물이력제 확대 등 대안 제시

서울의 한 수산시장 Ⓒ위클리서울DB

이러한 가운데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일본 후생노동성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일본 내 야생육은 29.0%, 농산물은 21.1%, 수산물은 5.3%, 축산물은 2.5%, 가공식품 6.3%에서 방사성물질(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기준 후쿠시마현민 건강조사에서 296명이 갑상선암 발병 및 의심환자로 조사됐다.

이들 단체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일본산 농수축산식품의 방사능 오염과 건강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발표를 하면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식품·건강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오염수 방류로 인해 생존의 기로에 선 수산·어업계의 우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노량진 수산시장 등 수산물 재래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손님 발길이 끊겨 상인들이 시름에 잠겨 있을 정도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대비해 수산물과 해수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확대하거나 현재 전체 해산물의 0.18%에만 적용돼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수산물 이력제를 2027년 43%(163만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산물이력제란 수산물 생산부터 판매까지 각 유통단계별로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소비자가 수산물을 구매 시 이력정보를 확인해 수산물을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2005년 넙치, 김, 다시마 등 30개 품목에 대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시행돼 왔다.

대형마트 위주로 제공되는 수산물이력제 적용제품을 확대해 재래시장 제품들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신뢰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수산물 이력제 확대만으로 해소 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국내 수산물 등에 대한 불신감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반사효과로 일본 오염수의 영향을 벗어난 대서양 등 해외 수산물의 소비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이제라도 정부가 정신 차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의사를 강력히 표시하고 막아내는 게 우리 수산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밝혔다.

안재훈 환경연합 활동처장은 “전문가들도 오염수 방류가 아닌 장기보관, 콘트리트 고형화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일본 정부가 안전한 대안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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