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 비가 내리는 가운데 90을 넘긴 한 할머니가 흰색 우비를 입은 채 휠체어에 앉아 있다. 할머니의 손에는 ‘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이라는 피켓이 들려있다. 주인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였다. #왜 아직도 화해치유재단일까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박근혜 정권의 안하무인적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합의에 대한 논란과 함께 10억 엔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는 사실상
-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노동적폐 청산문제는 사실상 제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전교조 문제만 해도 박근혜 정권의 적폐다. 그런데 지금 한 발짝도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현대기아차 노조에도 권고를 했지만 그 부분도 아직까지 권고상태다. 적폐청산이라고 하는 과제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을 개악시킨 상태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했던 것만큼 거기
- 역대 정권마다 ‘교육’ 문제는 예민하게 다뤄왔다. 현정부의 교육혁신은 어떻다고 보는가.▲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의 교육부 관료들, 그리고 현재의 촛불정부도 특별하게 변한 것은 없다. 특히 신자유적 교육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그런 측면을 강하게 부정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교육개혁은 이미 파기된 상태다. 과거로 회귀하는 교육정책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는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이번에 나온 대학입시공론화위원회 문제만 하더라도 전 과목 수능 즉, 전 과목 절대평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었
지난 7월 16일, 아스팔트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이가 있다.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서울 기상 관측 이래 111년만의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극한의 날씨.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의 단식 투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교육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촛불정부의 ‘교육 불통’과 ‘노동 불통’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이다. 박근혜 정권이 법외노조로 철퇴를 가했던 전교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때 직권취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것은
한국이라는 땅 위의 이주노동자“제가 이렇게 서 있었어요. 저는 울고 있었는데, 선장이 바다 쪽으로 밀었어요.”소형 어선에 타고 있던 베트남 선원이 물에 빠져있다. 허우적거리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를 물에 빠뜨린 한국인 선장은 팔짱을 낀 채 그저 지켜볼 뿐이다. 바다에 빠진 선원은 지난해부터 제주에서 갈치잡이 배에 탄 22세 베트남 청년 A씨, 이주노동자다.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해 보내는 시선은 달갑지 않다. 위 베트남 선원 A는 한국인 선장으로부터 바다에 빠뜨리는 것 이상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A씨
서울시가 시 본청은 물론 사업소, 자치구, 투자출연기관, 시 업무 관련 민간위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익 보호를 위한 ‘노동조사관’ 제도를 지자체 최초로 19일 운영 시작한다. ‘노동조사관’은 공공 근로자들의 임금, 근로시간, 부당해고 등 모든 근로조건에 대해 조사하고 부당·위법 사례 적발시엔 시정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준수여부 등을 점검하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제도와 유사하지만, 서울시가 감독권이 있는 본청, 사업소, 자치구,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 사업장에 집
- ILO협약 비준에 대한 생각은.▲ 민주노총은 당연히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강제노동 금지와 노동3권 등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관련법을 비준하겠다고 말했다. 법안을 개정할 때 민주노총과 협의를 하고 좀 더 빠르게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문제다. - 개헌이 화두다. 노동 분야 입법도 관심을 모으는데.▲ 노동이란 그저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 자신이 움직여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이번 개헌이 실제
- 민주노총이 오랜만에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복귀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20분 만에 결렬됐다.▲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위원장은 노사정 3자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정부를 대표해서 어떻게 해서든 실질적 임금 심의를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다. 큰 틀에서 노동존중 기본원칙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더 확대시키고 안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서서 시위를 할 거라는 둥의 발언을 했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현실 인식이 없다는 점이다. 지
민주노총이 지난 1월 31일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2009년 11월 전임자 및 복수노조 문제 논의를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 참석 이후 8년 2개월여 만이었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위원장이 지난 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전향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민주노총의 새 선장이 된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문 대통령에게 민주노총 역시 함께 할 뜻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전 정권에서 꼬일 대로 꼬여버린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 백
추운 겨울 새해가 밝은 지 한달하고도 십여일이 돼가고 있지만 수요집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1321회차. 약 27년 째 그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낮 12시 일본대사관 앞 평화광장에 모인다.2017년엔 여덟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올해 1월 5일 또 한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서른한 분이다. 아직 일본에 사과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들을 대신해 많은 시민들이 매주 수요일이면 평화광장에 모여들고 있다.입춘
- 대학도 문제가 심각하다.▲ 전교조는 그동안 대학평준화 사업을 10여 년 동안 지속해왔다. 이를 위해 제주에서 서울까지, 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 운동을 펼쳐왔다. 프랑스의 경우 파리1대학, 2대학으로 평준화에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국공립대학을 네트워크화하고, 나중에 사립대학을 공영으로 묶는 방법이 있다. 작년에 9개 지방 국공립대학 네트워크화 선언을 했다. 어느 대학을 나오든지 같은 졸업장을 주는 거다. 그렇게 해서 점차
- 현 정부 입장은.▲ 촛불정부의 공약사항이 노동 인권의 보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촛불혁명 기운이 뜨겁게 달궈졌던 지난해에 신속히 해결했어야 했지만 아쉽게도 올해로 넘어왔다. 박근혜퇴진운동본부가 광화문에서 광장의 시민들에게 10대 국가개혁과제를 밝혔을 때도 2~3순위에 전교조 문제가 들어갔다. 전교조는 과거 정권들로부터 비상식적인 탄압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반작용으로 개혁정부가 들어서면 이 문제만큼은 눈 감고도 풀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2017년에는 모든 문제가 완결되고, 새 정부와 함께
한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회자됐다. 비루하고 왜곡된 교육현실에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100명이 넘을 정도였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범 당시의 일이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의 세습과 경제 양극화의 심화로 교육을 통한 계층 간 이동도 불가능해졌다. 신분상승의 유일한 통로였던 ‘희망사다리’마저 끊어졌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학급 감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특권층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교육 양극화의 정점을 찍었다. 강남 부
대다수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특별한 기술도 기능도 없다. 이들에게 노동 현장은 늘 낯설고 두렵다. 매일 새벽 어디로 ‘팔려갈지’도 모른다. 현장(건설, 토목, 조경 등) 경험이 있는 일용직들에게도, ‘새로운 현장’은 그 경험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반드시 일정 부분 좌절감을 안긴다. 그러니 경험이 전무후무한 일용직의 좌절감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장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용역사무소에서도 경험자와 무경험자, 현장과의 조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어쩌면 일용직 노동자와 각을 세우고 있을 노동 현장, 그리고 그것을 조율해야할 용역사무소. 그
오전 11시 반. 두꺼운 코트로 온몸을 꽁꽁 동여매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부랴부랴 달려간 곳은 안국역.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현장을 다시 방문했다.매주 수요일 정오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진행한다. 1992년부터 시작된 시위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주최하고 여성, 종교, 노동 단체 등과 학교 동아리 등이 돌아가며 주관한다. 역사, 인권, 평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외치는 연대의 공간이다.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과 매년 마지막 수요시위는 세계연대집회 등 특별 수요시
밤새 폭우가 억수로 쏟아졌다. 쉴 틈 없이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쳤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놀란 사람들은 연거푸 “드디어 날씨가 미쳤구나” 했다.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투명한 하늘. 시원하다 못해 싸늘한 바람이 폭우가 내린간 사실을 귀띔은 해주는 듯하다. 긴 옷을 입어도 바람이 옷을 뚫고 들어온다. 온몸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비가 와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끼어있던 대기는 맑아졌다. 길거리도 더 활발하다. 날씨가 좋은 덕에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해가 중천에 뜨면 그나마 따뜻해질 줄 알았으나 아직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군부대 가혹행위와 그로인한 자살 사건. 이번에 또 한명의 애꿎은 젊은이가 생을 달리했다. 지난 19일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충 상담을 했던 22사단 소속 A일병이 국군수도병원에서 외진 중 투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군인권센터는 이와 관련 “K일병은 2017년 4월에 부대로 전입온 이후 지속적으로 선임병 수 명의 폭언,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센터는 “K일병은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진 상태였는데 선임병들은 이를 놀리며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 하나 더 뽑히면
지난 6일, 안양우체국에서 일하던 21년 차 집배원이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 앞에서 분신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인 8일 사망했다. 이로 인해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전국집배노조는 진상규명과 집배노동현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인원충원 등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하루에 1000통, 한 사람 감당 못할 업무량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8시까지 13시간을 일한다. 하루 평균 1000통의 우편물을 배달했다. 토요일에도 격주
는 2017년 6개의 주제로 연중 기획을 진행한다. 첫 기획의 주제는 ‘노동’으로 기업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문제를 다뤘다. – 편집자 152억, 90억, 50억 2000만 원…. 노동조합에 청구된 손배소 액수다. 너무 커서 실감조차 나지 않는 이 금액을 갚는다면, 어떤 노동자들은 약 40년 동안 고스란히 월급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손배소로 인한 가압류는 노조원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가혹한 연좌제다.기업들은 “해고하지 말라, 일하게 해 달라”며 헌법에 보장된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24시간 365일 폐쇄된 군대에서는 ‘국방의 의무’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인격 살인’이 멈춰지지 않고 있다. 같은 인간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범죄 행위가 선량한 병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군내 가혹행위는 창군 이래 근절된 적이 없었다. 억울한 죽음은 ‘군대 부적응’이라는 핑계로 은폐됐다. 한때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윤 일병 사망 사건 때 역시 군 당국은 평소처럼 사건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윤 일병의 시신은 가혹행위를 은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온몸에 멍이 들고 고문을 당한 것처럼 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