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마트나 백화점을 많이 가기 때문에 복잡하고 시끄러운 재래시장과 거리가 멀다. 나는 워낙 아빠가 어려서부터 시장만 데리고 다녀서 거리가 멀다곤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다. 일단 아직 어린 우리세대들에게 시장은 냄새 나고,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장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가격 흥정도 하고 이런저런 말도 오가며 쌓이는 정 때문이다.아직 여름의 중간도 못 갔는데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더운 날. 기사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벼룩시장을 만났다.

신문사 근처에는 폐지를 모으러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계신다. 요즘 같은 더운 날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니신다. 나이도 많으셔서 힘드실 텐데 왜 하필 이런 어려운 일을 하시는 걸까. 평소에 낯가림이 심해 처음 보는 사람과는 말도 잘 못하는 기자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쭈뼛쭈뼛 거리며 폐지가 모이는 곳(폐지수집상)을 찾아갔다. 넓지 않은 골목에 들어섰다. 몇몇 아저씨가 앉아계시고 폐지가 산처럼 쌓인 곳이 보였다. 냉큼 뛰어갔다. 하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될 지 막막했다. 질문할 것도 준비를 해왔고, 카메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새벽까지 텔레비전을 보며 라면을 먹는 등 군것질을 한 우리. 식사보다는 잠을 청하며 아침시간을 때웠다. 일어나 보니 저마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 밤늦은 시간의 포식과 전날의 피곤함이 작용한 탓이리라.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에 따라 재빨리 준비를 하고 차에 올랐다. 둘째 날 코스가 너무 힘들었는지 아이들은 활기차야 할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녹초가 된 상태였다. 지친 우리를 위해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셨다. 뮤직비디오에선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연이어 나왔다. 꽤 연세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첫 비행기 여행은 환상적으로 기억돼있다. 그게 해외는 아니고 우리나라의 제일 남쪽 제주도이지만 말이다. 큰아빠의 계획표대로 구경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썩 좋은 곳을 가진 못했다. 제주도의 자랑거리인 깨끗하고 투명한 바다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왔다. 그래도 내 기억 속엔 아직까지도 제일 좋았던 여행으로 남아 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수학여행을 또 제주도로 간단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들 한다. 아빠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다던데 말이다.(나는 경주를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갔다.^^) 6학년 때 이후 제주

중학교 때 친구들이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다은아, 너 멍을 자주 때리는 것 같아 ㅋㅋㅋ.” 결국 몇 명의 친구들은 나를 ‘멍다은!!’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나도 느끼고 인정하는 바이다. 가끔…아니 자주,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한 곳만 쳐다보며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심지어는 아무 생각을 안 할 때조차도 나도 모르게 그러는 일이 많으니 심각한 문제다. 어쩔 땐 바보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옆에서 불러도 듣지 못하고, 누군가 눈앞에서 손을 휙휙 저어주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일찍 멍 때리는 것에서 깨어날 수 있

길고도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고 뜨끈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이다. 좋은 것은 마음껏 누릴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자연의 섭리일까?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채 느낄 새도 없이 벌써부터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를 장악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리털점퍼를 입고 종종걸음을 치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얇은 옷차림 또는 반팔에 반바치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하다못해 부채질을 하며 다니는 사람도 있다. 봄옷들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여름옷을 곧바로 꺼내 입었다. 이런 난감한 시기에는 어떻게 입는 게 좋을까? 워낙 옷 입는 것을 좋아하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라고 물으면 딱히 콕 집어 말하지는 않는다. 웬만한 음식은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특별히 좋아하는 걸로 얘기해보라고 하면 면 종류 꼽는다. 한식은 국수, 양식은 스파게티, 일식은 우동, 중식은 자장면 등…. 면 종류를 좋아하는 건 식성이 아빠를 닮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지금도 집에서 국수를 드실 때면 세숫대야만큼 큰 그릇에 국수를 가득 담아 말끔히 해치우시곤 한다. 요즘 도시에서 자라는 애들의 경우 가리는 음식이 점차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시골 아이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을 도시에선 구경도

4월…걸어서 30여 분 걸리는 등굣길, 봄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을 간질인다. 3월까지 추운 날씨에 잔뜩 움츠리고 있던 길가의 나무들이 저마다 봄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봉긋봉긋 새싹을 틔어내며 따뜻한 햇볕 마중에 나서는가 하면 벌써부터 눈부시게 노랗고 하얀 꽃들을 피워낸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개나리와 목련이다. 이 따뜻한, 그리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도 한껏 들떠야 정상이겠지만 불행히도 크나큰 방해물이 등장했다. 바로 중간고사다. 오는 4월 23일부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처음 치르는 시험이 엄청난 압박감으로 나

어릴 적 꿈은 맛있고, 멋있는 요리를 하는 요리사였다. 엄마는 크면 하기 싫어도 요리를 해야 된다며 하지 말라고 하셨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아픈 사람들을 고치는 한의사가 되고 싶었다. 한의사는 정말 공부를 잘해야 된다. 열심히 하면 다 되는 것이겠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나와 맞지 않는 거 같아 포기했다. 그리고 입학한 중학교. 그리고 내 머리 속을 가슴 속을 휘어잡은 꿈, 바로 가수다. 그냥 노래하는 가수 말고 전문 래퍼가 되고 싶다. 원래 꿈은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중3때 노래보다는 랩 실력이 낫다는 걸 느꼈고, 래퍼가 내 체

얼마 전에 일어난 김길태의 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물탱크에 감춘 사건이다. 온 국민이 심한 충격에 빠졌다. 아니다, 심한 충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번의 성폭행 또는 살인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중 세간의 분노를 샀던 큰 사건들을 모아보자면 유영철 토막 연쇄살인 사건과 또다른 연쇄 살인범 강호순 사건, 경기도 부천에서 초등학생 두 명을 납치, 성폭행한 뒤 살해한 것을 비롯해 경기도와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야심한 시각에 귀가하는 여성들을 살해하거나 거주지에 침입해 살인과 방화를 저지

중학교 시절부터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 듣던 ‘야자’. ‘야간자율학습’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소문에 야자를 하기 싫어 아프다는 핑계로 빠지고, 도망(일명 땡땡이)가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그 전설의(?) 야자를 내가 하고 있다. 사실 그런 나쁜 소문들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야자를 해보고 싶었다. 항상 밝을 때에만 학교에 있지, 밤처럼 깜깜할 때에는 학교에서 공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담임쌤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한껏 기대를 갖고 그날 공부할 책들을 잔뜩 챙겨서 학교에 갔다. 기나긴 수

1년 중 가장 바쁜 달 3월. 입학식이 있었다. 지난 3월2일 오후 2시. 난 1시까지 학교에 갔고 입학식에 참석했다. 중학교 이후 3년만의 입학식이었지만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이미 학교와 친해졌기 때문이다. 입학식 전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1박2일간 경기도 안성의 수련원을 다녀 온 것이다. 그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선생님들과도 친해졌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학교에 줄곧 나갔다. 입학식전 이미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말 나온 김에 그렇게도 기대 많았던 나의 고등학교 생활을 잠깐 소개하련다. 내가 학교에 나간 지는 벌

이야기 하나: 고민너무나도 오래 기다렸던 고등학교 지원 결과. 1차로 해성여고를 지원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제발 해성여고에 가게 해주세요~’ 라며…. 하늘이 내 소원을 들어주었나 보다. 결국 그곳으로 결정된 것이다. 결과가 나온 뒤, 3년간 정들었던 중학교와는 영영 작별을 고하고 고등학교 등록을 하러갔다. 설렘 반 기대 반. 교실에서는 방학 중에도 나와 공부를 하는 언니들이 몇몇 있었다. 여기서부터 내 걱정은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친절하신 선생님들의 설명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공간,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살고 있다. 그래서 쌓아온 배경지식도 다 다르고, 경험도 다르다. 다른 환경이라고 해봤자 모두 지구란 한 공간 안에서 똑같은 사람으로 살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래도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경험이 하나라도 있을 것이다. 이번엔 이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주제를 갖고 얘기를 해볼까 한다. 경험이라고 해봤자 일상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 때론 민망했던 일, 난감한 일, 화나는 일, 아이러니한 일, 기분 좋았던 일 등이다. 과외를 갈 때면 거리가 애매해 버스를 탄

이제 고등학교 준비에 본격적으로 몰입해야 될 나. 하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은 괴물처럼 다가오는 텔레비전의 유혹의 손길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딱 정해 놓고 본다는 거! 며칠전 방송을 끝낸 드라마 ‘공부의 신’. 첫 회가 방송되기 전부터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떠들썩하게 화제가 됐던 드라마다. 문제 학교에 변호사가 선생님으로 들어와 특별반을 만들어 5명의 아이들을 명문대학교에 보낸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원작은 일본의 ‘드래곤 사쿠라’라는 만화이다. 현재 시대적 상황에서는 시청률 올리기에 아주 좋은 소

“양말 신는 법부터, 머리 빗는 법, 세수하는 법, 화장실 가는 법, 휴지 쓰는 법, 양치질 하는 법, 일상에 필요한 기본 생활들 가르쳐야…”“이모, 다 쌌어요!”이모를 찾습니다. 도화지에 양초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하는 아이들을 돌보던 이모는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갑니다.“강원이, 닦는 것 한 번 연습해볼까? 자, 휴지 4칸을 잘라. 이렇게 접고……, 오른손으로 할까 왼손으로 닦을까? …… 그래, 일어나서 닦아봐. 똥꼬가 어디 있을까? 아니, 옆으로 말고 아래로.”열심히 ‘똥꼬’ 닦는 법을 가르치는 이모는 구로구 독산

국어 수업시간이었다. 학습 진도도 마무리 되고 고등학교 과정 예습도 이미 마친 우리…. 선생님께서는 의미 없는 자유 시간보다는 보람찬 시간을 보내길 원하신다. 그래서 이번 수업시간에는 졸업은 무엇일까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봤다. 우리 반은 학교 건물 2층에 있다. 운동장 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발견한 한 가지. 바로 나무, 아니 그 나무에 앙상하게 매달린 나뭇잎이었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몸뚱아리, 살포시 부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떨어져버릴 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자태

경희여자중학교. 이제 곧 졸업을 해야 될 학교다. 3년, 길지만 참 짧게 느끼게도 해준 세월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생각해보면 좋은 추억, 나쁜 추억 모두 새록새록 떠오른다. 몇몇 선생님도 떠오른다. 나를 혼내셨던 선생님, 칭찬을 많이 해주셨던 선생님, 지루한 선생님, 담임선생님 등….그 중에서도 한분을 소개한다. 수업시간에 성공에 대한 좋은 말씀을 해주신 국어선생님이다. 항상 좋은 말을 가르쳐주시고 또 많이 해주셨다. 수업보다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과 조언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중 한분이 된 이유다. 선생님께서는

버릇이란 개인이 특정 근육운동이나 동작, 행동의 내용과 말씨, 사물에 대한 선호 ·기피 등을 보통 일반 사람보다 훨씬 높은 빈도와 강도와 까다로움으로 나타내는 경향이라고 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습관 및 습성의 일종으로 간주되지만, 버릇이라고 할 때는 어떤 장면이나 사태에 대하여 불필요 ·무의미 ·불합리한 것이 적지 않다. 따라서 사회적인 행동 기준보다 편집(偏執) 및 일탈(逸脫)이 특히 거론되는 일이 많고, 그와 같은 버릇을 총칭하여 악벽(惡癖)이라 한다.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나도 고치지 못하는 버릇

얼마전 기상청에서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 폭설로 인해 처음 눈이 내렸던 지난 월요일엔 과외도 쉬었다. 내 방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보니 마치 하늘에서 쏟아 붓는 것 마냥 눈이 ‘펑펑’ 아니 ‘풩풩’ 내렸다. 그렇게 소리 없이 내린 눈은 무서운 결과를 갖고 왔다. 하루에만 약 30cm 가까운 눈이 내렸다는 소식…. 100년만의 기록이라고 했다. 더욱 심각한 건 날씨가 급속도로 추워지면서 차도며 인도며 채 눈이 녹기도 전 모든 게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는 것. 지나다니는 차도 종종걸음, 사람들도 종종걸음….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