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낸 '논개영정'은 교육용으로 활용돼야"
"뜯어낸 '논개영정'은 교육용으로 활용돼야"
  • 승인 2005.05.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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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도수호 진주시민행동' 박노정 공동대표



"이제 우리의 터전, 민족의 성지, 호국의 일번지 진주성 안에서, 지금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아직껏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를 뿌리 뽑아내기로 했습니다."

이는 지난 10일 진주성 안 의기사에 봉안되어 있던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미인도 `논개`(일명 논개영정) 복사본을 떼어내면서 `독도수호 진주시민행동` 박노정 공동대표가 낭독한 고유문 일부다. 박 공동대표는 의기사에서 떼어낸 `논개영정`을 진주성임진대첩계사순의단 앞에 세워놓은 뒤, 조상들께 그 배경을 알렸던 것이다.

`논개영정`을 의기사에서 떼어내자 일부 언론에서는 비난을 가하고 있다. <동아일보>(횡설수설. 5월 11일)는 "과거 청산은 거기에서 교훈을 얻는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작업`이어야 한다. 송두리째 부수고 짓밟기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중국의 문화혁명이 자꾸 떠오르는 요즘이다"라고, <문화일보>(칼럼, 5월 11일)는 "논개영정까지 뜯는 `과거사 집착`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박노정 공동대표는 이같은 언론 보도는 `견강부회`이며 사실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박 공동대표는 "그림 복사본을 훼손한 게 아니며, 단지 그림 복사본이 붙박이로 되어 있어 떼어내기 위해 유리를 깬 것 밖에 없다"면서 "경찰에서 실정법 위반으로 조사를 한다면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뜯어낸 그림 복사본은 진주성관리사무소에 보관되어 있는데, 그는 "다시 의기사에 봉안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없애버리자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장소에 전시되어 교육용으로 활용되어 우리 모두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노정 공동대표는 진주문인협회장과 진주신문사 발행인 겸 편집인을 거쳐 지금은 진주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의장으로 있다. 그는 지난 10일 `독도수호 진주시민행동` 회원들과 함께 의기사에서 `논개영정`을 뜯어내는데 앞장섰다. 다음은 12일 그와 나눈 대화다.

"지역 문제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실행에 옮겨야"

- 왜 `논개영정`을 떼어냈나?
"최근 독도며 교과서 문제가 불거져 국민적 분노가 높았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 책동에 대해 우리가 일회성으로 들끓고 말아서는 안 된다. 우리 지역에 남아있는 문제부터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지역 43개 단체가 자연스럽게 `논개영정`을 떼어내자는 데 동의해서 결행하게 되었다."

- `논개영정`이 왜색풍이라는데 왜 그런가?
"여러 자료에 다 나와 있다. 김은호는 금차봉납도를 그려 일본에 바쳤다. 일제 때 친일파 인사 부인들의 모임인 애국부인회가 금비녀까지 뽑아 `성전`을 위해 내놓았는데,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미나미 총독에게 바친 것이다. 김은호는 성춘향과 신사임당상도 그렸는데, 눈매와 아미가 모두 닮아 있다. 일본 전통화법인 `구륵법`에 따라 그렸기 때문에 그렇다."

-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중국 `문화혁명`에 비추어 비난하던데?
"견강부회다. 1993년 <진주신문>에서 처음 보도된 뒤 지역에서는 `진주성지키기모임`이라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김영삼 정부 때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될 때도 이 단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1997년 청와대며 문화관광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던 것이다. 10년 가까이 기다렸다. 이번에는 `독도수호 진주시민행동`에서 추진했는데,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그림 복사본이 붙박이로 붙어있어 하는 수 없이 유리를 깼다. 그림 복사본은 훼손되지 않았고 내팽개치지도 않았다. 그 같은 일을 하면서 7만 영령들에게 고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림 복사본을 시청에 보관할 것을 요구했지만 진주시청 기획실장이 나와 협의 끝에 진주성관리사무소에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을 훼손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중국 문화혁명`을 거론하느냐. 적당한 장소에 두어 반성하고 교육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 그동안 진주시와 시의회에서도 절차를 밟았다고 하던데?
"정부에 낸 진정서가 진주시로 이첩되어 두 차례 전문가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숫자로 따지면 떼어내자는 쪽이 많았다. 또 진주시는 폐출 여부에 대해 시민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설문조사 문항까지 다 만들어 놓았는데 시행하지 않았다.

진주시는 시의회에 공을 넘겼는데, 당시 <진주신문>에서 시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70% 이상이 폐출에 찬성했다. 그런데 시의회는 본회의도 아니고, 간담회 때 그것도 비밀투표로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 시민단체는 시의회 본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루어 줄 것을 요구했다."

"`과거사 집착`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리"

- 일부 언론은 `과거사 집착`이라며 비난한다.
"과거사 집착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리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짐을 국민한테 돌리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에 대해 일회성 흥분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일은 과거사 집착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자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

이번 일과 관련해 KBS며 MBC 등 방송사가 직접 진주에 와서 발로 뛰면서, 시발이 되었던 사건부터 구석구석 살펴보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신문들은 서울에서 연합뉴스에서 제공한 사진 한 장만 받아 보도한다. 기자들이 전화를 해서 간단한 질문만 하고 불과 1분 이내에 끊어버리면서 취재가 다 되었다고 하는데 무슨 깊이가 있겠는가. 비난하려면 제대로 파악해보고 난 뒤에 해야 할 것이 아닌가."

-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출두해서 조사를 받겠다. 유리 하나 깬 것 이외에는 그림 복사본을 그야말로 너무나 정중하게 모셔놓았다. 그동안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진주시와 진주경찰서도 잘 알 것이다. 오히려 시장과 경찰은 내 임기만 지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문제 해결을 미룬 측면이 있다."

- `논개영정`을 뜯어 낸 뒤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들이 나오나?
"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열린사회희망연대에서 환영논평을 냈다. 그림 복사본을 훼손하지도 않았고, 교육자료로 삼자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심전심으로 지지를 보낼 것이라 본다."

- 그림 복사본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지난 10일 `독도수호 진주시민행동`과 진주시 기획실장이 합의했듯이 앞으로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일단 그림 복사본은 진주성관리사무소에 보관되어 있는데, 다시 의기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림 복사본은 교육용으로 활용돼야 한다. 적당한 보관 장소를 찾는데 있어 논의를 거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진주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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