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전격적 제안에 북측 태도에 달려


"남북 장관급 회담으로 북핵 실마리 푼다."
남.북 당국은 16일 차관급 회담을 열어 10개월여만에 다시 머리를 맞대고 장관급 회담 재개를 비롯한 관계정상화 방안과 북핵 문제, 비료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 대해 본격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은 개성 자남산여관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오전 10시 40분께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과 회담을 시작했다.

우리측은 이날 회담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 ▲북핵 문제 ▲인도적 지원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을 제안했고, 북측은 남북관계 정상화 문제와 비료지원 문제 등을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대표는 회담에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장관급 회담부터 재개돼야 하며 5주년을 맞게 될 6.15 공동선언 이행의 중심체 역시 장관급 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히고 6월 중에 장관급 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남측 회담 관계자가 전했다.

남북은 당초 지난 해 8월 3∼6일 서울에서 제15차 장관급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고 김일성 주석의 사망 10주기 조문 불허와 탈북자 집단입국 등으로 인해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남측은 또 "북한 핵문제와 관련,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선언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한 뒤 북한에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개성 회담에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열린 우리측 대표단 환송식에서 "대화가 10개월간 막혀 있었기 때문에 정세인식이나 현안을 놓고 남북간에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마음을 열고 성의를 다하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석대표인 이 차관도 인사말을 통해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제도화를 통해 남북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뿐아니라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좋은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출퇴근 형식으로 17일까지 진행될 이번 회담에는 남측에서 이 차관을 수석대표로 김웅희 남북회담사무국 회담운영부장, 한기범 통일부 국장이, 북측에서는 김 부국장을 단장으로 전종수, 박용일 등이 각각 남북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장관급 회담 외에도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장성급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간 회담 등의 재개 방안이 논의되고 북한에 지원될 비료의 경의선 철도를 이용한 육로수송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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