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회사가 된다구?
병원이 회사가 된다구?
  • 승인 2005.05.18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침뜸술은 물신성 회복의 보루
<이상호의 정문일침(頂門一針)>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될 이 장기 연재는 일종의 취재일기입니다. 우리의 전통의학인 `침뜸`을 이상호 기자가 직접 배우면서, 주된 학습내용은 물론 그때그때 만나게 되는 작은 깨달음들을 기록하는 일기인 셈입니다.

침뜸의학에 대한 탐사기록이기도 할 <이상호의 정문일침> 코너는 주로 신자유주의 치하 의료문제와 언론현실, 나아가 이 시대 인간의 조건에 대한 다양한 개진의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바랍니다.
================================================================================

병원이 회사가 된다구?
침뜸술은 물신성 회복의 보루 5/12

세상은 본질적으로 자본친화적인가? 돈의 목소리가 세상을 삼켜버려 사람들 사이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바람부는 2005년 5월 서울의 모습이다. 거리를 걸으면 상점들 마다 외쳐대는 확성기 소음에 아찔하고, 신문을 펴든 텔레비전을 켜든 바야흐로 물신을 예찬하는 `호객` 오라토리오에 귀가 멍멍하다.

도구나 물품은 제 효용 대신 돈의 이름으로 불리우고, 사람 역시 교환의 조건으로 평가된다. 도처에 불을 밝히고 있는 인간시장.. 돈으로 코팅된 지구가 숨을 쉬지 못해 겉으로부터 메말라 간다. 자본은 세상에 친화적인가? 그렇지 않다! 자본은 자연과 인간에 친화적인가?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라는 것이다.

침뜸취재 여정 이제 두달째다. 오늘은 오행론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동양의학이란 분석과학적 체계를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에 대한 철학을 느껴나가는 것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태양과 지구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자연의 조건. 그 조건에 순응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부여받은 인간의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동양의학의 기본아닐까? 낮과 밤, 사계절 음양오행의 조건은 세계와 나를 하나로 관통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사회에 있어서 그 자연의 조화를 유지하고, 조화의 실조(깨어짐)를 바로잡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면, 인간에 있어 조화를 관리하는 것이 바로 의술일터.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인간을 더 가깝게, 하지만 서양의학 보다는 좀 더 멀리 바라보자는 관심. 바로 그 관심이 동양의학적 동기부여일 것이다.

자연과의 조응속에 인간을 바라보는 동양의학, 특히 침뜸의 관점에서 바라볼때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는 그야말로 가장 자연적인 것이 좋을 것이다. 환자와 의사사이의 관계는 최대한 인간적인 것이 좋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학이 구현한 물질적 조건과 장비를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물질이 수반하는 자본관계를 최대한 경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들린다. 병원도 회사법인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영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심화된 자본화 경향이 이제 전면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서민들이 처할 의료여건은 더욱 열악해 질 것이다. 공공의료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수조원의 돈이 투입된다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 자본화를 추동하는 기득권은 절대 자신들의 주머니를 열지 않는 법이니까.

대신 한동안 언론플레이가 불꽃놀이 처럼 요란스럽게 계속 될 것이다. 선진화된 최첨단 의료설비와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소개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정작 그와같은 서비스로 부터 배제된 서민들은 마치 그것이 자신들의 것인 양 착각 속에 살다가 남모르게 죽어갈 것이다. 성전 앞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난민들 처럼.. 그것이 자본화의 현실이고 신자유주의의 말로아닌가.  

자본화는 인간성에 반하고, 신자유주의는 자연의 조화에 역행한다. 세상의 질서를 근본으로 부터 다시 사유하는 동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이땅의 민중에게 허락한 침뜸술로부터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너무도 사소한 침이 거구를 무너뜨리듯.. 그래서 우리네 정문일침의 정진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이상호 기자의 개인홈페이지 leesangho.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