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바람직한 검경수사권 조정 위한 토론회 개최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이석태)이 1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바람직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중립적 입장에서 전달하기 위해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주요발언을 중심으로 현장중계 방식으로 보도한다.



이석태 민변 회장
토론에 앞서 이석태 민변 회장은 “대부분의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검찰에 이첩돼 종결될 때까지 수사 일선에서 사실상 사건처리의 향방을 가늠하는 기초수사를 맡아 온 경찰은 검사와 대등한 수사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희망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는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의제와 관련돼 바람직한 논의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97년 6월 항쟁을 촉발케 한 박종철 군 고문 살해 사건은 경찰의 조직적인 강압수사에 의해 비롯된 것인데 이런 경찰에 검사의 지휘로부터 독립한 수사권을 맡겨도 좋은지, 경찰은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 인권을 충분히 보장할 구조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또한 차제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 또는 경찰에 마련돼야 할 형사소송 절차상의 개선책은 무엇인가 하는 등의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오늘 어떤 결론에 이르기 힘들더라도 바람직한 검찰과 경찰의 상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사법경찰관리 수사개시 법적 근거 마련 필요…검찰은 중요범죄에 집중해야

 
조국 서울법대 조교수
조국 서울법대 부교수는 <‘실사구시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선 검찰·경찰 수사권조정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개시·진행권을 확인하는 일반적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중요범죄에 집중해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부교수는 이어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개시·진행권이 법조문으로 명문화되더라도 ‘비중요범죄’로 한정되고 검사의 최종 수사종결권은 위임되지 않기 때문에 수사권 이원화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조정협의체에서 합의된 12개 중요범죄는 △내란 △외환 △국기 △국교 △폭발물 △공안 △살인 △국가보안법 △선거법 △4급 이상 공무원범죄 △사회의 이목을 끌만하거나 정부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범죄 △지방검사장 또는 지청장이 지시한 사항 등이다.

그는 아울러 “수사현실에서 ‘비중요범죄’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검사가 사전적 수사지휘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사후적 지휘만을 하는 점에서 ‘비중요범죄’의 경우 경찰에게 수사를 맡기고, 검사는 수사를 종결하는 과정에서 보강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비리경찰은 검사의 징계·해임·체임요구권을 적극 발동하는 것이 수사현실에 부합하며 효율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부교수는 그러면서도 “경찰은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경찰 수사인력의 자질과 수준을 높이는 작업 등은 미흡한데 사법경찰관은 10일간의 피의자 구속권, 구속영장청구권 등 다른 민주국가의 경찰이 갖지 못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검사의 지휘권은 폐지될 수 없으며, 경찰의 법률적용 오류의 교정, 수사절차에서의 불법·탈법행위의 방지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유지의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에 대해서도 “공판중심주의 등의 실현은 필연적으로 검사의 역할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현재처럼 수사검사와 공판유지검사가 왕왕 분리되고, 공판유지검사가 형식적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현상은 상상할 수 없다”며 “또한 수사현실을 감안할 때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중요범죄에 집중해 행사되도록 전체적으로 구조적인 틀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교수는 끝으로 “이제까지 장기간의 논의를 통해 수사권조정에 대한 거의 모든 입장이 표명되고 검토됐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연구나 논의, 검경간의 상호 흠집 잡기식 비난이 아니라 상호이해와 타협”이라며 “검경은 책임감을 갖고 최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고, 특히 정부 또는 국회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일단락 짓는 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 수사권 이원화 초래해 인권침해 가중된다는 검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박노섭 경찰대 교수
토론자로 나선 박노섭 경찰대 교수는 “검찰은 사법경찰관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할 경우 수사권 이원화를 초래해 수사의 효율성 저해하고 인권침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주장하지 않는 이상 경찰수사는 검찰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검찰은 현행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의 수사개시와 진행에 관한 일반근거 규정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수사권 이원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상호 모순된다”며 “결국 검찰의 수사권 이원화 주장은 실무상 사법경찰관의 수사권 행사가 법률이 아닌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근거한다는 주장과 같은데 이는 공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헌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더구나 수사권 다원화가 아니라 검사를 정점으로 한 수사권 일원화 주장은 검찰을 중심으로 수사권을 재편해 완전 독점하겠다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며 “검찰은 오히려 수사의 97%를 담당하는 경찰수사권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3%의 검찰 수사권행사를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검사가 수사실무에서 한걸음 물러나 객관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형사사법개혁에 동참하는 길”라고 강조했다.

◈ 검사 수사지휘권 배제되면 수사체계 총체적 난맥 우려

반면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조교수는 “우리처럼 경찰의 권한이 비대화되고 실제 수사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많은 현실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마저 배제될 경우 국민의 인권보호나 실체적 진실발견에 커다란 장애를 초래하고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충돌 등으로 국가 수사체계의 총체적 난맥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정 조교수는 “특히 사법경찰을 독자적 수사주체로 규정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도록 형소법 제195·196조를 개정하자는 경찰의 주장은 형사사법제도의 그간을 무너뜨리고 형소법의 기본 이념인 인권과 법치주의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국가의 수사권체계는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에 해당하고 국민의 인권보장과 적법절차 준수,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소소송의 기본이념과 가치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수사권독립이나 조정문제는 검찰과 경찰이라는 양기관 사이의 권한배분이나 권한쟁취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보호 및 권익과 편익제고 차원에서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 검찰의 직접수사는 지양되고…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실질화돼야

 이병래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견제기관도 없는 검찰에 의한 직접수사는 지양돼야 하고, 범죄의 특성상 검찰이 수사를 담당해야 할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하고 검찰은 직접수사의 개시, 진행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사실상 견제장치가 없이 방치된 경찰수사 영역에 대한 수사지휘가 실질화돼야 하고, 검사는 공판중심주의적 형사절차에서 형사사건의 기소 및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증거의 화보를 위해 사법경찰관을 지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공판중심주의의 방향이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하고 ▲경찰단계에서 장기간 인신구속이 허용되고 있는 구속제도가 개선돼야 하며 ▲사법경찰이 행정경찰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수사개시나 수사진행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을 경우 조사, 처벌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되고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신종철 기자는 법조 출입 전문기자로 현재 법조 전문 인터넷 신문 lawissue.co.k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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