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이라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우선 드는 생각이 해맑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19세)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여느 여자 연예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수려?섹시?뇌쇄’ 이런 단어들이 쉽게 떠올려지지는 않는다.

문근영 본인이 들으면 섭섭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느 여배우치고 섹시하고 화려하다는 말을 싫어할까마는 아직까지 필자의 눈에는 문근영이 그런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략 2000년 KBS TV 드라마 ‘가을동화’에서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데뷔 6년차 배우라 연예계에 익숙하기도 하겠지만 흔히 얘기하는 ‘때 묻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마치 데뷔 초기의 신선하고 풋풋함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인상이다.

하긴 요즘 문근영이 출연하는 광고에서 제법 성숙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도 상당히 야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댄스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순진한 소녀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잦지 않은 미디어 노출 탓에 문근영은 맑아 보인다

‘가을동화’나 ‘명성황후’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바도 있지만 그의 활동은 영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또한 흔히 홍보성으로 출연하는 TV의 쇼?오락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아직까지 그는 적나라한 상업 배우의 이미지 보다 적당한 신비주의 소녀임이 잘 먹히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는 탓이다.

과거 문근영 보다 더 철저한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썼던 배우가 있었다. 모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로 유명해졌던 임은경이라는 배우인데, 워낙 베일로 가려 놓고 대중과의 교감을 차단했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잦은 영화 출연 등의 미디어 노출로 기존의 신비감이 감소하면서 덩달아 인기도 추락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문근영의 경우는 임은경 만큼 철저한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썼던 것은 아니다. 적당히 대중적인 노출을 시도했고, 또 신비주의 광고보다는 사실적인 영화를 통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영화계에서 문근영에 대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본연의 모습인 배우 보다 그 외 활동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이다.

우선 광고 모델 활동이 잦다. 광고라는 것이 상업주의의 극단이라고 볼 때 배우로서의 신비감이 감소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모 자선단체의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구호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고, 외조부의 통일운동 전력이 화제가 되면서 배우 활동과는 상관없는 인터뷰가 늘어가고 있다.

저간의 사정에 대해 문근영 자신은 물론 그를 보호하고 있는 이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듯하다. 그래서 한겨레신문이 홍보대사를 권했을 때 이를 사양하기도 했고, ‘댄서의 순정’이 개봉한 이후는 일체의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다.

지난 10일 깐느 영화제 참석을 위해 출국한 뒤, 현지에서도 해외 언론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는데 다행인 것은 문근영의 그런 태도에 대해 대체적인 언론들이 이해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근영과 가까운 영화계의 한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처음에 관심을 끌기 시작했을 때는 어려서인지 인터뷰를 즐기고, 언론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빈도수가 늘어가기 시작하면서 쉽게 피곤해 하기도 했고, 가뜩이나 촬영으로 학교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는데 인터뷰 스케줄까지 만들면 어떻게 학교를 다니느냐고 투정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긴 대개의 연예계라는 곳의 생리가 그렇다. 여배우라는 직업이 그리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기 있을 때 최대한 뽑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잦은 노출과 혹사로 생명을 더 단축하기 다반사다.

그런 의미에서, 또 문근영이라는 너무 예쁘고, 멋진 배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도 최근 문근영의 행보는 반갑기도 하다.

아마 현업 정치인 중 대중적인 인기도를 따졌을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 열린 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일 것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복지부 장관, 이명박 서울 시장 등도 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래도 필자의 생각에는 유시민 의원만큼 뼈 속까지 배어든 애정 표현은 덜하다.

유시민 의원에 대한 관심은 그가 가지고 있는 개혁적 성향도 큰 이유기는 하지만 과거 그가 가지고 있던 신비주의에서도 큰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필자가 대학 시절 열독했던 ‘거꾸로 쓰는 세계사’가 그의 저서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의도적 신비주의 전략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신비감마저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또 그가 지난 대선 때 ‘노사모’라는 조직 속에서 그 회원들에게 보여줬던 모습은 오히려 노무현 후보(당시) 보다 더 카리스마적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노무현 후보는 겉으로 드러난 애정의 대상이었고, 유시민 의원은 속에 가려져 있다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필자의 가까운 한 친구는 꽤 열성적인 ‘노사모’ 회원인데 얼마 전 자신이 ‘노사모’가 된 이유를 말할 때 놀랐다. 노무현 대통령 보다는 유시민 의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에 ‘노사모’가 됐다는 것이다. ‘노사모’ 회원 중 그런 사람이 자기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친구는 유시민 의원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었다고 한다. 그 이유로 유시민 의원의 잦은 노출을 들었다. 지난 4?15 총선과 우리당의 전당대회, 그리고 최근 혁신위에 이르기까지 유시민 의원의 말과 행동, 돌출 이미지가 예전에 생각하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유시민 의원은 지금보다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열린 우리당 또한 지금의 모습보다 더 많이 개혁 되어야 하고, 또 변화해야 하는데 그 핵심에 유시민 의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열린 우리당도, 또 유시민 의원도 과연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다”고 말한다.

아직 어린 배우인 문근영과 아직 경험이 적은 정치인 유시민 의원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찾게 된다. 두 사람 모두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것, 또 지금의 상황에서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보다도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는 것 등.

하지만 또 공통된 걱정도 하게 한다.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보다 건강하지 못한 내용으로 그들이 자주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들의 수명이 생각보다 훨씬 짧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대중의 인기가 생계이기도 하다. 또 대중은 자주 보이지 않는 사람을 쉽게 잊는 속성을 지니고도 있다. 대중에게 잊혀진 배우나 정치인은 생계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

20세기 대중음악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통하는 ‘비틀즈’의 존 레넌이 그런 얘기를 했다. “대중에 가까워질수록 진실에서는 멀어 진다” 진실의 의미는 여러 가지겠지만 수많은 대중들이 문근영과 유시민 의원을 사랑한다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이석원 (galamoi@dailyseop.com)기자 (이석원 기자는 현재 데일리서프라이즈 인터넷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 글은 데일리서프라이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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