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노회찬이 쓰는 난중일기

 5월 10일 (화) 맑음




10시 정치개혁특위 TFT 회의를 주재하다.

정당법에 진성당원제 등 당내 민주주의를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1시 30분 KBS에서 요즘 정가에서 관심을 모으는 미니홈페이지 취재를 나왔다. 싸이월드에 미니 홈피를 만들었지만 의욕만 앞설 뿐이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한 장 올려놓을 시간이 없다. 그러니 <공포의 디카>는 계속 예고편일 수밖에 없다. 


13시 30분 서울구치소를 방문하다. 종교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여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재소자들과의 간담회 건이다. 재소자들을 동시에 여러 사람 접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국회 입법활동을 위한  의견청취 간담회라는 것을 서울 구치소 당국이 잘 이해해 준 결과이다.


간담회에는 현재 수감 중인 목경산, 이진, 임태훈, 유호근, 나동혁, 염창근, 임재성씨 등 7명이 참석했다.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자와 민주노동당 당원, 사회당 당원들도 있다. 오태양군은 며칠 전 청주로 이감갔다고 한다. 이덕우, 김수정 변호사도 함께 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종교적 이유만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라크전 등에 대한 반대와 평화를 위한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그래서 지금 종교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1,077명에 이른다. 더 이상 못 본 척하고 그냥 둘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병역법 개정안은 몇 달째 국방위에 묶여 있다.

 

형기를 다 채워가는 임태훈씨는 국제 엠네스티로부터 양심수로 지정된 후 해외에서 4천여통의 격려, 위로편지가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가 하는 말은 <고립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두 개의 법안만 국회에 계류 중일뿐 누구도,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불편한 점이 말하라니까 최근 정대철 전의원의 형집행정지 결정에 서울구치소 재소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전한다. 서울구치소 수감자 수가 이미 정원을 크게 초과해서 3평 방에 9명이 수용되는 실정에서 고위공직자 출신들은 요란스레 들어와서는 1.2평 독방에서 편히 수용되다 재판도 마치기 전에 쏜살같이 석방되니 남아 있는 개털들은 <악에 받친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의원에 대해 3개월 형집행정지를 명령하면서 그 사유로 <중증 혈관경련성 협심증이 반복돼 급사할 우려가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고 있다. 전문가인 의사, 검사와 달리 비전문가인 대다수 국민들은 그런 <우려>를 갖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문제 삼지도 않는다.

 

급사할 우려가 있는 사람이 왜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 입원했는지, 급사하 우려가 있는 사람이 꼬리를 무는 방문객들을 왕성하게 만날 수 있는건지 이런 유치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단지 돈이 없어 변호사도 못사는 개털들만이 감옥 안에서 소리지를 따름이다. <국회의원 노회찬>

 

김영길공무원노조 위원장 특별면회까지 마치고 울산으로 내려가다.


18시 울산 북구청에서 열린 조승수의원의 의정보고대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법무부 기획실장의 전화다. 법무부에 요청한 자료를 주기 어려우니 양해하라는 전화다. 5월 15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재계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어떻게 검토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답변하라는데 대한 대응이다.


소관 부서인 검찰국은 답변할 수 없다는 태도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은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군사, 외교, 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일 뿐이다. 검찰국의 태도는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이다는 보좌관의 항의에도 답변은 <배째라>이다.


다소 세련된 기획실장은 <아직 결정된 것 없다>고 둘러댄다. <준비된 거짓말>이다. 기획실장의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실무절차상 이번 석탄일 사면복권은 없어야 정상이다. 


23시 한국노총 이용득위원장 모친상 빈소에 들르다. 이위원장은 열흘 넘는 단식 후 아직 회복도 되지 않은 몸으로 상을 치르고 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양노총 내부 비리사태로 침통한 분위기다. 다들 말은 적고 내쉬는 숨은 길다.


비가 오려는지 밤바람은 삽상한데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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