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강압적 추진, 반대여론 당연"
"해군기지 강압적 추진, 반대여론 당연"
  • 승인 2005.05.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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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평화, 환경 전도사 지율스님 인터뷰


 
천성산 `도롱뇽 지킴이` 지율스님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강압적으로 일을 추진하게 되면 반대여론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역주민의 삶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지역주민.전문가 등과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총 240일간의 초인적인 단식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꿔낸 지율스님이 24일 오후 `생명과 평화, 환경`을 주제로 강연차 제주를 찾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도롱뇽 친구모임`이 초청으로 10년만에 제주를 찾은 지율 스님은 성산읍 성산일출봉을 둘러본 후 김인옥 제주지방경찰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지율스님은 김인옥 청장 면담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김 청장님이 여성으로서 경찰청장이라는 지위에 올라 어려움이 많을 것을 판단했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환경경찰대를 발족하는 등 환경에 관심이 많아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만났다"고 밝혔다.

단식이후 건강문제와 관련해 지율 스님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로 곤혹스런 질문"이라며 "예전보다는 나쁘지만 제가 수행을 하기 때문에 크게 아프다고 얘기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지율스님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뿌리가 있는데 그런 것(해군기지)은 공론의 장에서 결정돼야지 행정적으로 발표하게 되면 당연히 반론이 생긴다"며 "시민단체와 전문가, 지역주민이 함께 논의해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율스님은 "고속철도는 책상에서 선을 그어 노선을 결정하는 등 탁상행정에 의해 결정됐다"며 "해군기지 건설의 찬반을 떠나 지역주민과 행정 등의 협의를 통해 좀더 투명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다.

개발과 보전에 대해서도 스님은 "환경문제에 종교인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모든 개발의 우선순위를 환경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에 대해서도 "무엇을 하든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며 "케이블카를 놓는 목적이 더 많은 사람을 산꼭대기로 실어나르는 것이기 때문에 산이 겪는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율스님은 "산은 거기에 있고, 산은 땀을 흘리면서 올라가야 것이지 발 아래 놓으려고 하면 안된다"며 "여러분들도 가장 아끼는 귀한 것을 감춰놓듯이 한라산을 아끼고 감춰놔야 한다"고 케이블카 논란을 강단있게 정리했다.

다음은 지율스님 일문일답

- 단식을 오랫동안 하셨다. 건강은 어떠신지.
"크게 나쁘지는 않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곤혹스럽기도 하다. 예전보다는 나쁘지만 아프다고 얘기하기는 그렇다. 제가 수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병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 제주에는 어떻게 내려오게 됐나.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하는 강연 때문에 왔다. 또 `도롱뇽 친구모임`이 있다. 지난번 단식할 때도 저를 촛불시위도 해 줬다. 몸이 회복됐기 때문에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기 위해 전국을 돌고 있다. 제주는 마지막이다. 과연 천성산을 떠나서 지역의 현안은 어떤 것이 있고,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고,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 단식 이후 얼마나 지났고, 건강은 정말 괜찮나.
"3달 지났다. 워낙 낙천적이고 건강한 편이라 의사들도 놀라고 있다. 그런 질문 받을 때마다 자연에너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혹시 제주도에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들었다. 지역현안이라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역사.지역주민 삶의 뿌리가 있는데, 지역주민의 삶의 뿌리를 흔드는 사업은 공론의 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행정적으로 발표되고 강압적으로 추진된다면 당연히 반대여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와 전문가.지역주민 함께 논의해서 결정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천성산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밖에서 자칫 공사가 중지된 것처럼 얘기되고 있고, 2조5000억원 손실되고 있다는 허황된 보고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보전지역이 있듯이 천상산에는 10개 보전할 것이 있다. 6월초부터 환경영향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 해군기지 말고 제주환경과 관련해 얘기해 달라.
"10년만에 제주도에 내려왔다. 부분적인 사안이라 감히 드리기는 어렵지만 성산포에 갔었다. 성산일출봉 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물론 굉장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음악이 틀어져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음악을 조그만 줄이면 새들이 편안할 수 있는데. 자연의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사람들은 자연을 즐기기 위해 성산일출봉에 간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지키는데에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입장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그 사안에 대해 잘 모른다. 화순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지역주민과 행정당국이 가장 잘 안다. 합의가 중요하다. 천성산 고속철도 개발의 경우에 행정당국은 책상에서 선을 그어 노선을 정했다. 한마디로 탁상행정이다. 그동안 정부와 자치단체에서는 과정을 무시해 왔다. 과정을 좀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

- 김인옥 청장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사회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여자분으로서 경찰청장이라는게 지위는 많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환경경찰대를 발족하는 등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만나게 됐다"

 - 제주방문을 마지막으로 다시 천성산으로 돌아가나
"4년 동안 거리에서 이 운동을 했다. 단식도 240일 동안이나 했다. 현장에서 100일 이상 노숙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일을 통해 운동의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반성도 하는 등 저 나름대로의 운동을 정리하고 있다. 또 `초록의 공명`이라는 운동도 하고 있다. 물과 생명이야기가 화두다. 여성들이 하기 좋은 이야기이자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CD 5만장을 만들었다.(기자들에게도 즉석으로 반드시 보라고 나눠주기도 했다)"

- 제주도는 개발과 환경이 대립하는 부분이 많다. 같이 갈 수 있는 대안은 없나.
"개발과 환경은 같이 가야만 하는 필연적인 것이다. 저 뿐이 아니라 핵폐기장 등 환경문제에 종교인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이제는 더 이상 환경을 훼손하면 안된다. 아토피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깨끗한 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의 아토피 환자가 의외로 높다. 제주지역에도 신생아 중 20%는 아토피를 앓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높다. 이제 환경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개발에 우선순위를 환경에 둬야 한다. 환경도 알고보면 경제다. 환경훼손으로 나중에 지불해야 하는 댓가는 돈으로 환산하면 계산할 수 없을 정도다"

- 한라산 케이블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얘기는 들어본 것 같다. 무엇을 하든지 최소한의 것을 희생해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한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목적은 더 많은 사람들으 산꼭대기로 실어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산에 오기 때문에 산이 겪는 고통은 배로 늘어난다. 산은 꼭대기에 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땀을 흘리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산이 거기에 있다. `산은 높아야 하고, 물은 깊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산을 발아래에 놓으려고 하면 안된다. 케이블카의 문제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설악산이다. 설악산 대청봉 주변에는 아무것도 남아있는 게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여러분은 가장 아끼는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 꼭꼭 감춰 놓지 안느냐. 귀한 것들은 더욱 아끼고 감추는 마음으로 한라산을 바라봤으면 한다" 이승록 기자 (이승록 기자는 제주 지역의 인터넷 언론 제주의 소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소리(jejusori.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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