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정명은 기자의 코스별로 가보는 북한산 산행기 1편

 

코스1-수유리 4.19탑→수유2동 매표소→백련사→진달래능선→대동문→북한산성 주능선→보국문→정릉계곡→정릉매표소
백련사 지나 깔딱고개 오르는 데 비오듯 흐르는 땀, 왜 사서 이 고생들을 하는 걸까
 진달래 능선 이르자 확 트이는 시야, 그런데 그많던 진달래꽃들은 다 어디로 갔지?
출발 때 비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흐릿한 날씨, 대동문에 이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보국문 거쳐 정릉계곡 따라 내려오는 길엔 아카시아 꽃 향기에 취해 흥얼흥얼


아이고 지금 시간이 몇시야? 산을 넘어서 회사 출근 하려면 빨리 일어나야 하는데상 시간 7시 10분. 밥 먹고, 세수 하고, 이 닦고…주섬주섬 등산복 챙겨입고…. 아참, 카메라도 가져가야 하잖아. 집에서 나서면서 보니 8시 10분. 버스 정거장(참고로 기자의 집은 동대문구 휘경동 경희대 앞이다)에서 우이동행 1217번 버스를 탄다. 오늘 가고자 하는 수유리 4.19 묘지 버스 정거장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30여분. 넉넉히 9시면 도착할 수 있겠다. 예상 적중.
부리나케 버스에서 내려 4.19기념탑 방향 도로로 향한다. 4.19탑엔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십수명 있다. 오늘 따라 어른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왜 일까. 더 생각할 시간이 없다.
기념탑을 지나자 마자 계곡이 나온다. 계곡 위로 난 다리 쪽으로 우회전.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을 좇는다. 계곡 양쪽에는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버스 정거장에서 약 10여분을 걸으니 매표소 하나가 나온다. 어른 1,600원. 비싸다. 매표소를 가운데 놓고 주변 풍광까지 사진을 찍고 있으니 매표소에 근무하는 아주머니가 나선다. 매표소는 왜 찍는 거에요? 아주머니가 미인이라서…. 금새 입이 벙그레, 해진다. 북한산에 있는 매표소란 매표소는 다 가봤는데, 주변 풍광이 이곳처럼 괜찮은 곳도 드물다. 바로 옆엔 `풍경`이라는 한적한 식당이 나무 숲속에 숨어 있고, 바로 뒤로는 조그마한 밭이다.
밭 옆으로 난 길은 온통 밤나무로 뒤덮여 있다. 아직 때가 아닐텐데도 어디선가 밤꽃 향기가 나는 듯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진짜로 밤꽃들이 아직은 어설프게 나마 피어있다.
매표소에서 10여분을 걸으면 백련사가 나온다. 북한산에 있는 산사 치고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그만큼 정갈하고 조용하다.

이제 이곳에서부터 일명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일반인들은 족히 30여분은 숨을 헐떡여야 하는 코스. 숙련된(?) 기자도 서서히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땀…땀들. 새삼 느껴진다. 뚱뚱한 사람들이 왜 자꾸 산을 찾는지…. 어떤 이들은 3개월만에 25kg를 뺐다는 전설 아닌 전설도 전해진다.
틈틈이 사진도 찍고 숨도 돌리고 하면서 가까스로 오른 능선. 일명 `진달래능선`이다. 이곳은 말그대로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많다. 물론 봄, 그것도 잠시잠깐의 축제로 끝을 낼 뿐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일년내내 진달래능선으로 불리운다. 토요일인데도 등산객들이 많지 않다. 오늘 단체로 쉬기로 했나??
능선은 오르기 편하다. 평지와 경사진 곳이 번갈아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코스에서 산성 주능선을 거친 사람들이 내려오는 코스로 많이 사용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디선가 꿩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름 모를 다른 새들의 노래소리도 들린다.
약 15분여를 쉬지 않고 오르다보면 표지판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통일연수원과 대동문, 그리고 백련사매표소 쪽으로 갈라지는 삼갈래 길의 표지판이다. 하지만 기자는 또 하나의 길을 안다. 바로 그곳에서 대동문으로 바로 빠지는 한적한 산책로 같은 길이다. 표지판을 지나서 바로 우측으로 조그맣게 나있는 길이어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찾으면 오늘 산행은 구웃~. 큰 나무도 많고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기분 캡이 되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기분좋은 건 거기까지. 5분여를 걸으면 또 눈앞을 가로막아서는 깔딱고개. 그나마 다행인 건 코스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4-5분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보면 다시 진달래능선에서 이어지는 코스와 만난다. 앞쪽으로 내려다보면 조그마한 약수터가 있다. 물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필히 들려야 한다. 물맛도 좋다. 그리고 나무 계단길을 따라 3-4분을 더 올라가면 드디어 나온다. 대동문(大東門). 북한산성 성곽과 성곽 사이에 난 문으로 주능선을 따라 동쪽으로는 용암문-위문, 서쪽으로는 보국문-대성문-대남문-청수동암문과 연결된다. 화강암을 깎아 쌓은 터널같은 문을 지나면 넓은 공터가 나온다. 단체로 등산을 온 사람들이 쉬기에 좋은 공간이다. 좌회전. 시간이 없는 관계로 오늘 산행은 두시간 반 코스다. 다음 탈출로인 보국문에서 빠져 정릉매표소로 내려갈 계획이다.

눈 앞에 산성이 떠억하니 나선다. 길은 이제 산성 바로 옆을 따라 쭈욱 나있다. 10여분을 걸으면 왼쪽으로 또다른 탈출로가 하나 더 나있다. 바로 칼바위 능선으로 향하는 출입구다. 칼바위 능선은 정상이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서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몇차례 올라본 적이 있는데 능선 정상 뿐 아니라 바위들도 전부 뾰족뾰족하다. 암벽타기도 해야 하므로 초보자분들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조금을 더 걸으면 나오는 게 보국문. 대동문이나, 대남문, 대성문과 달리 성곽 옆 길 아래에 문이 나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문을 빠져나오면 정릉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경사가 급하다. 돌 계단이 나있지만 조심해야 한다.
나무들이 저마다 짙푸른 녹음을 자랑한다. 이름모를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다.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윙하는 소리가 귓가에서 아른거린다. 벌이다. 이전에 몇 번 따끔한 맛을 본 적이 있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불상처럼 서 있으니 벌이 날아간다. 꽃을 몇 컷 찍었다.

항상 그렇지만 내려오는 길엔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짧은 시간의 등산이었건 긴 시간이었건은 중요하지 않다. 이게 바로 등산하는 맛이다. 게다가 정릉매표소로 향하는 길엔 아카시아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일부는 떨어져 땅위에 뒹굴거나, 계곡물위에 둥둥 떠다닌다. 향기에 취할 정도다. 이곳이 정말 무릉도원이로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산은 약 50여분간 계속된다. 그리고 나타나는 정릉매표소. 식당들이 즐비하다. 배가 고파온다. 그래 오늘은 선지해장국이나 한 그릇 먹어볼까. 시계를 본다. 11시 30분. 아직 조금은 이른 점심시간에 2500원짜리 싸구려 해장국이지만 그 어떤 값비싼 음식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임금의 성찬이다. 이로써 일주일의 스트레스는 가볍게 날아갔다. 자~다음주도 파이팅!! (정명은 기자는 자칭 등산 전문가입니다. 경력이 3년이라나요. 하지만 지방산은 거의 다녀보질 못했고-본인은 그 이유가 바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로 서울 근교의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그리고 아차산-용마산 등을 많이 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이들 산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많이 아는 것 같아요. 앞으로 숨겨진 등산로, 아주 좋은 등산로들을 많이 소개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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