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밤 MBC TV에선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내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 펼쳐졌다. 게다가 이 장면들은 사실에 근거했기 때문에 더욱 참혹했다.

 11, 12일 이틀에 걸쳐 ‘제5공화국’(극본 유정수, 연출 임태우)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을 방영했다. 10여년 전 ‘모래 시계’에서 5·18 관련 내용이 다뤄진 적은 있으나, 그때의 광주는 엇갈린 세 남녀의 운명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역사적 배경’에 가까웠다. ‘꽃잎’ 등의 영화에서도 5·18은 생존자들의 회상 속에서 은유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므로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1980년 광주의 상황을 이렇게 생생히 다룬 것은 ‘제5공화국’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방영분에선 5·18이 발발한 경위와 이 지역에 투입된 공수부대가 총검으로 시민을 학살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보여졌다. 군인들은 곤봉으로 시민들을 사정없이 때리고, 팬티만 입힌 채 동물처럼 다룬다. 심지어 총검으로 비무장 시민을 찌르기까지 했다. 전남대 부속 병원엔 코가 깨지고 머리가 터진 시민들이 실려와 전시를 방불케 했다. 카메라는 피칠갑이 된 병원 복도를 훑어가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제5공화국’은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출동한 공수부대원의 모습, 사태가 커질 것을 짐작하면서도 상관의 명령에 따라 부하들을 출동시킬 수밖에 없어 고민하는 하급 지휘관의 모습도 비췄다.

결국 참극의 책임은 신군부 핵심 인사들에게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광주 시민들이 폭행 당하는 모습에 ‘감정’이 실려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출자가 ‘냉정한 관찰자’로서의 입장을 유지하다보니, 5·18이 일종의 ‘스펙터클’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시청자 게시판의 송애랑씨는 방영 직후 “너무 참혹해서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고통 받은 사람들이 치유돼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전두환정권을 옹호하며 “왜 지나간 일을 문제 삼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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