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고모네장터'에 서있는 살아있는 나무 장승


▲ 수양버들을 깎아 거꾸로 심었다. 잎이 나기 시작해서 더 이상 썪지 않는다는 산장승.
 
북면 고모네 장터가 활기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새로운 눈요기 거리로 정읍시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 새로움은 장승에서 온다. 흔히 볼 수 있는 장승이면 새롭지 않을 것. 고모네 장터에 가면 장승을 깎은 나무에서 가지가 자라나 잎파리까지 매달고 있는 산 장승을 볼 수 있다.

그런 장승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사람은 `산 나무로 장승을 깍았다`는 표현보다는 `살아있는 장승`으로 표현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북면 김기문 면장이었다. `걸어다니는 아이디어 뱅크`라고 할만큼 잠시도 쉴 사이없이 새로운 아이템들을 쏟아내는 그를 향해 붙여진 별명이다.

이번 장승 건도 김기문 면장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것으로서 고모네 장터를 살리려는 김 면장의 의지로 읽혔다.
 
지난 4월 20일 세워진 살아있는 장승 아이디어를 김 면장이 처음냈을 때 면사무소 직원들을 비롯해 면민들까지도 반신반의 했었다. 장승을 만들려고 깎은 나무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상식적 견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세워둔 장승에게서 가지가 자라나고 가지에 잎파리까지 매달리자 비로소 김 면장의 아이디어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어, 정말 나무가 살아나네요".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김면장은 할걸음 더 나간다.

"이 나무는 더 이상 썩지 않습니다. 장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깍은 부분도 상처 아물듯 여며질 겁니다. 아직은 작은 나뭇가지들도 점점 자라고 잎이 무성해지면 그 자체로 훌륭한 장식기능까지 하도록 갈무리 할 예정입니다."

기자도 그 장승들을 보긴 보았었다, 고모네 장터가 아니고 칠보로 꺽어지는 북면 삼거리에서 보았다. 고모와 고모부라고 써진 부부 장승의 모습이 희한해서 눈길을 주었었다. 머리 부분이 밋밋한 다른 장승들과는 달리 그 장승들은 마치 파마머리를 한 듯 머리가 얹혀져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장식으로 덤불을 올린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날 들어보니 뿌리였던 것.

`특이한 장승이다` 정도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마주친 김 면장으로부터 `산장승`이란 이야기를 듣고 지나칠 기회가 있을 때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없었던 가지가 돋아나 있어고 날이 갈수록 계절 탓인지 잎파리도 나온데다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디어의 핵심을 묻자 김 면장은 수양버들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수양버들이 다른 나무에 비해 생존력이 강하다는 것에 착안했다는 것. 일단 수양버들을 뿌리채 뽑아 뿌리는 정리한 후 거꾸로 심었다. 심은 후 밑 부분에 막걸리 등 성장촉진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을 투여했다고.

그 성장촉진제 배합 성분이 또 하나의 핵심일 듯 한데 그 노하우만큼은 아끼고 입을 다문 김면장. 특허를 내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에 진지하게 고려중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따라서 비법의 완벽한 공개는 힘들듯.

`살아 있는 장승`은 북면 면사무소 인근에 총 5개가 세워져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칠보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고모-고모부 장승 2개, 고모네 장터 마당가에 세워진 고모-왕고모-고모부 장승 3개다. 장터에 세워진 장승 바로 앞에는 연방죽까지 조성하여 갖가지 연들과 창포를 심어둔 상태였다.

고모네장터는 산장승들 말고도 농산물을 형상화한 장승들이 세워진 장승촌이었다. 그 또한 김 면장의 아이디어. 김 면장은  장승들을 디자인했을 뿐 아니라 장승 아래부분에 새겨진 문구까지도 작성했다고 밝혔다.

북면에서 생산되는 13개 농축산물이 장승으로 형상화 되었다. 쌀, 보리, 복분자, 고추, 담배, 사과, 녹차, 고구마, 콩, 수세미, 돼지, 한우 등이 장승으로 깍였다. 장승들을 고모네 장터로 눈길을 끌기 위해 서 있었다.

한 가지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변강쇠 의자`. 장승들 사이에 남근 모양의 벤치를 만들어두고 `변강쇠 의자`라 이름 붙인 것. "요즘 사람들은 진해야 돌아본다"며 김 면장은 그 의자에 앉아보았다.

최근에 고모네 장터로 들어가는 입구를 안내하는 간판도 고구마로 바꿨다. 지난 번에 세워졌던 고모 마네킹은 철거된 상태. 김면장에 따르면 "지난번 안내판 역할을 한 마네킹은 경비 절약차원에서 조야하게 만들어졌다. 마네킹이 입고있던 옷도 우리 어머니 옷이다. 장터에 온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항의(?)까지 했었다."

이런 장승 이벤트 말고도 또 다른 이벤트가 준비중이다. 16일부터 매월 둘째, 네째 목-금요일마다 야간 `드라이브 인 극장`을 운영할 계획을 전했다. 정읍시내에서 오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탄 채, 면민들은 의자 놓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자동차 극장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장터 활성화 전략이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장터에 마련된 놀이마당 무대에 설치하고자 했으나 스크린이 맞지 않아 못했었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십년비 바로 옆에 원두막을 세울 터를 닦아둔 상태였다.

김 면장의 의도는 장터 앞쪽 공간을 포켓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었다. 고모네 장터 회생전략을 그 쪽으로 잡았다는 추측을 해본다. 물론 김 면장 본인은 장터 활성화나 운영 문제는 면장 소관이나 주도가 아니라 면민들이 자율적으로 맡을 부분이라고는 했지만...황성희 기자 redhann@yahoo.co.kr<이 글은 정읍지역 환경생태전문 인터넷 언론 정읍통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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