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 한솔동의보감 주차장 밑 동굴 같은 곳에 둥지 튼 노숙자들


#바로 옆 정릉천은 온통 썩은 물만 흘러…홍수라도 나면 그냥 휩쓸릴 판이다.

정릉천. 북한산 등지에서 발원돼 성북구와 동대문구를 거쳐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이다. 서울 시내를 한참 거치다 보니 제기동과 용두동을 잇는 용두교 근처에 이르면 물은 완전히 썩은 상태로 멈춰 있거나 흐른다. 파리들이 날고 쥐들이 기어다니는 하천인 것이다. 용두교 근처엔 한솔동의보감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은 하천위에 지어져 있는데 그 밑은 마치 거대한 동굴을 연상케한다. 하천에서 올라온 썩은 냄새와 날파리, 그리고 쥐들까지…. `동굴`은 음습 그 자체다. 들어갔다간 몇 분을 버티기도 힘들 정도. 그런 그곳을 둥지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살다시피 해요. 이불이랑 살림 도구 같은 것까지 다 갖다놓고 지내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요…."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김상훈(55.남)씨의 얘기. 김씨에 따르면 그곳에 고정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은 7-8명 정도.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노숙자들까지 십수명씩 되는 경우도 있다. 거주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은 집을 나온 노숙자들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 하지만 그들중 일부는 단순한 노숙자들은 아니다. 비록 일용직 등이지만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여느 직장인들처럼 일이 끝나면 저녁에 `그들만의 보금자리`인 `동굴`로 퇴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잠을 잔다.



문제는 그곳 일대가 상습 침수 지역이라는 것. 아울러 표현하지도 못할 정도로 더러운 환경도 문제다. 사방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있고 쥐와 파리 등이 들끓는다.
해당 관청에서도 별다른 손을 쓰지 않고 있다. 그저 주차장 난간에 `홍수 경고판`이 붙어 있을 뿐이다.
여름은 다가오고 있다. 기자가 그곳에 들른 시간은 아침 9시. 하지만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잠든 그들은 여간해선 깨어날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저러다 정말 잘못되는 건 아닌지…. <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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