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생들의 이색 야구 현장

"넌 여자 최희섭 해라…난 박찬호 할 테니까."
동대문구에 위치한 조그마한 동네 주차장. 그런데 주차장에 차는 보이지 않는다. 야구 선수들만 보일 뿐…. 그들은 주차장이 야구장이라도 되는 것 마냥 열심이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문득 이상한 장면이 눈에 들어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3명의 주인공.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다. 투수 박찬호를 꿈꾸는 남자 어린이와 여자 최희섭의 미래를 그리는 여자 어린이 타자에 포수까지…이쯤 되면 팀웍은 완벽하다.
"자아 들어간다." 소리를 지르며 멋진 폼으로 와인드업하는 박찬호. 박찬호의 손끝을 떠난 공이 최희섭의 헛스윙과 함께 포수의 손안에 꽂힌다.



"스트라이크" 소리가 나왔을 법한데 왠걸, 비명소리가 들린다. 글러브가 없는 맨 손으로 공을 잡았던 여자 포수의 입에서 새어나온 "아야야…." 여자 포수가 자지러진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요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일단 공의 색깔이 야구공과는 다르다. 뭐지? 아니나 다를까 테니스공이었다. 야구방망이도 심상치 않다. 양해를 구하고 건네 받아 보니 신문지로 만들어진 것. 수십겹으로 정성껏 돌돌 말은 신문지위에 접착용 테이프를 발라놓았다. 군데군데 헤어져 내용물이 드러나있는 걸 보니 홈런 몇 방은 때렸나 보다.



"뭐, 어때요?? 재미있게 야구만 잘하면 되지. 우리 나중에 메이저리그 진출할 거에요."
소년 박찬호의 힘찬 목소리다. 그들의 꿈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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