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서 학부모 대신해 횡단보도 지키는 어르신들의 모습

 
#할아버지 화이팅, 들고 계시는 깃발은 멈춤이지만 우리 할아버지들의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삭막한 세상이다. 그런데 그렇게 삭막하지 만은 않아 보인다. 바로 이런 장면들을 볼 때…. 다른 할아버지들은 며느리 눈치보느라 노인정으로, 종묘공원으로, 탑골 공원으로 피신해 다닐 시간…. 위클리서울 어린이 기자가 포착한 한 아름다운 현장.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청량초등학교 앞 건널목을 지키는 우리의 할아버지들. 아 그 풍채도 당당하여라. 이 할아버지들은 전부 70대. 하루에 3-4분씩 조를 짜서 매일 아침마다 횡단보도에 나와 손주의 그것과 같은 초등학생들의 고사리 손을 잡고 안전을 기원한다.

2학년에 재학중인 정수진 어린이의 말.
"우리 할아버지 같아요. 그래서 다른 횡단보도로 건널 수도 있는데 전 일부러 이 곳으로 오죠. 그러면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들이 손도 잡아주고, 다정한 얘기도 들려주고 해요."
노란 깃대를 들고 계시는 최병갑 할아버지는 올해 연세가 일흔하고도 넷이나 되셨다. 그런데 하시는 말씀.
"내가 여기서 제일 어리지. 흐흐흐."
실제로 아침 등교시간, 이곳 청량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는 모두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녹색어머니회의 몫. 그런데 약 3개월여전부터 우리 할아버지들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셨다.
"운동도 되고 좋잖아. 기분도 좋고…. 집에 들어가서도 뿌듯해."
할아버지들 제발 건강하게 오래오래 횡단 보도를 지켜주세요.

정다은 기자(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이며 본지 어린이마당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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