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군단, 칼바위 능선을 점령하다!!
고추잠자리 군단, 칼바위 능선을 점령하다!!
  • 승인 2005.07.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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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정명은기자의 코스별로 가보는 북한산 산행기


#수유리 백련사 전경

이거 가야되는 거야, 가지 말아야 되는 거야. 열대야로 엎치락 뒤치락….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구분이 안가는 토요일 아침. 아침인데도 벌써 집안은 후끈…. 그래도 가야지. 또다른 코스 안내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Weekly서울` 독자님들을 위해서!! 마음을 다잡고 대충 짐을 꾸린 뒤 집 밖으로 한걸음 발을 옮기자 벌써 이마에 송송 돋아나기 시작하는 웬수같은 땀방울. 어제도, 그제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도 고스란히 땅바닥에 적지 않은 양의 수분을 헌납했는데…. 오늘도 제대로 하겠군.



#어때요, 바위가 칼날 같이 생겼죠?? 그래서 칼바위능선...

어느 코스를 안내할까, 고민하다 이내 오른 버스. 수유리를 거쳐 우이동까지 가는 1217번 버스다. 4.19기념관 정거장에서 내려 기념탑을 지나 아카데미하우스로 약 15분여 걷다보면 아카데미하우스 정문 바로 오른쪽에 매표소가 나온다. 아카데미하우스 매표소. 오늘의 등산 코스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칼바위능선-북한산주능선-대동문-진달래능선-백련사 코스. 예상 소요시간은 3시간.
매표소까지 간신히 15분여를 걸어왔는데도 벌써 온몸은 땀에 푹 절어 있다. 입장료를 내기 위해 주머니에서 꺼낸 지폐가 다 젖었을 정도. 매표소 아줌마가 싱긋 웃는다.
"잘 다녀오세요."
몇 발자국 떼자 물소리가 들려온다.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계곡에 물이 제법 흐르고 있다. 시원한 느낌이 든다. 느낌과는 반대로 몸은 이제 더욱 본격적으로 땀을 배출해내기 시작한다. 손수건이 금새 완전히 젖었다. 손으로 비틀어짜니 물이 줄줄줄….. 오늘 고생 좀 하겠구만. 5분여 걸으면 나오는 두갈래길. 왼쪽 길은 칼바위능선행이고, 오른쪽은 구선폭포를 지나 대동문으로 오르는 길이다. 지난번에 구선폭포는 하산길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안내해드린 적이 있기에 칼바위능선으로…. 접어들자 마자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등산객들도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날씨 탓이리라. 간혹 어르신들이 3-4분씩 나무 그늘 밑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그 어르신들 눈에 기자는 `이상한 놈`이나 `대단한 놈`, 둘 중의 하나로 보였을 터. 이 역시 순전히 날씨 탓이다.
숨은 숨대로 차고 땀은 땀대로 흐르고 등산복 상하의가 완전히 푹 젖었다. 짜면 족히 물 한말은 될 듯…. 그러다 보니 계속 물병으로 손이 간다. 마셔줘야 한다. 벌써 한 병이 다 비었다. 나머지 두 통. (※여기서 잠깐. 여름에 등산갈 땐 다른 계절의 두배, 아니 세배 정도의 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 꼬옥 알아두세요.) 빈 한 통도 약 10분여 걸으면 만나는 약수터에서 리필. 떨어져 내리는 약수에 손을 대니 갑자기 올라가기가 싫어진다. 그냥 여기서 쉬다가 내려갈까?? 물론 농담이지만 사실 그런 마음이 `약간은` 들기도 했다.



#칼바위능선에서 마지막 촬영작품, 여기서 배터리가 떨어졌어요.

다시 깔딱 깔딱 깔딱 고개를 올라간다. 나무가 우거져 그래도 시원한 등산로. 하지만 공기가 습해서 땀은 몇 배로 더 흘러내린다. 40여분을 죽어라 걸으니 다섯갈래길이 나타난다. 완전히 좌회전하면 빨랫골매표소와 칼바위매표소 쪽으로 하산하는 길, 조금 좌회전하면 정릉행 하산길, 그 오른쪽이 칼바위능선 우회로이고 완전히 우회전하면 칼바위능선. 갑자기 꾀가 피우고 싶어진다. 우회로의 글씨가 시야에 크게 들어온다. 몸이 마음을 지배하는 갈등의 순간. 게다가 다른 코스에서 올라온 한 등산객까지 우회로로 접어들고…. 그래도 안돼. 완전히 우회전. 여기서부터 칼바위능선을 거쳐 북한산성 주능선과 만나는 곳까진 약간 위험한 코스다. 초보자들은 요주의 할 것. 가파른 암벽길이 이어진다. 칼바위능선의 이름을 증명해주듯 날카로운 칼날처럼 날이 세워져 있는 바위들. 큰 나무들이 별로 없어 머리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를 정도로 햇볕을 고스란히 받는다. 20여분을 오르다 쉬었다 하다보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정상이다. 양측 아래론 완전 낭떠러지. 발이 후들거린다. 어라…그런데 이 귀한 몸의 시야를 방해하는 저것들은 뭐지? 뭔가 아른아른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를 반복하며 눈을 아리게 하는 저것들은….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씻어내고 다시 한번 바라보니 오호라, 족히 수백마리는 될 듯한 고추잠자리떼, 아니 고추잠자리 군단이라고 하는 게 옳을 듯. 고추잠자리 군단의 북한산 칼바위능선 점령 작전 현장. 이런 장면을 놓칠 순 없지.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는데 갑자기 꺼져버리는 전원. 뭐야? 이거!! 그러고 보니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시킨다는 걸 깜빡했네…. 이런 제길헐. 하필 이럴 때…독자 여러분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북한산의 잠자리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다음주까지 잠자리떼가 남아 있다면 반드시 촬영해서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겠다 다짐하면서 아슬아슬 바위틈을 비집고 전진. 자칫 실수했다간 황천행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코스를 오직 독자님들을 위해 비지땀 흘려가며 목숨걸고 강행해 내고 있는 기자에게 박수 한 번 쳐주시길.



#하산길에 만나는 수유3동 매표소 옆 전원식당. 산채비빔밥이 맛있어요. 전에 촬영했던 사진입니다.

간신히 도착한 주능선. 그곳에 가니 약간의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좌회전하면 보국문-대성문-대남문 코스, 우회전하면 대동문-용암문-위문-백운대 코스. 우회전. 대동문까지 5분여 거리. 대동문에서 탈출, 진달래능선을 거쳐 백련사 하산길로 접어드니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시야에 확 들어온다. 잽싸게 뛰어내려가 신발을 벗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니 세상에 신선이 따로 없구나. 발끝에서부터 시작해 온몸 속으로 번지는 차가운 기운. 흐르던 땀이 일거에 사그라들 정도. 일주일동안 쌓였던 피곤과 스트레스도 한 방에 날아가고…. 이대로 잠들고 싶어라. 하지만 다가오는 현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신발 신고, 배낭 메고 하산. 벽련사에서 들려오는 청명한 목탁소리를 들으며 매표소를 지나 손두부와 해장국을 파는 25년 된 집에서 해장국 한 그릇. 밥 맛 조오타. 정명은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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