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 동아제약 창사이래 최대위기 맞이한 듯


#강신호 회장

국세청이 동아제약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3일 "동아제약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사전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7월말에 세무조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동아제약측이 자료 준비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8월 8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8월 1일부터 6일까지 회사전체가 휴가중 이어서, 국세청의 세무조사통보에 대한 동아제약측의 공식적 입장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는 동아제약이 간판제품인 `박카스`를 불법 유통시킨 과정에서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 불법유통규모 40억 원에 달해

동아제약의 `박카스` 불법유통 수사를 담당했던 청량리경찰서 지능 수사팀측은 위클리서울과의 통화에서 "동아제약 현 직원이 개입된 사건"이라면서 "박카스가 일반의약품인데도 불구하고 식품도매상을 통해 그것도 현 직원이 개입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아제약의 직원이 식품도매상을 통해 `박카스`를 유통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된 식품도매상과 동아제약 직원은 약사법위반으로 송치된 상황이다. 세무조사를 통해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했거나 또는 다른 세무관련 혐의가 포착되면 `조세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번에 불법 유통된 `박카스`의 규모는 40억 원에 달한다. 판매된 박카스를 병 수로 따지면 1070만병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현행 조세범처벌법은 세금계산서 교부의무위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납부할 부가가치세액의 최고 2배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동아제약으론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 강신호회장의 반격?

동아제약측은 "이번 불법유통사건이 회사측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관행처럼 돼 왔던 일을 왜 문제삼느냐는 것이다. 불법 유통이나 허위세금 계산서 수수 혐의 등이 일선 판매조직에서 이뤄진 관행적인 사건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해 온 것이다.

이같은 동아제약의 `불편한 심기`는 강신호회장이 직접 발언을 터트리면서 가시화됐다.
강회장은 제주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국민음료인 박카스의 판매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경쟁제품인 비타500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흰옷 입은 약사`에 대한 부담감도 중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박카스`가 일반의약품으로만 돼 있어서 `판매활로`가 막혀있다 뜻으로 해석됐고 이는 곧 정부의 승인문제에 불만이 있다는 걸 시사한 셈이다.
강 회장은 "사람들이 400원짜리 박카스를 사러 흰 가운을 입은 약사가 있는 약국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워 한다"며 "최근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박카스란 이름은 모두 알고는 있지만 실제 사 마시는 사람은 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강회장은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다. 그는 전경련회장으로서도 최근 `강성발언`을 터트려왔다. 강회장은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지않아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부진 해소를 위는 기업지배 구조와 기업투자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며 “정부의 기업지배 구조와 투자규제에 대한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기업들이 너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직격탄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전경련의 이승철 상무는 "강회장의 입장은 전경련의 입장"이라면서 "불피요한 규제가 너무 많아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토지규제, 업종진입규제, 출자총액 제한제도등은 기업들의 투자에 불필요한 제도"라면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 동아제약의 이미지 강타 당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분식회계 혐의 등에 따라 3개월 이상 걸리는 특별세무조사 성격은 아니지만 세무조사 추이와 결과에 따라 명예직인 전경련 회장직으로서의 위상에는 상당한 흠집을 남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동아제약의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의 시판시기가 늦어질 전망이다.

이 치료제의 신약 허가를 심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약품 안전성 심사를 위해 관련 서류 보완을 동아제약 측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이데나는 당초 예정됐던 8∼9월을 넘어 10월 이후에나 시판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이데나`는 비아그라에 대항하기 위해 동아제약이 `야심차게 내놓은 토종 브랜드`란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선 `동아제약이 요즈음 되는 게 없다`고까지 말한다. 어찌됐든 지금 동아제약은 창사이래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듯 하다. 국내제약산업의 맏형으로서, 국민브랜드 `박카스`를 신화처럼 탄생시킨 주역으로서 동아제약의 위상이 흔들거리고 있다. 박정섭 기자 jspark12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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