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은 기자의 코스별로 가보는 북한산 산행기(도봉산 여성봉-오봉)


도봉산=송추계곡→여성봉→오봉→주능선→칼바위→자운봉→Y계곡→민초샘→망월사계곡→망월사역


코스모스가 한 번 피었다 졌다. 그리고 다시 핀다. 여전히 파아란 하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이번엔 색다른 코스를 한 번 정해봤다. 물론 가는 길이 멀긴 하지만, 그만한 보람이 충분히 있다. 게다가 날씨도 쾌청하기만 하다.


#산위에서 본 송추

도봉산을 `거꾸로` 시작하는 송추계곡. 1호선 전철을 타고 의정부역에서 하차. 광장 쪽으로 빠져나와서 찻길을 건너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그곳서 23번 부곡리 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안골 유원지 입구를 거쳐 경민대를 지난다. 사패산 입구를 지나서 2-3분을 더 달리면 나오는 곳이 송추유원지 입구. 의정부 역에서 여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5-20분여.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도 된다. 푸른마을 아파트 입구다. 그곳서 길을 건너면 송추유원지 정문 길이 나온다. 머얼리 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번 졌다가 새로 피어나기 시작한 코스모스 꽃들이 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 하늘거린다. 한길 오른쪽으로 송추계곡이 이어진다.


#송추유원지 모습

길가에 민박과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수영장도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름 한 철 장사로 일년을 먹고사는 집들이다. 아직 문을 열고 있는 집들이 많다. 버스정거장에서부터 20여분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표지판. 갈래길이다. 직진하면 송추폭포로 해서 오르는 길과 사패능선 쪽으로 오르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우회전하면 여성봉과 오봉쪽으로 해서 도봉산 주능선과 만난다. 송추계곡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초보자들에게 좋다. 길이 산책로처럼 평탄하다. 우회전. 다리를 건너 수영장을 왼편으로 끼고 5분여를 걷다보면 오봉매표소가 나온다. 1600원을 지불하고 드디어 산속으로 들어간다. 처음 만나는 길은 농로 같기도 하고 오솔길 같기도 하다.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사이를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트이는 시야. 산 속에 논이 있다. 마치 고향마을에 온 것처럼 정겨운 풍경이다. 풀벌레 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10분여를 걷다보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왼편과 오른 편으로 언뜻 언뜻 내려다보이는 계곡들. 그 위를 뒤덮고 있는 나무들이 수려하다. 매표소에서 30여분을 걷다보면 갑자기 시야를 가로막아 서는 산봉우리. 이게 바로 여성봉이다. 하지만 왜 일까. 왜 여성봉이라고 했을까. 그곳서 짐작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뜻 여성의 은밀한 그곳과 연상을 시켜보려 하지만 도대체 와닿지를 않는다. 바위 위에 서면 멀리 사패산을 비롯, 북쪽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이름모를 산들의 실루엣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들은 서로 떨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붙어 있는 모양새다. 아마 그래서 백두대간 한줄기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이야 도로가 뚫리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하면서 연결되는 지점들이 전부 끊겼지만, 이전엔 전부 한줄기였을 터…. 아쉽다.


#여성봉이다.

생각을 접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향해 돌진. 여성봉 정상이 바로 눈앞에 닿을 듯 한데 코스가 만만치 않다. 숨은 차고, 땀은 비오듯 흐르고…. 게다가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힘들지만 조금만 더 오르면, 그 어디서도 구경하기 힘든 `그것`을 볼 수 있을 테니….  이전에 이 코스는 그리 많이 알려져있지 않아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아마 입소문을 통해 `그것`이 알려졌고, `그것`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리라. 매표소에서 50여분. 드디어 나타나는 여성봉 정상. 더딜 것 없이 바로 눈알이 커진다. 눈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해괴한 모양의 바위. 탄성이 나온다. 무릎을 친다. "아하, 이래서 그렇구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 하나. 그 움푹 패인 중심부를 통과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그 중심부란게 정말 입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민망하게 생겼다. 마치 여성의 그곳을 옮겨다 놓은 듯 똑같이 생긴 모양새. 가운데 난 조그마한 바위 줄 틈새엔 물이 흐른 자국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파른 암벽을 올라가 그곳을 조심조심 밟고 넘어서야 여성봉 정상과 만날 수 있으니, 민망해도 오를 수밖에….


"야, 야, 살살 올라가…아프다고 소리 지를라." 짖굳은 남자 등산객들의 목소리. 여성등산객들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다.
올라서자 훤하게 트이는 시야. 어디서인지 모를 가을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어떤 중년의 남자 등산객들은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모습도 보인다.

"기 좀 받고 내려가야지…."

물을 한모금 마시고 아쉽지만 오봉을 향해 출바알. 오르락내리락 30여분을 걷다보면 천하의 절경과 만난다. 산 정상에 마치 신이 올려놓은 듯 엄청난 크기와 모양새를 하고 위태롭게 앉아 있는 다섯 개의 바위들. 바위 위엔 족히 몇백년은 묵었을 법한 소나무들이, 하지만 작은 자태로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동북부 쪽의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멀리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도 눈에 들어온다.


#절경을 자랑하는 오봉

좌회전. 내리막과 오르막을 연해가면서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면 드디어 만나는 도봉산 주능선. 칼바위능선이 나오고, 만장대, 자운봉이 인사를 한다. 북한산에 비해 도봉산은 웅장하지 않고 자그마하면서도 코스가 그리 평탄치 않아 재미있다. 암벽을 타는 구간도 나오고, 때론 상당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도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동북부 도심

위태위태한 Y계곡을 지나 20여분을 걷다보면 나오는 갈래길. 오늘은 이쯤에서 하산. 원도봉 매표소 쪽으로 우회전…. 약 20여미터 가파른 하산길을 내려가다보면 나타나는 `민초샘`. 산 정상 부근에 있어 간신히 조롱박에 담을 수 있을 만큼만 있는 적은 물. 그래서인지 물맛 쥑인다.
30여분 정도 이어지는 급경사의 하산길. 망월사에서 내려오는 길과 조우하고 그곳서 다시 계곡을 따라 30여분을 하산하면 망월사역과 만난다. 총 소요시간 3시간여. 꼭 가볼만한 코스다. 특별추천한다. 정명은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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