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등 대부분 내년 선발 로테이션 보장 못받아, 김병현 FA 대박위해 전력질주...서재응 선발다툼 치열

내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수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올해 메이저리그 패넌트레이스가 팀당 20게임 안팎을 남겨두고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박찬호,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등 4인방의 투수, 타자로는 유일하게 최희섭이 뛰고 있다.

현재는 반반이다.

9월1일(한국시간)부터 5일까지는 이들 4인방이 릴레이 승전보를 전했으나 다음 등판에서는 승패를 기록하지 않은 김선우를 제외하고 3명은 패전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전해지는 소식들도 악재다. 김병을 제외한 모두가 내년 선발 로테이션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희섭도 확실한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박찬호(32ㆍ샌디에이고 파드리스)=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12승째를 거둬들인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뒤 4승1패의 성적으로 자리잡는 듯 했으나 이후 두게임에서 연패를 당했다.

우려되는 점은 지난 12일 LA다저스 전에서 1과 3분의 1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몸 맞는 공 각 2개씩 내주고 2실점한 뒤 1사 만루 위기에서 교체됐다. 아웃카운트 4개를 잡기까지 44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는 22개밖에 못 잡았고 폭투도 2개나 내주며 최악의 투구로 물러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센디에이고 선발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플레오프는 패넌트레이스와는 달리 대부분 3-4명의 선발 로테이션으로 이루이지는데 센디에이고는 제이슨 피비와 부상에서 돌아온 에덤 이튼의 1, 2선발이 유력한 가운데 브라이언 로렌스, 우디 윌리엄스, 페드로 아스타시오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내년 시즌도 불투명하다. 올해에는 3년간의 부상에서 돌아와 현재 12승으로 많은 승수를 챙겼지만 텍사스나 샌디에이고 모두 타자들의 도움이 컸다.

올해 3-4경기 정도 선발 등판이 가능한데 이들 경기에서 박찬호가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5년간의 FA가 끝나는 2007년에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재응(28ㆍ뉴욕 메츠)=서재응은 지난 1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서 8이닝 동안 3실점하며 역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내셔널리그 최고승률팀 카디널스를 맞아 서재응은 삼진 5개를 빼앗으며 ‘뉴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2―2로 팽팽하던 8회 2사에서 래리 워커에게 우월 결승 솔로홈런을 맞고 시즌 2패(7승)째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1.98로 소폭 상승했다. 메츠는 이날 경기까지 6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공동 5위로 내려앉아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게 됐다.

그러나 서재응은 선발 경쟁에서 억울하게 밀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다 지난달 7일 시카고 컵스 전에서 그렉 매덕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른 이래 지난 5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솎아 내고 5피안타 2볼넷 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팀의 7대1 승리까지 모두 6게임에 등판해 5승을 챙기며 ‘서재응 등판=승리’라는 공식을 정착시켰다.

하지만 서재응도 내년 5인 선발 로테이션 진입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메츠에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비롯해 톰 글래빈, 크리스 벤슨, 이시이 가즈히사, 빅터 삼브라노, 스티브 트랙슬에 이어 애런 해일먼까지 많은 선발 요원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번 정도 남아 있는 선발 등판에서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만이 내년에도 치열한 선발 싸움이 예상되는 메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다.

▲김병현(26ㆍ콜로라도 로키스)과 김선우(28ㆍ콜로라도 로키스)=‘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 필드에서 빛나는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김병현과 김선우도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김병현은 선발 등판 횟수가 거듭될 수록 공의 위력이 커져 어느덧 콜로라도의 에이스로 격상된 분위기.

지난 1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6이닝 동안 3실점하며 호투했지만 팀이 1대7로 지는 바람에 시즌 11패(5승)째를 당했다. 5회 채드 트레이시에게 얻어맞은 3점홈런 한 방이 아쉬웠다. 하지만 4일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을 막고 시즌 5승(10패) 달성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 25일 다저스전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 같은달 30일 샌프란시스코전 7이닝 1실점 등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성공하며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이어갔다.

김병현이 콜로라도 선발로 남기 위해서는 다른 우리나라 선수들과는 달리 내년 연봉이 문제다. 올해 600만달러를 받고 있는 김병현은 내년에는 FA가 된다. 콜로라도에서는 150달러 이하에서 김병현을 붙들고 싶어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병현도 콜로라도에 남든 다른 팀으로 옮기든 FA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게임이 중요하다.

김선우는 중간계투에서 선발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3일 다저스전에서의 호투로 선발 2연승째를 수확하며 선발 굳히기에 들어갔다.

또 9일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2-2로 맞선 7회초 공격 때 대타로 교체돼 승패 없이 경기를 마쳤다. 사사구 하나 없이 탈삼진 4개를 솎아낸 김선우는 6회까지 총 79개의 공을 던져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의외로 조기 강판 돼 아쉬움을 남겼다. 김선우는 시즌 5승2패를 유지했고 방어율은 4.34(종전 4.50)로 약간 끌어내렸다.

김선우의 내년 보직은 유동적이다. 5선발 정도가 유력시 되지만 다시 중간계투로 강등될 가능성도 있어 내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가 중요하다.

한편 투수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과 달리 최초의 코리안 빅리그 타자인 최희섭(26ㆍLA 다저스)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올 시즌 들쭉날쭉한 타격감에 애를 먹던 최희섭은 이제 주전 1루수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 채 대타로 보직이 굳어진 듯한 분위기다. 이와 함께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구대성(36)의 추락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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