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현행법령상 남녀차별 조항 발굴조사' 결과 발표


여성가족부는 11일 ‘현행법령상 남녀차별 조항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이루어진 이 조사는 현행 법령의 일부 -제1편(헌법)에서 제17편(문화·공보)까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조사는 성차별을 15가지의 사례로 묶어, 해당 개별법의 조항들에서 직·간접적으로 남녀성차별의 소지가 있는 159개의 법규정을 발굴했다.

가장 먼저 지적된 문제점은 임신·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이 받는 불이익이다.
지방공무원의 임용유예기간 인정 시, 법원공무원 임용 또는 임용추천기간 유예사유 등에서 임신·출산 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한다. 이는 지방공무원법 (제36조 제5항)에서 ‘임용후보자 등록 후 임용제한 기간의 기간적용 예외사유’ 가운데 임신·출산기간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고 있고,  법원공무원규칙(제17조제1항)에서 ‘법원공무원 임용 또는 임용추천기간 유예사유 중 출산으로 인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그동안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어 온 민법의 가족편 부분에서의 차별 조항을 지적해냈다. 약혼가능연령 및 혼인연령을 남자 만 18세, 여자 만 16세로 각각 달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 801조와 제807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조항들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유족의 혼인 여부에 따라 수급권을 박탈하는 규정도 명문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현실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여성에게 피해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공무원연금법 제59조(유족연금의 수급권 상실)에서는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자가 재혼한 때 그 권리를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급권양자에 대한 소득보전의 기능에서 유래하는 파생적 수급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로서의 동등한 재산권과 무급노동에의 기여를 인정·보상하는 차원에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즉 배우자가 재혼을 하였다고 하여 수급권을 박탈하는 것은 수급권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 연금의 피보험자 성비와 재직 중 먼저 사망하는 남녀간의 비율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건의 적용을 받는 배우자의 수는 여성이 훨씬 많다고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재혼하는 유족이 생전 기여분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상 유족의 수급권 순위에 관한 조항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발견됐다.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상 유족의 수급권 순위 중 손자녀는 “호주승계인”인 손자녀가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호주제 폐지 개정민법의 취지에 맞게 호주승계인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한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등록대상재산)는 등록의무자 가족의 범위를 정하면서 ‘출가한 여성’과 모계혈족을 제외하고 있다. 출가한 딸을 가족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악습인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출가한 딸 명의로 재산을 분산 소유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실제로도 행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제외 규정 때문에 가족 명의 재산등록제도의 본래 목적 달성 측면에서도 부적당한 측면이 있다.

이번 조사는 문제인식을 여성에게만 한정시키지 않고 남성들도 차별을 받을 수 있는 규정까지 함께 발굴했다.
성폭력 범죄의 대상을 여성에 한정한 형법 제297조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외모에 흉터가 남은 사람의 신체장애 등급을 남성(6급)과 여성(4급)을 달리 공직선거관리규칙상의 신체장애등급표 등은 남성이 성차별을 받을 수 있는 조항으로 지적됐다. 그 외에도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19호도 국가양로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으로 남자 65세, 여자 60세 이상으로 달리 규정하고 있는 점에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남녀차별문제를 단순한 ‘여성보호’ 차원에 그치지 않고 ‘양성평등’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접근방법을 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조사내용 중에는 지난해 3월 개정된 호주제 관련 민법 조항의 효력 발생시기와 연관하여 자연히 정비되어질 규정도 상당수 포함되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 관계부처, 전문가 및 민간단체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검토과정을 거쳐 남녀차별적 규정을 선별하고, 이러한 차별규정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등의 협조를 통해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이번 조사의 후속작업으로 제18편(과학기술)부터 제44편(외무)까지의 남은 법령을 상반기 중에 발굴한 뒤 시대적 흐름과 의식, 사회문화 수준의 변화에 맞춰 5개년 단위로 발굴·정비하는 작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강수지 기자 nabiy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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