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가까운 독거노인들, 그들이 방치된 채 죽어가야 하는 이유는??

지난 9일 독거노인이 숨진 지 수일만에 발견돼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원자였던 70대의 이 노인은 수년 째 혼자 살아왔고 사인은 지병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이 노인은 사망한지 3일만에 발견된 것으로 판명돼 독거노인에 대한 관리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노출시켰다.

독거노인이 사망한지 방치되다 수일 후에 발견된 사건은 지난해 12월말에만 세 건이 있었다. 12월 4일에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월세방에서 살던 송모(61) 할아버지가 숨진 지 수일만에 발견됐다. 발견한 이웃은 정기적으로 방문을 했던 게 아니라 집에서 악취가 나서 찾아갔던 것으로 전해져 독거노인의 거주 실태를 짐작케 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인천 남동구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구모(72) 할머니가 숨진 지 열흘 뒤에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됐다. 생활보호대상자였던 구 할머니는 평소에 왕래하던 사람이 거의 없어 노환으로 사망한 지 열흘이나 지난 뒤에야 발견될 수 있었다.
28일에는 충남 서천군 서면에서 혼자 살던 조모(76) 할머니가 자택 뒤뜰에서 눈 속에 파묻혀 숨을 거뒀다. 조모 할머니의 시신은 숨진 지 7일 뒤에, 연락두절로 걱정이 돼서 내려온 아들에(경기도 안산시 거주) 의해 발견됐다.

이처럼 독거노인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IMF사태를 전후로 해서 독거노인의 수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04년 현재 독거노인의 수는 73만5000명에 달했다. 1998년 당시 49만 5000명이었던 것에 비해 무려 48%나 증가한 것이다.
통계청은 `장래 가구 추계` 자료를 통해  독거노인의 수가 2010년에는 104만4000명, 2015년 128만7000명, 2020년 157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봐 독거노인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독거노인의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빈곤층에 속해있다는데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438만명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는 이들은 35만8000명이고 이들 중 독거노인이 20만6000명이다. 자녀와 거주하는 노인들과 견줘봤을 때 독거노인의 경제력은 매우 취약한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2004년에 우리나라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한 사람 52명 가운데 60대 이상 독거노인이 31명이라는 자료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독거노인은 외로움뿐만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독거노인에 대한 대책은 여러 각도로 마련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물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KT링커스가 독거노인을 위한 무선호출시스템을 무료로 설치해줄 계획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KT링커스는 소방방재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선호출시스템의 확대 계획에 따라 독거노인 및 장애우 7000여 가구에 무선호출시스템 설치를 실시한다고 9일 발표했다. 무선호출시스템이란 독거노인이 긴급상황 발생 시 리모컨 버튼 하나만으로 119의 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독거노인의 목이나 팔에 연결해둔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119진급단말기가 설치된 일반전화에 신호가 전달돼 곧장 119로 연결이 된다. 즉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화를 걸지 않아도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것이다. KT텔레캅 서울 강북본부는 이 시스템의 설치공사를 수주 받아 서울, 전남, 강원, 부산 지역 6765가구에 오는 3월까지 무료로 설치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망하고 난 뒤 1주일 뒤에야 시신이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을 막을만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근복적 대책 마련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옥연 기자 redpin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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